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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5도 문턱 앞에 선 한국, 기후정치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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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승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ESG국가정책연구소 소장

2025년 6월3일, 새 정부의 기후 리더십은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기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말은 더 이상 수사나 구호가 아니다. 과학이자 정치이며, 무엇보다 생존의 문제다. 2025년, 전 지구는 ‘1.5도 임계점’이라는 마지막 경고등 앞에 서 있다. 이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기후위기는 ‘통제 가능한 문제’가 아닌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바뀐다. 그리고 오늘, 한국의 새 정부는 이 거대한 전환의 문 앞에서 첫 번째 정책적 선택을 해야 한다.

첫 번째 경고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5년까지 한 해 이상 1.5도를 초과할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1.5도는 단순한 과학적 기준이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마지막 온도선이다. 그 선을 넘으면 폭염, 가뭄, 산불, 해수면 상승, 생물종 멸종 등 연쇄적인 재난이 일상이 된다. 지금 탄소 감축 속도를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높이지 않으면, 이 임계점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EU는 2026년부터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등 고탄소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한다. 2025년은 그 시행을 위한 ‘의무 보고의 해’로, 국내 수출기업들은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철강, 전기전자, 자동차 업종은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을 관리하지 않으면 수출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의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다.

세 번째는 기후금융의 세계적 재편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재선과 함께 ESG 금융 및 넷제로 정책의 후퇴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JP모건, 씨티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이 넷제로 금융동맹(GFANZ)에서 이탈하면서 글로벌 자본의 기후 대응이 분화되고 있다. 반면 EU, 일본, 중국은 기후금융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며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기후금융 블록화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K-택소노미 정비, 녹색채권 시장 활성화, 공적 금융기관의 ESG 중심 개편 등 기후금융 기반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네 번째는 AI와 디지털 기술의 녹색 전환이다. 기후예측, 에너지 최적화, 재생에너지 수급 조절 등에서 AI는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모, 전자폐기물,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라는 새로운 환경문제가 있다. 기술 혁신이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가 되려면, 그 자체의 에너지 효율과 탄소 감축 효과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새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전략이 지속가능성을 내포하지 않는다면, 그 혁신은 오히려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빠져선 안 된다. 기후정책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비용을 요구한다. 석탄발전소 폐쇄는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탄소세는 에너지 빈곤층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노동자 재교육, 지역전환 계획, 에너지 복지 확대 같은 사회적 안전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기후전환의 주체는 정부나 기업이 아닌 시민이어야 하며, 이 전환이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진짜 지속가능성이 완성된다.

2025년은 ‘속도’와 ‘정의’라는 두 축이 충돌하는 해가 아니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해다. 탄소 감축은 더 빠르게, 사회적 전환은 더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한국의 기후 리더십이 이 균형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넘기게 될 것이다. 기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는,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

지용승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ESG국가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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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상기구 #기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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