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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훈 박사와 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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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30년 가까운 군사독재 시대를 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 언론인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숱한 반대에 직면할 때마다 당장은 강한 저항이 있지만 훗날 평가는 옳은 결정이었음을 확신하면서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엊그제 15일은 전세계에서 5번째 규모라는 소양강댐이 준공된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60년대말 70년대초 대한민국의 3대 국책사업은 소양강댐, 경부고속도로, 서울지하철 등이었다.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원동력인 소양강댐 건설과 독일 아우토반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경부고속도로, 만원인 서울의 대중교통을 획기적으로 해결한 서울지하철은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이 턱없이 빈약한 후진국 대한민국을 단박에 중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일대 전기였다.  

1961년 어느날, 한국의 한 젊은이가 서독 에르하르트 경제장관과의 면담을 주선해달라며 대학 때 은사를 찾아가 1주일째 애원하고 있었다. 우여곡절끝에 장관은 아니지만 차관과의 면담이 이뤄졌고 그 결과 3000만 달러의 빚을 얻게된다. 그가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어 통역관이자 대한민국 제1호 독일 박사인 김제 월촌 출신 백영훈 박사다. 하지만 지급보증 없이는 차관을 얻을 수 없게되자 그는 독일 지인의 조언에서 힌트를 얻어 광부와 간호조무사 파견방안을 기획한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서막을 연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 원장, 그가 지난 1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1930년 김제 월촌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상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국비장학생으로 뽑혀 독일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훗날 교수와 장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11월 서독을 방문할때도 통역관으로 동행,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에 필요한 차관을 얻어내면서 조국 근대화에 뚜렷한 공헌을 하게된다. 재경 전북도민회 신년하례회 등에 참석하기도 했던 그는 지인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할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는 경우가 많았다. 전형적인 독재자와 산업화의 기수라는 극단적 평가를 받고 있으나 어쨋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장은 욕을 먹어도 후세의 사가들이 제대로 평가해줄 것이라며 국가발전 전략 등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반세기 이상이 지난 요즘 새만금사업은 과거 박정희 정권때 소양강댐이나 서울지하철, 경부고속도로에 못지않은 중요한 국책사업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결심을 해야한다. 작금의 상황은 분석과 검토, 논란을 거듭하면서 고르디온의 매듭을 풀어야 할 때가 아니다. 단칼에 끊어서 매듭을 풀어야 할 시점이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결단했던 것처럼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이때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의대정원 확대나 새만금사업 만큼은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통 큰 결단을 해야한다. 때로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하면서 정치논리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통수권자의 일대 결단이 필요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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