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사주, 별자리, 에니어그램. 예전에는 혈액형이었고, 요즈음에는 점성술까지. 미지에 대한 파악일 수도, 재미일 수도 있는 다양한 기호(記號)에 대한 열풍들은, 단순 가십이나 오락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일시적일 줄 알았던 이러한 관심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러한 관심이 자신을 설명해 줄 명확한 언어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외부로부터 강요된 규정이나,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의무가 아닌, 직접 선택한 언어로 실존을 서술하고자 하는 갈망으로 보인다. 이미 자신 안에 있는 감각이지만, 아직 언어가 되지 못한 어떠한 ‘것’을 명료한 근거와 함께해 꺼내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러나 명료하게 서술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2024년, 개인전 ‘태세:‘그것’이 [이:름]이 되-려면,’을 준비하며, 이름 붙일 수 없는 순간의 두려움을 작업한 적이 있다.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구조적·문화적 요소들을 발견하고, 불명확한 잔여들에 구체적 형상과, 고정적 명칭인 [이:름]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진행했다.
그러나 결국 제작된 이미지들은 파악하기 어려운 기형적인 형상들이었고, 타인과 상호할 수 있는 기호가 아니었다. 이러한 정의되지 않는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선, 개인을 규정하는 것을 넘어, 나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장(場)’을 구성하는 일이 필요했다.
다가오는 4월 4일에는 기획의 글 등으로 참여한 ‘어반스트라이커즈 전주’의 ‘BOLD vol 5:GOOD’이 준비되고 있다. ‘없다’라고도 불리는 지역 내 전자음악 ‘씬(Scene)’을 신(神)을 부르는 ‘굿(巫祭)’과 연계해 씬을 ‘드러내고자’하는 자리이다. 이들은 모두 각각의 [이:름]이 있지만 상호할 수 있는 장(場), 같은 언어와 정의를 사용하고, 함께 발화할 수 있는 맥락을 필요로 한다.
나아가, 11월에는 상호하지만, 맥락의 변화를 목적하는 장모리 개인전 ‘퀴어실존(가제)’을 준비하고 있다. 정의될 당시엔 유효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맥락의 변경을 필요로 하는 ‘퀴어함’이라는 개념을 재정의하며, 누구나 약간의 ‘이상함’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로 나아가려 한다.
그렇게 [이:름]은 불리워야 한다. 상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불려만 지는 피동적인 대상이 되어선 안되고, 아예 다른 대상들로부터 잊혀지는 유령이 되어서도 안된다. 그리고 이 [이:름]은 완결되지도 않는다. 삶이 고정될 수 없듯, 영원히 계속 수정되어야 한다.
MBTI 등의 열풍이 식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 모른다. 삶의 변화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고, 세밀하고 명료한 언어들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완전히 지시하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불완전하기에 편리한 기호들.
예술가들은 이 과정을 ‘신병(神病)’처럼 앓는다고 한다. 풀어내지 않으면 병이 나는, ‘이름 없는 상태’를 ‘작업’을 통해 해소한다. ‘이것’이 상호할 수 있도록 이름을 함께 불러주기를 청한다. 언어를 구축하고, 사회의 언어로 확장시키고, 정의된 것들의 맥락을 다시 확인하고, 해체한다. 그리고 또다시 이름 짓는 ‘내림’의 연쇄들이다.
이러한 ‘내림’의 과정에선 어떤 [이:름]을 받게 될까? 막연하지만, 조금 낙천적인 기대를 가져본다. 나는 다재다능한 AB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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