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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전통한지 정책에 전통한지가 없다.

미스매칭 된 전통한지 정책
천년 한지관이 아류가 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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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석 수묵화가·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전통한지에 대한 국고 보조금은 7개 중앙 부처에서 100개 사업에 109억 원, 한지 관련 보조금 등은 중앙‧지방정부에서 341억 원이다. 2006년 서화용지 국가표준(KS)을 제정했고, 2013년 한지 품질 표시제를 시행했다.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지정자도 1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전통한지 사업은 조금도 진흥되지 않았다. 폐업이 속출하고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왜 그럴까. 

문제는 전통문화 활성화의 주체인 정부마저 전통한지 연구와 관리에 뒷짐을 지고 있고, 전통문화 활용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통한지의 근본에 충실하지 않았고 정책도 부재했다. 연구는 원칙과 기본을 근간으로 더께를 입혀야 함에도, 한지의 원료와 재료 처리 그리고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한지의 정의도 수립되어 있지 않았고 전통한지의 기술이 무엇인지 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과정이 정당하지 못한 연구는 성공적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최근 KIST에서는 ‘한지와 면상 발열체가 결합된 고전도성 카본시트 제조 및 디바이스 구현’ R&D 과제를 추진했다. 전통문화와 관련 된 사업으로 수요와 공급간 가교 역할을 할 목적으로 과업을 수행한 기관은, 한지의 정의 등에 대하여 “본 기관은 한지 분야를 전문 연구 대상으로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며 한지 분야는 전문 영구 영역이 아니므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한지 기술에 대해서는 주관부처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재청에 국가 무형문화재 한지장 인정 조사와 관련, 한지 전통 기술 기준이 무엇인지 심의 근거 자료를 요청했다. “한지장 보유자 인정 조사는 조사 대상자의 평소 한지제조 과정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의 기법을 확인하기 위해 자유로운 시연 과정을 통해 도구, 제조방법, 이해도, 등을 조사위원들이 모니터링하고 평가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국가 무형문화재를 지정 예고하면서 전통한지의 제조 기법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이 지정을 진행한 것이다. 한지 제조에 전문성이 없는 조사위원들의 주먹구구식 판단으로 국가 한지장을 지정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일이 이런 지경에 이르다 보니 한국문화관광원에서 용역한 전통문화산업의 저변확대 방안 연구(한복,한식, 한지를 중심으로)에서 “기존에 전통문화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되고 있는 다양한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대상과의 미스매칭으로 인하여 기대했던 정책적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상황임”이라고 결론 내렸다. 미스매칭이란 부정합으로 논리의 내용이 정돈되어 있지 아니하고 모순되어 있음을 말한다. 곧 정책 목표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연구는 계속된다. 한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연구용역은 2016년과 2022년 같은 제목으로 중복 용역한 사례까지 발생했다.

더 황당한 일도 있다. 2020년도부터 최근까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태지와 시지 그리고 감지와 전통한지 제지기법 등을 연구하여 재현에 성공했다고 언론을 통해 홍보하였다. 그러나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시행한 한지 연구는 연구 윤리를 지키지 못했다. 전주 흑석골 천년 한지관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전주 산 닥나무에 대한 연구나 한지 원료에 대한 연구와 성찰 없이 제지 기법인 선자지 재현에 성공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전주시도 학문의 영역을 오염 시키고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을 닮아가고 있다. 한지의 고장 전주라는 표현이 수치로 변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김호석 수묵화가·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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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석 #문화마주보기 #전통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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