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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지역경제의 신진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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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준 (주)크립톤 대표

미국의 정치 수도는 워싱턴이다. 경제 수도는 뉴욕이다. 그렇다면 짐작컨대,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을 것이다. 자본이 있는 곳으로 기업은 모여들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럴까. 제이피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마스터카드 등 금융기업의 본사가 뉴욕에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인구 2백만에 불과한 네브라스카에 있다. 창업의 수도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는 심지어 뉴욕에서 가장 멀리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엔비디아는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스타벅스와 코스트코는 워싱턴 주 시애틀에 있다. 나이키는 농업으로 유명한 오리건에 있고 존슨앤존슨은 뉴저지, 코카콜라는 애틀랜타, 월마트는 아칸소, 3M은 미네소타, P&G는 오하이오에 있다. 이게 웬일인가. 반면 자산총액 기준 대한민국 30대 기업 중 비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은 포항의 포스코, 익산의 하림, 광주광역시의 중흥, 단 세 곳뿐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삼성의 역사가 시작된 도시는 대구다. LG와 GS는 부산에서 기틀을 잡았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서울로 가야 큰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버렸다. 인재와 자본이 서울에 몰리니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정경유착(政經癒着)’의 증거다. 정치와 밀접해야만 경제, 다시 말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게 과거 우리의 현실이었다. 당시에 기업을 일군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에는 서울로 출장을 다니다가, 언제 정치인을 만날지 알 수 없어 수시로 다니다 보니 아예 월세방을 얻는 게 현실적이었고 그러다 전셋집, 주택 구입, 최종적으로 본사를 이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칭송받는 지금은 정경유착의 꼬리표가 사라졌을까. 게다가 그 어느 때보다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고 비행기와 고속철도가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연결하고 있으니 이제는 굳이 서울로 몰릴 필요는 없어진 것 아닌가.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걸 보면 기성 기업들은 아직도 과거의 문법을 따르고 있거나, 이미 몸에 밴 관성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다. 익숙함과 편리함이라는 관성은 깨기 쉽지 않다.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대기업들이 지역으로 분산되어야 할 텐데 자발적인 이전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칫 정부나 정치권이 강제라도 해버리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배수진을 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대기업에는 큰 기대를 하지 말자. 그래도 대기업을 지역에 꼭 유치하고 싶다면 거꾸로 대기업이 기대를 하게 하자. 파격적인 세금 감면, 성장성 높은 사업기회 제공 같은 방법으로.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기존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신진세력을 육성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이 2% 수준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18년 이후 정체된 상황에서 벤처기업 수출은 6년 만에 1.4배, 스타트업은 5.4배 증가했다. 이 정도면 신진세력으로서의 역량은 충분히 검증한 것 아닌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건 언제나 신진세력이었다. 21세기 대한민국 역시 기존의 문법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특히 경제가 그렇다. 다행히 검증을 마친 준비된 신진세력이 있다. 이제 벤처와 스타트업을 지역경제의 주역으로 육성해야 한다.

양경준 (주)크립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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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부가가치 창출 #신진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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