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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씨족사회에 갇힌 전북, 구한말 조선을 닮아간다

이준서

150여 년 전,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청나라는 양무운동을,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국가 대개조를 단행했다. 이는 근대화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변화를 거부했다. 지배층은 권력 다툼에 몰두하며 시대적 흐름을 외면했고, 일본이 전함을 만드는 동안 조선의 군인들은 급여로 곡식조차 받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조선은 뒤늦게 개국(開國)했으나,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며 결국 망국(亡國)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현재 전북의 현실이 바로 이와 닮아 있다. 지방소멸의 위기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도, 전북의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여전히 씨족사회적, 소지역적, 지엽적 갈등에 묶여 있다. 완주와 전주 간의 통합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군산과 김제는 새만금 개발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에만 골몰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이미 생존을 위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충청권과 경북·경남은 광역연합을 추진하며 광역철도망과 SOC(사회간접자본)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전북은 시·군 단위 행정통합조차 갈등으로 점철된 상태다. 천년을 책임질 새만금 개발을 앞두고도 고속도로와 신항만 건설을 두고 갈등만 커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행태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지역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는 사라지고 일방적인 주장과 왜곡된 여론만 난무한다. 완주 정치권은 공식 여론조사 대신 자신들에게 유리한 데이터를 왜곡해 통합 반대 여론을 부풀리는 데 이용했다. 특히 주민의 의견을 잘 반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주민투표가 아닌 여론조사로 통합을 결정하자고 주장하는 데 이르렀다. 민의(民義)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권이 오히려 주민들을 호도하는 이런 태도는 지역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지금의 갈등은 단순한 행정구역 문제를 넘어, 전북이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조선처럼 시대의 흐름에 뒤처질 것인가의 문제다. 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도태될 뿐이다. 전북이 변화를 거부한다면, 결국 조선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선택의 순간은 지금이다.

이준서 정치부 기자

이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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