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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일고수이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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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 (JTV PD)

아무리 뛰어난 판소리 명창이라 하더라도 노련한 고수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된 무대를 만들 수 없다는 의미를 뜻하는 말이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다.

판소리는 소리꾼의 역량과 성향, 관객의 반응과 분위기 등에 따라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느낌을 만들고는 하는데, 이러한 미묘한 차이를 북장단과 추임새를 통해 바로잡는 이가 진정한 고수이다. 더욱이 고수는 무대에서 홀로 고독할 수 있는 소리꾼의 상대 역할을 담당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도 하고, 관객의 호응을 유도해 소리꾼의 사기를 올려주기도, 사설을 잊었을 경우 능청스럽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년 명창은 있어도, 소년 명고는 없다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이와 같이 판소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수이지만, 관객의 관심을 받지는 못한다. 객석을 바라보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소리꾼과는 달리 고수는 소리꾼을 바라보며 명품 조연 역할을 할 뿐인데, 판소리 고수처럼 우리 지역 문화현장에서 명품 조연을 맡고 있는 숨은 일꾼 이야기를 해보자.

야외 녹화 현장이나 행사장에서 만나게 되는 기술진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빠른 현장 대처 능력과 정확한 기술적 이해가 아닐까 싶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변수들과 날로 새로워지는 장비와의 만남 앞에서 “내가 경력이 얼마인데”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조명감독 A는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 언제 어떠한 질문을 하더라도 답변에 막힘이 없으며,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음이 느껴지는데, 오롯이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 덕분이다. 그는 항상 공부하며, 새로운 장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연구한다. 절대 자신의 위치와 경력을 뽐내지 않으며, 최고의 작품을 위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누구나 그와 일하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새로운 공연,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기획자 B는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의 기획 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는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언제나 공연의 준비 과정 자체를 즐기며, 현명한 판단으로 녹록하지 않은 지역의 현실을 넘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고는 한다. 변하지 않는 그의 열정과 전문적인 업무 역량 덕분에 관객들은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나는 행운을 맛볼 수 있다. 항상 진지한 고민과 가슴 뛰는 도전을 위해 열심이며,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의 미소에서 행복을 찾는 그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다양한 분야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계의 대표 일꾼에서 이제는 예술경영을 고민하고 있는 관리자 C는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성실한 자세로 일해 왔으며, 지역의 동료 예술인들을 위하는 마음을 잊은 적이 없다. 전통의 가치를 지키며,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사업을 통해 지역의 인재를 발굴하고, 응원하며, 새로운 관객과의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회성이 아닌 지역 문화의 지속적인 가치를 가꾸어가는 중심에 그가 자리하고 있음은 너무도 다행이며, 그의 새로운 행보가 기대된다.

눈에 잘 보이는 명품 주인공 뒤에 진심을 다하는 조연들이 어디 이 세 사람뿐이겠는가? 끊임없는 탐구정신과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 그러한 그들의 열정이 있기에 지역 문화계가 더욱 풍성하게 발전할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홍현종 (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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