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새 아침을 여는 시] 입동-김인숙

무성한 미루나무에 앉았던 

참새는 벌레를 많이 잡았을까,

짹짹 우는 법은 어디서 배웠을까,

 

한때 목청을 높인 적 있다

먹히지 않으려고 더 먹으려고 

고래고래 핏대를 세우다가 

나동그라진 적 있다

 

왜 이리 춥냐, 

잎 다 떨군 미루나무가 윙윙 운다

왜 이렇게 어둡냐, 

웅얼웅얼 혼잣말하며 세상이

점점 추워진다

 

미루나무에 앉았던 참새 어디로 갔나

핏대 세우던 나는 또 

어디로 갔나

 

△ 겨울의 시작이다. 동물들이 땅속에 굴을 파고 숨는다는 입동이다. 김장 담글 걱정하는 주부처럼 미루나무도 성큼 추워지는 날씨에 참새 걱정하다니. 춥고, 밤은 길고, 미루나무도 인간이 견디어 내야 할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그림처럼 그려냈다. 어울려야 산다는 생의 모습 같다. 살기 위해서 짹짹 우는 참새에게 말을 건네는 나무는 입동이 걱정을 만든다. 걱정이 나를 끌고 허공을 헤멘다. 나무의 포용력에서 인간이 본받아야 할 함께 살아가는 풍경이 보인다./ 이소애 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