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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전북에 필요한 것 - 성재민

1980년대 초반 등장해 온 국민을 열광케했던 '국민스포츠' 야구가 새 전성기를 맞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2009시즌 전체 관중은 525만명을 돌파했다. 1995년 세운 역대 최대 관중 540만의 기록도 곧 갈아치울 기세다. 쌍방울 레이더스의 공백으로 전남북을 아우르는 '호남팀'이 된 기아 타이거즈는 리그 1위를 달리며 한국시리즈 직행을 예고하고 있고, '미리보는 한국시리즈'로 불리는 선두팀들의 경기는 연일 매진사례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 야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그러나 전북은 좀 다르다. '호남팀' 기아를 응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광주전남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간간히 군산에서 경기를 치르긴 하지만 기아 타이거즈의 주 활동무대가 광주전남인 탓에 전북도민들이 기아에 대해 지역연고팀 의식을 갖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최근 전북 현대의 선전은 반갑기만 하다. 전북현대모터스는 7일 현재, 전북은 1위 서울에 불과 승점 1점차로 뒤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돌풍의 핵'이다. 여차하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을 정도다.전북이 '돌풍의 핵'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화려한 컵대회 성적과 달리, K리그 성적은 초라했기 때문이다. 전북은 지난 1994년 창단 이후 FA컵, 슈퍼컵, AFC챔피언스리그, 태국 빅4컵까지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유독 K리그와는 인연이 없었다. 가장 높은 성적도 2000년 3위가 전부다. 그런 전북이 이번 시즌에는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그것도 1위를 턱밑까지 추격하면서.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관객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매 홈경기마다 2만여 관중이 전북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그러나 한편으론 걱정이 앞선다. '혹시 이 인기가 반짝인기가 아닐까'하는, '성적이 조금만 나빠지면 다들 경기장을 떠나진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은 작게나마 지역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기에 긍정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연고팀은 지역에서 사랑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지역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때문에 지역팀이 지역민들에게 사랑받을 때, 지역에 대한 애정도 가질 수 있다. 지역 속에 자리하지 못하는 지역팀은 한 순간 소비되는 엔터테인먼트에 그치기 쉽다. 성적이 좋을때만 '반짝 인기'를 얻을 뿐 지속적인 인기를 얻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지역팀과 지역민들 사이에 더 큰 관심과 애정, 소통이 필수적인 것은 당연하다.그런 의미에서 지역팀의 역할을 강조한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의 애칭)에서 3만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3만 관중'을 만들기 위해 '도민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선수들과 함께 사인회나 봉사활동 등을 자주 열고 다양한 지역기여활동을 통해 도민들을 더 자주 만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 감독의 발언에서 '지역과 호흡하는 지역팀'이 될 때 '3만 관중'을 모을 수 있다는 확신이 느껴진다.만약 지역팀이 그러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지역민들이 보내줄 수 있는 답은 하나다. 바로 지역팀의 열렬한 팬이 되는 것이다. 홈경기에 '3만 관중'이 모여 지역팀의 경기를 응원한다면 그 이상의 선물은 없을 테다.지역팀에 대한 관심은 지역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지역팀이 지역민들의 관심을 얻을 때, 지역민들은 팀을 중심으로 하나의 정서적 공동체를 이루어간다. 지역팀 자체가 지역공동체의 '핵'이 되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유명한 지역스포츠팀은 언제나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음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박지성 선수가 속해있어 더욱 친숙한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처음에는 작은 지역동호회 수준의 축구팀에서 시작했다. 이 팀의 성장배경엔 지역민들의 열렬한 사랑과 지지가 있었다. 이제 우리 차례다. 지역팀은 지역민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지역팀이 '지역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보일때, 그리고 전북도민들이 뜨거운 사랑과 응원을 보낼 때 전북 현대를 비롯한 지역연고팀은 비상(飛上)할 수 있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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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09 23:02

