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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전주 호국용사촌 가보니⋯"정치권·지자체 무관심 속 잊혀져 가"

1970년 여의동에 중상이 국가유공자 22명이 모여 설립
1981년 원동으로 이주⋯현재 유공자유족 등 19명 거주
주민 대부분 고령자⋯낡은 시설 정비에 어려움 겪어

“젊은 시절이었다면 다들 스스로 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 많이 벅차네요.”

국가에 헌신했던 국가유공자들과 그 가족들이 모여 사는 전주 ‘호국용사촌’이 지자체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잊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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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찾은 호국용사촌 사무실. 김문경 기자

25일 전주시 덕진구 원동 매암마을. 낡고 오래된 벽화길을 따라 들어가자 붉은 벽돌로 지어진 사무실 건물과 빛바랜 호국용사촌 표지판을 만날 수 있었다. 에어컨 하나 없이 딱딱한 교회 의자만 설치된 낡은 사무실이었지만, 호국용사촌 주민들은 건물 안에서 반갑게 서로 아침 안부를 나눴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탁경률(75) 호국용사촌 회장은 마을 주민들이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국가에 이바지했다는 것을 자긍심으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탁 회장은 “국가유공자 본인은 물론이고, 그들을 곁에서 돌봐오던 가족들 역시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경제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워도 항상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이라는 자부심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산다”고 전했다.

전주 호국용사촌은 1970년 여의동에서 22명의 중상이 국가유공자들이 모이면서 처음 설립됐다. 이후 1981년 12월 현재의 위치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6·25 참전 유공자, 월남전 참전 유공자 등 국가유공자 7명과 유공자 유족 12명이 거주 중이다. 

과거 정부는 국가유공자들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거주자들이 수익이 날 수 있는 사업 계약을 따낼 수 있게 권장하면서, 호국용사촌 건설은 더욱 탄력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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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모인 호국용사촌 주민들. 김문경 기자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호국용사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희미해졌다. 과거 매년 정기적으로 마을을 찾던 지자체와 정치권 관계자들도 발길을 끊었다. 자연스럽게 마을에 대한 지원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박진순(85) 옹은 “도지사나 시장의 방문은 당연히 없어졌고, 관계자들도 전화 한 통 없다”며 “이제는 보훈지청만 종종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5년 동안 지역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이 몇 번 바뀌었지만, 무관심만 이어졌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적어진 관심과 지원 속에서 더욱 연로해진 호국용사촌 주민들은 생활을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탁 회장은 “낡은 사무실을 대신할 건물을 만들고 있는데,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예정지 인근 정비가 어렵다”며 “마을 주민들이 제대로 된 건물에서 모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한숨지었다. 

주정자(82) 옹은 ”주어지는 10만 원 남짓한 보훈 수당은 병원비와 택시비로 바로 소진된다“며 ”현재 집들은 대부분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에 지어진 건물들이라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라 직접 수리하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오영순(81) 옹은 ”15년 전 칠했던 벽들이 때가 타고 가루가 떨어져 보기 좋지 않다“며 ”집 안팎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 벽을 다시 칠하고 싶지만, 마을 규모도 작고 액수가 큰 작업이 아니다 보니 돈을 줘도 하겠다는 업체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을 주민 대부분이 상이군인이거나 고령이라 직접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어려워진 삶 속에서 주민들은 마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탁 회장은 “요즘 나라가 어렵다는 것도 알고, 개인적인 어려움들까지 지자체에 부탁할 정도로 염치가 없지 않다”며 “그러나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호국용사촌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없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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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호국용사촌 #탁경률회장 #덕진구 #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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