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기회의 도시라고 말한다. 서울은 사람도 많고 인프라도 다양하다. 공모 지원 사업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인구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래서인지 나와 함께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은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서울로 떠난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너무나 사랑하는 전주에 남았다.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불안했지만, 지역에도 문화예술 재단이 있고 공공기관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2021년 전북에서 예술인으로 남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처음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온라인으로 알아봤던 것 같다. 아르떼, 아르코, 재단, 지자체 등 매일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하였다. 하지만 아무런 경력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사업은 없었다. 정말 답답한 했다. 그리고 지역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년 작가들을 찾아가 그들은 어떤 마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검색창에 ‘전북, 지역 커뮤니티, 전북 청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둥근숲’이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다. 이 공간에선 다양한 주제로 커뮤니티 파티 및 행사를 만들었고 무작정 찾아갔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지역에선 어떻게 살아갈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이때 만나게 된 인연들과 함께 팀이 되어 사업을 해보기도 했다. 서로의 작업 이야기와 사업 이야기를 나누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았으며 필요한 일이 있으면 서로를 찾기도 했다. 이때 내가 느낀 것은 "로컬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이 모여야한다”였다. 이 즈음에 전북청년허브센터 공지사항에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 공모를 보게되었다. 이 사업을 보자마자 나를 위한 사업이고, 신이 나에게 주신 기회라 생각했다.
나는 바로 세무서를 찾아가 비영리 단체 ‘세이모비오’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전북에서 활동하는 청년 신진 작가의 첫 시작을 도와주는 단체이다. 지역에서 첫 시작을 하는 청년 예술인들이 방황하지 않고 잘 닦인 길로 함께 걸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설립하였다. 우리 단체에 들어올 청년 작가들을 찾기 위해 나와 팀원들은 전북특별자치도에 위치한 예대가 있는 모든 대학에 방문하여 작가 모집 공고 포스터를 붙이고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스무 명의 작가들과 함께하게 되었고, 이들과 정기 커뮤니티를 가졌다. 또한 로컬 예술 기업인과 선배 예술인들의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님들과 힘을 합쳐 구도심 웨딩의 거리 ‘박다옥 빌딩’에서 다 함께 아트페어를 한 달간 진행하였다. 이때 출품 작품이 대략 300점 정도 되었는데, 출품 작품의 80%가 판매되었다. 이 기쁨이 전북 청년 시각예술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36년 전통의 전북 문화 예술 전문지 <문화저널>에 실리기도 했다. 또한 우리의 성과를 보고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참여 작가의 개인전과 단체전, 시민대상 원데이 클래스를 개최하였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 단체가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예술인인 내가 로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이 모였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진실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보길 바란다.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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