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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모나리자가 미완성이지만 명작으로 꼽히고 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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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연구원

아프리카 카메룬에 코로나 첫 확진자가 뒤늦게 발생하였다. 그 당시 KOICA봉사단으로 약 20개월 정도 활동하던 시기였고, 20개월 동안 마을사람들과 땀 흘려 준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러 출근하는 첫날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총괄 현지인 기술자와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들떴다. 정말 힘들게 준비해왔고 그 시기가 길어지기도 했다. 카메룬 마을 사람들도 나도, 기술자도 많은 기대를 했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설레는 월요일이었다.

기술자가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 확진자 추가로 전원 긴급대피명령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지금 얼마나 고생해서 이걸 만들고 준비해왔는데, 첫날에 긴급 대피명령이라니...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본부에서는 오늘 당장 모든 짐을 싸고, 내일 수도로 올라오라고 했다. 토요일 귀국하겠다고 했다. 언제 공항이 폐쇄되고 언제 수도와 지방 이동도 통제될지 모르니, 당장 내일 오라고 했다. 

살면서 가장 힘든 하루였다. 하루 종일 마을을 돌아다니며 관계자들을 만나 사과했다. 이웃들과의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밤을 새워 집을 정리했다. 아침 6시까지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다. 정신이 나갈 것 같지만, 마무리할 일이 많았다. 제일 중요한 마을 추장님과 부인을 만나러 가야 했다. 추장님과 부인은 나의 카메룬 아버지, 어머니였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마을에 가서, 문을 두들겼다. 추장님과 부인이 눈을 비비며 나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카메룬 어머니가 힘없이 내 팔을 때리며 오열하셨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평소 무뚝뚝하던 아버지 추장님도 눈물을 훔치셨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그러셨다.

“네가 이후 귀국하기 전 마을에서 크게 파티를 열고, 너의 가족들에게 줄 선물도 준비하려 했다.”

너무 슬프고 괴로웠다. 두 분은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한 기도를 해주셨고, 나는 절을 올려드렸다. 그렇게 슬픈 인사를 마치고 수도로 대피했다.

공항은 바로 폐쇄되었다. 결국 수도에서 무기한 격리를 이어갔다. 격리 중 본부에 여러번 부탁을 했다. 마을 사람들과 내가 함께 준비한 프로젝트이니, 내가 없어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부에서는 난감했다. 결국 우물 프로젝트만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내가 없는 마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결국 한국으로 귀국하고, 남은 계약기간 동안 프로젝트는 계속되었다. 지하 80m 아래에서 물을 발견하고 지상으로 첫 물이 쏟아져 나오는 영상을 받았다. 또다시 펑펑 울었다. 카메룬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사에 우물사업이 주말 내내 방영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우물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하지만 가슴엔 남아 있다. 약 2,000여명의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멀리까지 힘들게 물을 뜨러 가지 않아도 된다. 숲속의 샘물이 아니라, 흙먼지가 섞인 물이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주인이 되어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살면서 가장 큰 이별을 겪어 슬퍼하던 나에게 이모부가 말씀해주셨다.

“가슴속에 큰 그림을 가지고 갔는데 다 못 그리고 왔다고 너무 서운해할 것 없어.”

“모나리자가 미완성이지만 명작으로 꼽히고 있듯, 그들의 가슴속에 네가 심어준 희망의 불꽃으로 나머지 작품은 그들이 완성할 수 있을 거야.”

“넌 너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동안 타지에서 고생 많았다.”

이제는 마음이 정리되었다. 함께 한다면, 그리고 함께 해왔다면 그걸로 되었다.

김민재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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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미완성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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