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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한지 장인을 지켜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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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한지는 우리보다 앞서 종이를 발명한 중국으로부터 제작기술을 들여왔지만,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와는 기법이 다르다. 한지가 선지나 화지보다 내구성과 보존성에서 빼어난 품질을 인정 받는 것도 이 독창적 기법 덕분이다.

한지는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지 오래다. 기록유물 보수에 화지나 선지를 활용해온 루브르 박물관이 내구성과 보존성에 문제가 생기자 대체 종이를 찾아 나선 끝에 보존성이 뛰어난 한지의 기능에 감탄하며 이제는 유물복원까지 한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우리나라 세계기록유산 중에서도 보존성을 돋보이는 <조선왕조실록>이나 <훈민정음> 등 대부분 유물은 한지로 만들어졌다.

사실 한지의 등재 추진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선지와 화지는 2009년과 2014년에 이미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된 터다.

한지의 등재 신청 내용은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이다. 문화재청은 한지를 닥나무 채취에서 과정에 이르기까지 장인의 기술과 지식, 마을 주민들의 품앗이가 더해져 우리나라의 공동체 문화를 잘 보여주는 유산으로 설명한다. 단순히 전통 종이 한지가 아니라 오래 계승되어온 고도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 그리고 그것을 보전해온 역사와 문화를 가치로 내세웠으니 장인들의 오래된 경험과 기술은 온전히 계승되고 있어야 함이 옳다.

그러나 한지가 처한 현실은 다르다. 전통 한지를 만드는 장인은 줄어가고 단절 위기에 놓인 기능도 있다. 한지를 뜰 때 기본이 되는 한지발 제작 기능도 그 하나다.

전주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지발을 만드는 장인이 있었다. 2023년 작고한 유배근 명장이다. 전통한지발을 만드는데 온 생애를 바쳤던 그는 2005년 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그 덕분에 한지발장 종목이 만들어졌지만, 뒤를 이을 전수자는 아직 지정되지 않고 있다. 평생 한지발 만드는 일을 함께해온 그의 아내와 아들이 있는데도 기능보유자나 전수자가 지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안타깝다.

한지의 인류문화유산 등재는 202612,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목록에 많은 유산이 올라있는 국가는 2년에 한 건씩만 심의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등재된 장담그기 문화까지 23개 종목이 인류무형유산 등재되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다등재국가다.

한지 등재를 앞두고 한지 도시를 자처하는 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가운 일이지만 정작 챙겨야 할 일은 놓치고 있는 형국이 불편하다./김은정 선임기자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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