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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전주 역사와 문화를 함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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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몇 해 전 이맘때 비긴어게인 경기전 버스킹이 있었다. 역사의 도시이자 전통 문화를 간직한 전주에서 여름날 밤 음악이 울려 퍼졌다. 한옥마을인가 했더니 궁궐같은 전각에 궁담길 옆 오래된 나무가 세월의 깊이를 보여준다. 하마비와 외삼문 그리고 홍살문이 보이는 전형적인 서울의 고궁과 같은 운치있는 풍경이다. ‘경사스러운 터에 지어진 보물 같은 공간’이 경기전(慶基殿)이다. 이곳은 태조 이성계 어진과 조선왕조실록 보전기적비가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전주가 지켜온 조선의 자긍심이 바로 경기전이다.

경복궁은 알아도 경기전은 잘 모른다. 더구나 한양도성 관문인 숭례문은 가 보았어도 전주성 정문인 풍남문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1907년 성문과 성벽이 헐린 후 전라감영 전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문이 풍남문이다. 서울 숭례문 및 흥인지문과 규모 및 옹성이 비슷하다. 풍패지향(豐沛之鄕)은 조선왕조의 발원지 전주 이씨 본향인 전주다. 그리고 호남제일성 전주성 남문이 경기전 옆 풍남문이다. 600여 년 전 이성계가 남원 황산대첩에서 승리 후 전주 오목대에 올라 조선 창업을 구상하며 풍년가로 종친과 하늘에 고했다.

전주와 서울은 다른 듯 같은 계획적 역사·문화 도시다. 오래된 역사가 있어 동네마다 도성과 읍성에 얽힌 이야기가 풍성하다. 한양도성에 한강이 있다면, 전주성에 전주천이 있다. 한양도성 안 왕이 사는 경복궁과 창덕궁이 있듯, 전주성 안 왕의 어진이 있는 경기전과 풍패지관 전주 객사가 성안에 있다. 또한 숭례문 옆 남대문시장이 있듯, 풍남문 밖 남부시장이 시민과 관광객의 먹거리를 보장하고 있다. 도성 안 서촌 한옥마을과 북촌 한옥마을처럼, 읍성 밖 한옥마을이 전통과 문화를 지키며 멋스러움과 여유로움까지 선사한다.

서울과 전주는 가톨릭 역사도 비슷하다. 한국 천주교 최초의 본당이자 상징은 김범우 토마스 집터인 명례방에 지은 명동성당이다. 1898년 대한제국 시대 우여곡절 끝에 네오고딕 양식의 건물이 도성 안 명동대성당이다. 1791년 신유박해 때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등 호남 지역 많은 가톨릭 신자의 순교 터에 전동성당(殿洞聖堂)을 지었다. 풍남문 밖 전동성당은 호남 지역 최초의 로마네스크 양식건물이다. 전동성당의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은 풍남문 성벽이 헐린 후 화강암과 성돌이 주춧돌로 사용되었다.

전주 없이는 서울도 없다. 전주가 본관인 조선왕조 시작이 태조 이성계이듯, 조선왕조실록의 대기록을 지킨 전주사고(全州史庫)가 조선의 명맥을 이었다. 서울 한양도성은 600년 역사를 간직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한다. 한양도성에 있었던 사대문(흥인지문·돈의문·숭례문·숙정문)과 사소문(혜화문·광희문·소의문·창의문)에 훼철된 성문을 복원하고, 소실된 성벽을 이으려고 한다. 600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풍패지향 전주성도 복원되기를 바란다. 전국 팔도 중 가장 크고 웅장했던 전라감영 건물들과 전주성 사대문(풍남문·패서문·완동문·공북문)도 복원되기를 희망한다.

전주와 서울은 사실 비슷하다. 두 도시는 공간적으로 멀지만 시간적으로 공통점이 많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과 대한민국 전통을 간직한 전주는 해외 관광객과 국내 관광객들이 가장 가고 싶은 도시다. 가서 머물고 보고 배우는 역사·문화·생태도시로 접점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최철호 소장은 한양도성 전문가로 양천문화재단 비상임 이사·(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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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타향에서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전주 경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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