[청춘예찬] '취집'가는 시대 - 이현수

올해도 사상 최대의 취업난이라고 한다. 작년에도 그랬고, 그 전 해에도 역시 그랬다. 해마다 들려오는 사상 최대의 취업난. 벌써 몇 년째 겪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더 심각해진다고 하는데 이제는 하도 흔해빠져서 시큰둥하게 느껴질 정도이다.이 와중에 필자가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그건 극심한 취업난이 만들어낸 희한한 신조어들이다. 이태백, 삼팔선, 오학년, 88만원 세대 등등. 감춰진 속뜻을 알고 나면 누구나 고개 끄덕이며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중에는 필자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신조어도 있다. 바로 '취집'이다.'취업'과 '시집'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말은 취업이 힘든 여성들이 취직을 포기하고 결혼을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이른바 '잘난 남자'의 삶을 디딤돌로 삼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취업난과 실속을 따지는 신세대 결혼관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물론 인생의 배우자를 찾는 일은 언제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피신하는 셈 치고, 그저 편하게 살아보자고 결혼을 한다니! 오죽 힘들면 그럴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괘씸하기까지 하다. '취집'속에 감춰진 '잘난 남자' 만나 편하게 살고 싶다는 꿍꿍이가 너무 비겁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사실 여자의 목소리가 집 밖으로 나온 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여자가 남자에 비해 사회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더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가 여성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자들도 많다. 한 번 취직하면 결혼을 최대한 늦추거나 등 떠밀어도 굳건히 버티는 여자들은 더 많다. 그런데도 '취집'을 똑똑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취집'을 생각할 만큼 똑똑하다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다시 한 번 똑바로 보자. '취집'이 생각만큼 만만할까? 주위를 둘러보면 취직보다 더 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다. 안정된 직장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대를 찾기 위해서는 본인 역시 그에 상응한 자격을 갖춰야함은 기본이기 때문이다.또한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해서 나보다 훨씬 나은 상대를 만날 거라 기대한다면 이 역시 잘못 짚었다. 상대방 역시 같은 생각일 테니까 말이다.게다가 요즘은 남자들도 결혼을 꺼린다. 우리 부모세대처럼 결혼하면 호박이 넝쿨째 들어오던 시대가 지났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왕자도 아닌데 신데렐라를 모셔 와야 하니 어찌 겁이 안날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요즘 내 주위엔 서른 넘은 남자들이 차고 넘친다.지금 우리가 살아나가는 이 시대는 분명 힘들다. 그러나 아직도 여자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오히려 이런 세상을 엎어버릴 생각을 하자. 이 까짓것 별거 아니라고,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시련들과 즐겁고 치열한 대화를 하며 이겨 내보자. 적어도 제 목소리를 내며 살기 위해 더 오래 참고 숨죽였던 여성의 역사위에서 살면서 그 깊이를 알지는 못해도 비겁해지지는 말자. /이현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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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26 23:02

[청춘예찬] 예술인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 박영준

연극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먹고 살기 힘들죠?나는 솔직하게 대답한다."아니요. 연극 통해 먹고 살 수 있는 일들도 많아요.하지만 배우만 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연극이 많이 올려지지 않는 지역에선 연극배우로만 살아가기엔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연극배우를 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공연기획, 홍보, 조명, 무대제작 등으로 밥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연극하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배우만 고집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몇 년 전 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예술강사를 모집해 학교 및 시설로 파견하는 사업이 시작했다.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일환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에게 일정기간 연수를 거치게 한 뒤 예술강사라는 직함을 부여해 직접 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그로 인해 이들은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특수학교, 대안학교 포함)과 아동복지시설, 복지관 시설에 파견돼 60세 이상 노인장애인, 사회 취약계층에게 국악, 연극, 무용, 미술,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전북의 경우만 해도 500여개가 넘는 시설에 많은 예술강사들이 파견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물론 예술가에게나, 문화소외 계층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 들여다 보면, 단순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극단에 소속돼 있는 배우들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예술강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유가 생긴 이들은 남은 에너지를 무대에 쏟지 않고 정작 무대를 떠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교육을 하고자 한다고 해도 공연활동을 하면서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나마도 버티다 버텼던 배우들은 하나둘씩 서울로 빠져나간다. 지역 예술계는 힘들다, 더이상의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더 즐길 문화가 다채로워진 상황에서 연극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하지만 과연 그럴까. 연극은 사람 냄새 나는 무대다. 미리 짜놓지 않고 감정을 바로 드러내는, 관객과 배우와의 교감이 일대일로 전해질 수 있는 무대다. 게다가 연극에선 몇 개의 상징적 소품으로도 사실적 장면의 긴장감을 살릴 수 있다. 사실적 장면보다 더 사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다.그렇기 때문에 어떤 공연예술 무대라 하더라도 연극이 갖는 매력을 따라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매년 연극의 위기론이 터져 나오지만, 명맥을 이어나가는 것도 그만큼 연극이 갖는 매력이 아직까지는 통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극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배우들 스스로가 노력한다면, '흥행보증 수표'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예술계에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연극을 비롯한 순수예술 장르는 특히 더하다.연극인들이여! 예술가들이여! 다시 무대로 돌아오라. 무대가, 관객들이 예전의 그 감동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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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19 23:02

