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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만금에 ‘금융의 고속도로’를 만들자

곽병선(전 군산대학교 총장, 한중미래포럼 공동대표)

새만금 사업이 첫 삽을 뜬 지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다. 3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새만금의 시계는 여전히 더디게만 간다. 매립률은 40%에 머물러 있고, 도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희망고문’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는 그동안 바다를 메워‘땅’을 만드는 데만 몰두했다. 하지만 땅이 있다고 도시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사람의 몸에 피가 돌아야 생명이 유지되듯, 도시가 살아 움직이려면‘자본(돈)’이라는 혈액이 끊임없이 돌아야 한다. 지금 새만금은 거대한 몸집은 갖췄지만, 혈관이 막혀 피가 돌지 않는 동맥경화 상태다.

그 혈관을 막고 있는 찌꺼기는 바로 낡은 ‘규제’다. 현재 전 세계의 자본은 넘쳐나는데, 이 돈이 새만금으로 들어오려면 복잡한 환전 절차와 까다로운 외환 신고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글로벌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망설이고 싱가포르나 상하이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흙으로 땅을 메우는 토목 공사를 넘어, 자본이 흐르는‘금융의 고속도로’를 뚫어야 한다. 그 해법으로 두 가지 디지털 금융 혁신안을 제안한다.

첫째, 새만금에 ‘금융 하이패스’인 SGIA(새만금 글로벌 투자 계좌)를 도입하자.

쉽게 말해, 외국 기업이 달러나 유로화, 위앤화를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들고 와서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지금은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려면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수수료를 내고, 돈을 쓸 때마다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마다 차를 세우고 검문하는 격이다.

SGIA는 새만금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이런 절차를 생략해 주는‘전용 차로’다. 환전 비용이 없고 자금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막혀 있던 글로벌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올 것이다. 상하이는 이미 이 방식으로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유치했다.

둘째, STO(토큰 증권)를 통해 도민과 이익을 나누자.

새만금에는 조력발전소나 태양광 단지, 수변도시 같은 거대 인프라가 들어선다. 여기에 들어가는 수조 원의 돈을 언제까지 나랏돈(세금)에만 의존할 것인가?

STO는 이 거대한 자산을 아주 작은 ‘디지털 조각’으로 나누는 기술이다. 마치 피자 한 판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듯, 1조 원짜리 발전소를 10만 원, 100만 원 단위의 조각으로 나누어 파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투자자는 물론, 우리 전북도민들도 커피 한 잔 값으로 발전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발전소가 돌아가 전기를 팔면, 그 수익은 꼬박꼬박 도민들의 지갑으로 들어오는‘연금’이 된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도민 참여형 개발’이다.

일각에서는 전주의 금융중심지와 기능이 겹치지 않느냐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기우다.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돈을 굴리는 ‘두뇌’라면, 새만금은 그 돈이 투자될 실물 자산을 만드는 ‘심장’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할 투자처를 새만금이 만들어 공급하는 구조니, 오히려 환상의 짝꿍이 되는 셈이다.

정부에 간곡히 요청한다. 법을 뜯어고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 새만금 산업단지를 ‘금융 규제 샌드박스’지역으로 지정해 달라. 아이들이 모래 놀이터(샌드박스)에서 자유롭게 놀듯, 새만금에서만큼은 기존 규제를 면제해 달라는 것이다.

땅은 이미 넓게 닦여 있다. 이제 그 위에 금융이라는 고속도로만 깔면 된다. SGIA로 뚫린 길을 따라 전 세계의 돈이 들어오고, STO라는 그릇에 담긴 과실을 도민들이 함께 나누는 미래. 그것이 35년의 기다림을 끝내고 새만금을 다시 뛰게 할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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