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1:23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피니언

개나리와 변산바람꽃

image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가 지났다. 이렇게 또 겨울이 지나간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는 말이 무색한 계절이었다. 어쨌든 봄이 온다.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던 지난주 전주지역 어느 학교 담장 위 축축 늘어진 가지에 무더기로 매달린 샛노란 꽃송이가 눈길을 끌었다. 봄의 대명사 개나리다. 어느 때부터인지 겨울 개나리꽃은 보기 드문 기현상이 아닌 ‘그럴 수도 있는 일’이 됐다.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변에서 철 잊은 개나리꽃을 보는 일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입춘을 지나 눈과 얼음이 비와 물이 된다는 절기, 때맞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대지를 흠뻑 적셨다. 봄의 상징인 개나리가 이미 도심에서 꽃소식을 전했으니 봄의 전령으로 알려진 야생화 변산바람꽃과 복수초·노루귀도 어느 볕 좋은 산기슭 양지뜸에서 진작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을 것이다.

때마침 국립공원 내장산과 변산반도에서 변산바람꽃 개화 소식을 전해왔다. 한국 특산식물인 변산바람꽃은 이른 봄에 개화하는 대표적인 야생화로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돼 학명에 그 지역명이 붙은 이 지역 깃대종이다. 오래전부터 이 땅에 자리잡고 해마다 봄소식을 알려왔겠지만 정식 이름을 얻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지는 약 30년밖에 안됐다. 1993년 전북대 선병윤 교수가 처음 발표한 이 들꽃은 ‘변산아씨’라는 친근한 별칭까지 얻으며 단번에 야생화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꽃 이름에서도 나타나듯 가벼운 바람에도 꽃잎을 파르르 떠는 작고 가냘픈 들꽃이다.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는 이 시기 변산바람꽃을 관찰하려는 탐방객들을 위해 내변산 탐방로 인근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2011년부터 개방하고 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안의 자생지는 탐방로 외 구간이어서 서식지 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다. 전국 곳곳에 자생하고 있지만 개체수가 적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식물종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도 내변산의 이 야생화 대체서식지를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개방한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도 며칠 전 복수초 개화 소식을 전했다. 샛노란 복수초를 신호로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연이어 앙증맞은 꽃망울을 터뜨리면 지리산에서도 볼거리 가득한 꽃철이 시작될 것이다.

계절의 길목, 봄을 재촉하는 들꽃들이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꽃샘추위를 예고했다. 손톱만 한 작은 꽃이지만 겨우내 응축된 생명의 기운을 품어냈으니 온 산에 봄기운을 불어넣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남녘의 꽃소식을 기다리는 상춘객들의 마음이 설레는 시기다. 생명의 계절 봄, 매화와 산수유·개나리가 주인공이 되는 떠들썩한 꽃잔치가 찾아오기 전에 청초한 ‘변산아씨’를 만나러 꽃마중, 봄마중에 나서보면 어떨까. 겨울색이 채 가시지 않은 산자락, 메마른 낙엽더미 사이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작은 꽃잎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과 기쁨도 있을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변산바람꽃 #야생화 #변산반도 #개나리
김종표 kimjp@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