[청춘예찬] '지방의 눈'으로 본다면 - 성재민

최근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일명 '큰절편지'를 두고 일어난 논란을 지켜보며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논란의 핵심이 '중앙의 논리'에 의해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적어도 전북에서는 철저히 '지방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표현의 문제는 김 지사의 잘못이 컸다. 김 지사가 편지 서두에서 '존경하는 대통령님! 오늘 저와 200만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께 큰 절을 올립니다'라고 쓴 것은 분명 잘못이었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과거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시 봉헌' 발언을 떠올렸다. 감사의 의미를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보다 신중해야 했다. '전북도지사로서 감사'한다는 정도만 되었더라도 이번 논란은 커지지 않았을 테다.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배신론'이다. 야당인 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는 김 지사가 여당의 핵심인 이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하는 것이, 적(敵)에게 '큰 절'을 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배신'과 다름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지방의 관점은 중앙과 다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가 겸 행정가다. 지역민의 투표로 선출되는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행정력을 움직이는 행정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앙정치의 틀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구조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의 핵심 예산과 정책 결정권은 결코 중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과세부터 재정까지 중앙정부의 비중이 훨씬 크다보니 큰 사업일수록 중앙의 힘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새만금이라는 거대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려면 중앙부처와의 협력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김 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새만금 전도사'다. 임기 내내 새만금 사업을 전북의 신성장동력으로 평가하며 추진에 앞장서왔고 특별법 제정까지 이뤄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새만금종합개발계획을 발표했고, 김 지사는 이를 적극 환영했다. "환영의 도가 지나쳤다"는 목소리도 있다. 표현이 과도했을 수 있다. 그러나 김 지사와 이 대통령간의 불편한 관계를 고려하면 역으로 다소 너그러워질 수도 있다.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 지사는 이 대통령과 정치적 '악연'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과거 전주시장과 서울시장, 전북도지사와 유력대선후보였을 때에 잇달아 부딪히며 날을 세워왔다. 아마 현 지자체 단체장 중 대통령과 가장 많이 부딪힌 단체장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김 지사가 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소통'을 시도했다. 새만금 사업 추진을 위해 좋지 못한 정치적 관계를 무릅쓰고 편지를 보낸 것이다.여기에 '배신론'을 제기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많은 권력과 예산, 사업을 정부에서 쥐고 있는데 타 정당 단체장이라는 이유로 정부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면 정권 5년 내내 야당 지자체장은 쥐죽은 듯 살라는 말인가? 야당 단체장이 속한 지역은 아무런 사업도 추진할 수 없나? 이것이야말로 풀뿌리 정치부터 중앙 정치에 예속시키는 것 아닌가?다시 생각해보자. 표현의 문제는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지역을 위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 정권과도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점은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전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을 위해 발벗고 뛰는 각 지역의 크고 작은 단체장에게 모두 적용되는 말이다. 적어도 지방자치에서는, 정당의 다름은 '다름'일 뿐이지 '틀림'이 아니다. 그것이 소통의 지름길이다. 지자체장들이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고 소통을 등한시한다면 지역민의 삶은 고단해질 뿐이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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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12 23:02

