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슘페터의 R&D와 '장자', 글로컬 대학 선정으로 지역과 산업 네트워크 발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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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찬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기차를 타고 남원캠퍼스에 강의를 하러가는 저녁 날은 매번 설렌다. 그리움을 찾아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날따라 철도를 바라보며 오늘 강의할 미국경제학자 슘페터(1883~1950)의 유명한 말을 떠올린다. “우편마차를 아무리 증가시켜도 거기서 철도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논밭에 쟁기를 아무리 늘린다고 해서 트랙터가 나타나지 않듯이 양이 많다고 저절로 질적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기술혁신에 도전하는 ‘창조적 파괴’가 선행되어야 철도가 나타난다. 슘페터는 낡은 시대와 단절하는 역동적 존재로서 모험적 기업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문제는 기업가의 혁신이 어디서 오는가에 있다. 슘페터가 더 이상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기술과 지식기반의 성장을 주도하는 대학과 R&D(연구개발)이 낡은 것과 단절하는 혁신적 토대임은 당연하다.  

학생들에게 대학의 지식기반 혁신과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칠판에 <장자>의 한 대목을 적어놓으니 어리둥절해한다. 바로 쓸모없음(無用)이 쓸모 있음(用)을 지탱해주는 근원이라는 구절이었다. 

장자는 장황하게도 비유까지 든다. “네가 지금 딛고 있는 발자국 자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쓸모없는 땅을 모조리 파고 들어가 황천까지 이른다면 당신이 밟고 있는 땅이 사람에게 쓸모가 있겠는가?” 내가 걷고 있는 발자국만 땅으로 남아있다면 결국 깎아지른 절벽만 밟고 건너야 하는데 과연 한걸음이라도 뗄 수 있겠는가? 

쓸모없음이 곧 쓸모 있음이라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은 대학의 연구개발과도 통한다. 당장 돈만 되고 쓸모 있는 것만 연구하는 것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갉아 먹는 일이다.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대상과 평생 씨름하며 실패를 거듭하다가 쓸모 있는 지식과 기술혁신을 이루는 것이 대학이 존재가치이기도 하다.  

어제 배송 받았던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비저(F. V. Wiser, 1851~1926)의 <화폐론>은 외국에서 근무하는 H박사가 수고료 한 푼도 없이 독일어 원전을 영어로 옮긴 번역서였다. 한국어로 번역할 생각도 했겠지만 선뜻 책을 내겠다는 출판사가 없었을 것이다. 일본어 번역판은 반세기도 훨씬 넘는 소화 16년(1941)에 나왔다.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경제학 명저 번역 총서’의 일환으로 번역이 진행되었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나 쓸모없는 작업’이었겠다. 그것이 ‘얼마나 쓸모 있는 일’을 만들어냈는지는 가히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일본 전시와 비교해서 속상하지만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내리막길인데도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부의 야만적이고 퇴행적 조치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 주 월요일 남원역에 도착하니 전북대의 글로컬 대학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이렇게 대학이 지역에서 환영받았던 적은 없었다. 이번 글로컬 대학의 선정은 도내 모든 대학과 지역과 산업이 서로 벽을 허물고 공존 상생하여 전북발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것 같다. 특히 남원은 폐교 서남대 부지를 남원 글로컬 캠퍼스로 탈바꿈하여 도시 재생모델로 추진할 예정이어서 기쁨이 더 큰 듯 했다. 

무엇보다 신설되는 JBNU 지역발전연구원 산하에 도내 14대 시군 연구소를 설립하여 지역발전의 씽크 탱크를 담당한다는 계획이 눈길을 끈다. 지역의 R&D 또한 내일의 쓸모를 위해 오늘을 인내하고 투자하는 창조적 파괴와 혁신의 원천이다. 지역마다 R&D가 모여서 불씨를 이루고 전체로 확산되는 대학 주도 성장과 네트워크 발전론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용찬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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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찬 #경제칼럼 #슘페터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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