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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기고] 해양사고, 운명도 숙명도 아닌 우리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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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군산해양경찰서장

우스갯소리로 앞에서 날아오는 돌은 운명이요, 뒤에서 날아오는 돌은 숙명이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날아오는 돌은 피하는 노력이라도 할 수 있지만, 뒤에서 날아오는 돌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고가 운명인지 숙명인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기상예보도 실시간 해상 교통정보도 없던 시절. 그 시절의 우리는 사고를 숙명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사고가 숙명이라면 사고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아닐까?

 지난해 10월 전북 군산시 비응항에서 어선 화재가 발생했다. 원인은 갑판 위 용접작업 도중 유증기(油烝氣)에 의한 폭발로, 화마(火魔)는 순식간에 배를 집어 삼키면서 선장은 목숨을 잃었고 함께 탄 선원은 크게 다쳤다.

 이 사고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작업 안전수칙을 지켰더라면, 관련 규정을 따랐더라면 하는 아쉬움만 가져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의 태도가 바뀌길 기다려서는 늦는다. 외면당한 안전만 핑계 삼기에는 우리의 역할과 국민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을 다시 검토하고 더욱 안전해질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국민만 바라보고 생각하겠다는 관계기관은 협력을 통해 대책과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

 군산해양경찰서도 사고가 발생했던 비응항(港)에 소화탄(Fire Ball)이 담긴 소화함을 설치했다. 규격에 맞는 소화함이 국내에 없어 새로 설계까지 하면서 준비한 전국 최초의 사례다.

초기에 화재 선박을 발견한 누구든지 쉽게, 가까이 다가서지 않고도 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이를 관내 모든 항·포구로 확대 보급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도 하고 있다.

 소화함 뿐 만이 아니다. 기상악화 시 조기에 조업선이 안전해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현장 경비함과 상황실이 총력 대응 중이다.

 또 봄철 국지성 안개에 대비해 해상을 구역별로 나누고 모든 기관에서 운용 중인 CCTV 화면을 실시간으로 확보해 ‘저시정’발효의 실효와 정확성을 확보했다.

 우리 해양경찰만이 아닌 여러 국가기관들이 참여했으며, 여러 차례 의견과 예산을 모은 결과다.  

 누구는 말할지도 모른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처방이라고.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사고에 대비한 거안사위(居安思危, 가장 안전할 때 위기를 생각하라)의 정신이라 하고 싶다.

 숙명을 이겨내고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은 노력도 공치사가 아닐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최첨단 해상교통 시스템이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완벽한 구조 구난 역량도 갖춰있다. 하지만 이런 우리도 여전히 해양사고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숙명도 운명도 아닌 위험을 선택한 인재(人災)가 해양사고에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서오경에 속하는 경전 중 하나로 중용 23편에는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하면 정성스럽게 되고 겉에 배어나와 밖으로 드러나고 밝아지게 되며, 이 밝음이 남을 감동시켜 변화를 일으켜 생육한다”고 적혀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녀야 할 자세와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외면에서 관심으로, 생각이 행동으로, 자만이 자중으로, 탁상공론이 적극 행정으로, 안전을 생각하는 우리 모두의 태도가 바뀌고 작은 노력들이 더해진다면‘해양사고’는 더 이상 운명도 숙명도 아닌 역사 속 단어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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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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