[청춘예찬] 서른 즈음에 - 백상웅

내가 태어난 도시는 전라선의 끄트머리에 조가비처럼 자리 잡은 여수라는 곳이다. 대학을 전북 쪽으로 진학하면서 여수를 떠난 지 십년이 훌쩍 넘었지만, 비릿한 바닷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는 그곳에는 아직 친구 몇이 고향을 지키고 있다. 떠도는 말로는 순천에서 인물 자랑 말고, 벌교에서 주먹 자랑 말고, 여수에서는 돈 자랑하지 말라고 했지만, 여수를 지키는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주머니가 가볍다. 대규모의 석유화학 공업단지가 있어 때때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은 벌어 쓰겠지만, 그것도 경기가 좋을 때의 이야기다. 공단에 연줄이 없거나 게으른 놈들은 부모님 눈치를 보며 독서실에서 취업준비를 하며 여태 컵라면을 끊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명절날에 모여서는 시내바닥을 쏘다니면서 꿈에 대해 버럭버럭 소리 지르던 놈들이 서른이 되니 전라선만큼이나 늙어버렸다.무엇이 친구들에게서 꿈을 빼앗아 갔는지는 모른다. 아직 서른이니 꿈을 접었다고 단언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세상을 바꿔보겠다거나 1조를 벌겠다는 등의 꿈같은 꿈을 떠벌리고 다니기에는 너무 늦었다. 소주 몇 잔 걸치고 종포 앞바다에 오줌을 갈기거나 오거리와 진남관 앞길까지 휘젓던, 정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1조가 껌 값처럼 느껴졌고, 세상을 바꾸는 것도 예비군 훈련만큼이나 쉽다고 생각했다. 물론, 친구들이며 나는 이런 생각이 꿈이라기보다 객기에 가깝다는 것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 객기를 부리고 방구석에 누워 있다 보면 항문 언저리부터 알 수 없는 힘이 불끈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의 멱살을 움켜쥘 것 같았던 객기도 친구들을 만나야 부릴 수 있는 것이라, 서로 통 연락이 없는 요즘은 꿈이며 취업 같은 말은 되도록 아낄 수밖에 없다.나는 이게 화가 난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울 것 같은 서른이 더위 먹은 개처럼 빌빌 거린다는 것이 열 받고, 내 친구들 중에 그 흔한 대기업에 취직한 놈이 한 녀석도 없는 것에 열불이 나고, 고교시절 영어 단어 외우기보다 무협지에 정신 팔렸던 과거에 화가 난다. 만화가며, 작가며 꿈꾸던 것들이 나이 서른이 되었다고, 이미 늦은 것 같다고, 먹고 사는 일에 쫓겨 아등바등 되는 꼴도 보기 싫다. 내가 더욱 천불이 나는 것은 먹고 사는 일이 정말 아름다운 노동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는 사실이다.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먹고 사는 일로 나를 키웠고 나는 그 일 때문에 나름 사람 구실을 하며 살고 있다. 이처럼 한 생을 구하는 노동을 나와 내 친구들은 아직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갑갑할 노릇이다.조만간 여수에 내려가 친구들 낯을 볼 생각이다. 독서실에서 컵라면을 끊지 못하는 녀석과 신학대학 다닌다고 하다가 포기한 녀석과 군대에서 말뚝 박은 녀석을 만나 회라도 한 접시 먹을 작정이다. 소주 몇 잔 마시면서 간만에 세상에 대한 욕을 좀 하고 싶다. 내가 저지른 잘못 말고, 정부에 대한 험담이랄지 고교시절 공부 잘하던 녀석에 대한 흉이랄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이리저리 시비도 걸면서 최대한 방정맞게 놀 것이다. 또 시간이 난다면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중에 누가 더 예쁘냐에 대해 토론도 하면서 실없이 낄낄거리겠다. 최대한 분노할 것이며, 최대한 웃을 것이다. 간만에 객기를 부리며 여수가 세상의 중심인 듯, 서른의 중심인 듯, 밤새 친구들의 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백상웅(시인)▲ 백상웅 시인은 1980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현재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이지만, 2008년 창비 신인시인상을 받으며 시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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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05 23:02

