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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응댐 논란과 전북의 물그릇

전북, 20세기 수자원 개발의 중심
신규 댐 건설에 미련 두지 말기를
기후재난·물분쟁 대응 방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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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표 논설위원

정부가 다시 대규모 댐 건설을 추진한다. 14년 만이다. 기후위기 시대, 극한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미래 물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새로운 물그릇이 필요하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런 취지에서 새로 건설할 댐을 ‘기후대응댐’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최근 신규 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논란이 뜨겁다. 해당 지역에서는 환영과 우려,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북은 빠졌다. 만경강과 동진강, 그리고 금강·섬진강 상류를 품고 있는 전북에 댐 후보지는 없다. 당장 환경문제와 주민 동의 여부 등을 놓고 예상되는 논란과 갈등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편치 않다. 환경부가 지난해 댐 신설 계획을 발표한 후 전국 17개 지자체가 일찌감치 댐 건설을 신청했는데 전북에서는 단 한 곳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놓고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 수년간 전북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단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우선 기후대응댐이 과연 예측 불가능한 극한기후 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시대에 역행하는 환경정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서 소외된 전북의 대응이 연상된다. 당시 전북도는 ‘만경강 전통뱃길 복원’과 ‘금강~만경강 물길 잇기’ 등 다수의 하천정비 사업을 발굴해 국가정책에 반영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물론 헛심만 쓴 채 물거품으로 끝났다.

그렇다고 전북이 한반도 수자원 개발의 역사에서 소외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세기까지만 해도 대규모 수리시설이 밀집된 수자원 개발의 중심지였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시설인 벽골제가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도 전북에 있다.

한반도 농경문화의 발상지인 전북은 지리적으로 물이 풍족한 고장이 아니다. 전북의 젖줄인 만경강과 동진강의 유량은 수요에 한참이나 모자란다. 그래서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의 상당량을 금강·섬진강 수계에서 끌어쓰고 있다. 댐을 세워 물길을 돌리는 유역변경 프로젝트는 20세기 초에 시작됐다. 일제(日帝)의 쌀 수탈 정책과 맞물린다. 일제는 호남평야 식량 증산을 위해 남해로 향하는 섬진강 물줄기를 서쪽(동진강 상류)으로 돌려 농업용수로 썼다. 그리고 이런 목적에서 건설된 섬진강댐(옛 운암댐)과 칠보수력발전소는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전주와 군산·익산·정읍·김제·완주 등 전북 주요 도시의 생활용수와 농·공업용수도 금강 수계에서 끌어쓰고 있다. 장수군에서 발원해 충청지역을 휘감고 돌아 군산에서 서해로 유입되는 금강의 물길을 상류인 진안에서 막아 2001년 용담댐을 건설했다. 그리고 도수터널을 통해 이 거대한 댐의 수자원을 만경강 상류 완주군 고산면으로 끌어내 전주권 광역상수원으로 쓰고 있다. 전북에는 용담댐·섬진강댐과 부안댐·대아댐·동화댐·동상댐을 비롯해 금강호·경천저수지·청호저수지·동림저수지 등 큰 물그릇이 곳곳에 있다. 게다가 섬진강댐은 10여년에 걸친 재개발 사업(2007~2018년)을 통해 물그릇을 키웠다.

‘물 부족’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지만 ‘물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주요 하천의 물길을 돌린 탓이다. 금강과 섬진강 유역 도시에서 가뭄·홍수 등 물 문제가 불거지면 잠재된 지역 간 물 갈등이 불쑥 터져나올 수 있다. 환경 논란에 더해 지역사회 내홍이 불가피한 신규 댐 사업에 미련을 남겨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곧 다가올 기후재난과 지역 간 물 분쟁에 대응해 기존의 물관리 시설과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부터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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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응댐 #전북 #수자원 #물그릇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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