[청춘예찬] '청춘'을 입자 - 이현수

요즘 젊은 세대들은 패션의 유행에 민감하다. 자신을 드러내고 돋보이게 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며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패션은 몇 차례의 계절을 항상 앞질러갔고, 그에 따라 많은 유행이 번졌다 사라졌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여전히 청춘의 상징으로 건재함을 자랑하는 옷이 있다. 바로 청바지다.원래 청바지는 리바이 스트리우스가 광부들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광부들의 바지가 쉽게 헤진다는 것에 착안해서 질기고 튼튼한 천막용 천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청바지는 실용성을 인정받아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보급되었고, 미국 서부 영화의 주인공들이 입고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했다.그 후 청바지는 시대에 따라 더 노련하게 변화해 왔다. 개성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심리를 적절히 공략했고, 이는 성공했다. 그리고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청바지는 이미 많은 세대를 아우를 정도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하며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표현해내는 거대한 힘 말이다.이것은 한편으로 독특하기도 한데 필자에게는 특히 '구제청바지'가 그러하다. '구제'라 함은 남의 손을 한 번 거쳤다는 뜻인데,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되며 그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유독 젊은 세대들은 '구제 청바지'에 열광한다. 외국 사람들이 입었던 옷이 설령 세탁과 수선을 거치지 않았다 할지라도 망설이지 않는다. 오히려 오랫동안 입어왔던 것 같은 편안함과 오랜 세월이 만들어준 자연스러운 무늬가 그 매력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필자는 이쯤 되면 매력이 아니라 마력같이 느껴지기도 한다.물론 '구제청바지'의 멋스러움을 필자도 이해한다. 옷을 물려 입고 물려주며 자라 거부감이 적기도 하지만 '구제청바지'에는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낡고 오래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헤질 때까지 입고 누린 갸륵한 시간이 멋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갸륵한 시간은 내 몸에 걸친다고 해서 결코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밖으로 드러난 멋스러움을 즐기는 것 뿐, 궁극적으로 그 이상의 가치는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필자 역시 청바지가 좋다. 어딘지 미련할 정도로 질기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것이 청바지에도 사람의 뚝심같은 것이 있나 싶다. 그리고 그 때마다 젊은 세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단지 '구제청바지'가 아니라 그 질기고 튼튼한 청바지가 헤질 때까지 입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청바지가 헤지고 낡을 때까지 세상에 부딪치며 삶을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그 시간들이야말로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청춘'일 것이며, 그 시간들은 고스란히 옷에 배여 자신만의 가장 멋스러운 삶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보면 왠지 패션은 있지만 청춘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필자 역시 '청춘'이라는 것을 한 번씩 서랍에 넣어두고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청춘'이라는 옷을 꺼내 입어야 하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절대로 입을 수 없기에 더 헤지고 닳도록 입어야 하는 '청춘'을 말이다. /이현수(시인)▲ 이현수 시인은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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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9 23:02

[청춘예찬] 공연에도 분야별 전문화가 필요한 시대 - 박영준

공연예술단체 연극, 오페라, 무용, 교향악단, 국악단의 발전은 공연팀과 기획팀의 구분, 분야별 전문화를 통해 성장을 할 수 있다.6월 초 제주도에서 열린 해비치아트마켓에 전주시립극단 기획자로 참가했었다. 해비치아트마켓은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작품들이 전국문화예술회관을 대상으로 공연을 사고 파는 장소이다. 그 곳에서 많은 공연기획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 난타와 점프, 카르마를 해외 마켓을 통해 세계에 우뚝 세운 퍼포먼스 시장의 국가대표급 기획자 권은정씨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획자가 어떻게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는지에 따라 작품의 성공과 단체의 운명이 갈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우리지역에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성있는 공연물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해외시장에서 공연을 어떻게 홍보해야 하는 지, 어떤 루트와 조건으로 갈 수 있는 지, 단지 그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성공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단지 "공모사업을 위한 급조된 예술단체를 만들"거나 서울에서 날아온 "대형뮤지컬 공연이 전주에서 공연하면서 돈을 다 쓸어간다고 부러워"하고만 있지는 않았는가. "방송국에서 지역예술의 발전에 기여는 안하고 돈버는 가수들의 콘서트와 뮤지컬 장사만 한다고 욕하기"보다는, "노인예술단체가 지원금을 협회들나 법인단체들 보다 더 받아간다고 화내기" 보다는 좀더 생산적이고 본질적인 고민을 해야할 때인 것이다.지역 예술단체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역 뿐 아니라 서울의 문화예술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대부분 기획과 홍보 인력을 뽑는다는 공고가 떠있다. 그만큼 기획홍보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도내에서는 인력을 양성하고자 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마당문화기획아카데미는 2002년 1기를 시작으로 지역문화를 이끌어갈 문화기획자 양성을 목표로 탄탄한 이론과 실제사례분석 등 실무 감각을 키우고자 한걸음 앞선 커리큘럼으로 예비기획자들을 배출해내고 있다.전북연극협회에서는 전라북도에서 지원되는 '2009 연극전문인력 양성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배출된 인력들은 전주 군산 익산 남원 등 도내 8개 연극전용 소극장에 상근단원으로 배치된다. 연극분야 외에도 미술과 음악분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노동청에서 진행하는 '사회적일자리 창출 사업'의 경우 전통문화사랑모임, 푸른문화, 호남오페라단, 마당, 예술기획 예루 등 많은 단체도 인력을 채용하여 일정금액의 급여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통해 단체들의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문화예술 기획경영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인건비를 지급받아 기획경영 분야의 전문인력들을 활용하고 있는 단체들도 있다.연극판만 보더라도 배우과 기본 스탭은 갖추고 있지만 기획 담당자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있다 하더라도 기획자가 홍보나 티켓 마케팅까지 맡아서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이제는 공연예술단체가 발전하길 원한다면 공연팀과 기획팀의 구분, 분야별 전문화가 이루어진다면 조금이나마 더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거라는 생각을 확신한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박영준 기획자는 우석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창작극회 단원, 우진문화공간 무대조명감독, 문화공간 싹 연극교육담당, 전주시립극단 기획자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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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2 23:02

[청춘예찬] 지역 스스로 목죄는 '자발적 인재유출'

"넌 서울 안가냐?"요즘은 익숙해 졌지만 아직도 드물게 듣곤 하는 말이다. 요즘 내 또래인 20대 중후반들의 진로는 대개 두 방향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역에 남거나 서울로 가거나. 지역에 남겠다는 이들은 주로 고시를 준비하는 쪽이요, 서울로 가겠다는 이들은 '서울에 가야 먹고 살 길이 생긴다'고 믿는 쪽이다. 나는 지역에 남아있고 싶어하는 애정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나마 전자가 낫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꿈이나 열정을 위해 지역에 남는 이들을 찾기는 무척이나 어렵다.안타까운 사실은 지역 스스로가 서울로 가지 않는 이들을 서울로 가는 이들에 비해 열등하거나 무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은 스스로 인재들을 외부로 밀어내는 '자발적 인재유출'을 자행하고 있다. 소위 '지역 인재'들에게 "지역말고 서울가서 공부하란"다. 그냥은 못 보내니 감사한 마음이라도 가지라고 손수 큰 돈 들여 서울에 장학숙까지 지어준다. 열심히 뒷바라지 해서 지역 인재들을 서울로 보내는 지역의 모습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자식교육에 헌신하는 '기러기 아빠'의 그것과 꼭 닮았다.우리가 주변에서 숱하게 들어온 '기러기 아빠' 이야기의 주요 테마는 '헌신적 뒷바라지 뒤의 배신'이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많은 경우가 그런 것도 사실이다. 이제 묻자. 배신당한 그들이 모든 걸 바쳐 무엇이 남았나? 지역은 이와 얼마나 다른가? 소위 중앙에서 '잘 나간다'는 지역출신 인사들은 서울과 지역 중 어떤 곳을 위해 주로 활동했나? 왜 지역은 '기러기 아빠'가 되기 위해 안달하는가?광주문화방송 보도제작부장 박용백은 최근 출간한 저서 「서울에서 살렵니다」에서 "서울 유학파는 서울의 직장에서 터를 닦아 중견 사원이 되거나 간부급이 되어 연고가 있는 지역으로 파견돼 내려온다. () 그러나 그들은 잠시 머물다 돌아간다. 지역은 일시체류, 서울은 영구 귀환의 땅이다"라고 말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은 자신의 블로그 '원순닷컴'에 올린 '어떤 모순-교육도시 전주가 서울에 학숙을 세우는 이유?'라는 글에서 "교육도시로 자타가 공인하는 전주가 그 지역으로 다른 지역의 학생들을 끌어들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자신의 지역 출신의 학생들을 위해 서울에다가 기숙사를 짓다니"라며 "이런 끔찍한 모순이 어디 있는가!"라고 탄식했다.이제 생각을 바꿀 때다. 지역이 '자발적 인재유출'을 위해 수많은 돈을 붓는 동안 지역에 남은 이들은 장학금 받을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돈은 돈대로 서울로 보내고, 인재는 인재대로 서울에 빼앗겨 지방대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약해진다. 지역 스스로가 자신의 목을 죄고 있는 꼴이다. '중앙에 줄 있는 인물을 키워서 지역에 콩고물을 떨어뜨리자'는 기존의 '줄대기'식 전략과도 다를 바 없다. 지역발전의 핵심은 지방분권이고, 지방분권의 핵심은 스스로의 권한을 유지강화시킬 수 있는 지역 인재 양성이다. '자발적 인재유출'을 다시 생각할 때다. 그래야 지역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성재민 대표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재학 중이다. 저서 「재미있는 전주이야기」(강준만 외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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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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