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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디지털 소통세대'의 탄생 - 성재민

현 20대를 일컫는 '88만원세대'란 용어는, 1990년대 후반 불어닥친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변화한 한국경제의 체질로 인해 발생한 새로운 계급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자칭 'C급 경제학자' 우석훈의 동명저서에서 처음 등장한 이 말은 기존 소득중심의 구분법을 벗어나 세대 중심의 구분법을 제시함으로써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의 20대는 사회진입에 있어 기성세대와의 자리다툼을 해야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세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매우 불리한 세대다.소위 '88만원세대론'이라 불리는 이와 같은 주장은 경제중심의 관점으로 볼 때엔 매우 적절한 분석으로 여겨지지만 모든 측면에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내린 분석인만큼, 시각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그러나 '88만원세대론'의 등장 이후, 20대에 대한 사회의 시각은 균형을 잃었다. 언론과 사회는 20대를 '스펙'과 '취업'에 목매는 '경제동물'로 그려내며 '88만원세대'의 비극성을 부각시키는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들이 가진 가능성과 능력에는 무관심하다.서울공화국 체제를 강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젊은 인재의 '무한수급'이다. 지방은 하루에도 수십명의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으며, 그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서울을 향하는 젊은 청년들이다. 그들은 서울에서 벌어질 치열한 경쟁체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 뛰어든다. 지금도 중소기업에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안달인데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구직을 원하는 청년들과 구인을 원하는 기업들 사이의 눈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한쪽의 눈이 높고 낮은 문제가 아니다. 세대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에 벌어지는 일종의 '세대갈등'이다. 이는 곧 세대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어느 세대나 그 세대를 규정짓는 특징이 있다. '386세대'나 '베이비붐세대', 'X세대' 등의 용어는 모두 그러한 특징을 내포하는 말이다. 지금의 20대는 '88만원세대'일까? 여기 꽤 재미있는 분석이 있다. 「위키노믹스」의 저자 돈 탭스콧은 동명저서에서 지금의 20대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정의했다. 20대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나 성인이 된 세대'이며 '디지털을 이용하는 것이 기성세대들이 TV를 켜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세대'라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혹은 넷세대로 불리는 이들 세대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창조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저자가 미국인이기에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분석이라 지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인터넷 환경과 문화가 발달한 곳이 한국이기에 더 적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돈 탭스콧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20대의 주요한 특징은 '(넷세대들이) 하는 모든 일에서 자유를 원하고, 맞춤화와 개인화를 사랑하며, 일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추구하고, 협업과 관계를 중시하고, 속도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디지털 소통세대'인 셈이다.최근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서비스는 모두 이러한 넷세대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들이다. 국내에서 1천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싸이월드 또한 마찬가지다.결국 이들 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특징과 성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는 청년들을 지역에 남도록 할 수 있는 하나의 해답이기도 하다. 20대들은 그들 세대의 특성에 맞는 환경과 일자리를 원한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현실은 과거 세대의 기준에 맞춰져있다. 시대가 변화하듯 사회도 변화해야 한다. 사회발전의 원동력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지역사회 발전의 힘도 사람에서 나온다. 20대 인재들의 지역유치는 곧 지역사회의 미래 경쟁력이다. '디지털 소통세대'를 잡아야 한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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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27 23:02

[청춘예찬] 정부의 텅 빈 리어카 - 백상웅

한 여대생이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편지를 썼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의 국회 처리 무산을 비판하며 학비 때문에 대학을 쉬어야 하는 대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편지였다. 이 글을 읽은 이명박 대통령은 친절하게 그 여대생에게 답장을 보냈다. '오래전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른 새벽 청소 리어카를 끌었던, 제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며 대통령 자신의 눈물겨웠던 젊은 시절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으니 대통령으로서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대통령의 답장이 언론에 공개된 후,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순식간에 홈페이지도 만들어지고, 신청자를 받을 준비까지 끝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회를 움직이게 했고, 세종시 문제로 치고박던 국회를 바보로 만들었고, 세종시 문제를 정치적인 소요사태로 만들어버렸다. 많은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혜택을 받게 되었으니, 잘 풀린 것이 아니겠냐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이명박 정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제도다. 겉만 반짝이고, 속은 비었다. 말과 행동은 재빨랐지만, 뒷통수를 쳤다.수많은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과 '취업'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반값 등록금이라니! 그리고 취업까지 시켜준다니!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등록금은 오히려 올랐으며, 인턴으로 회사에 들어간 청년들은 쫓겨나기 바빴다.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이자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밤샘 아르바이트 때문에 성적이 F가 나오기라도 하면 다음 학기 대출은 물 건너 갔다. 이 대통령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리어카를 끌면 등록금을 벌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어떤가. 학교 앞에서 몇 달 아르바이트를 해도 등록금은 커녕 방값도 건지지 못한다.취업에 관련된 사항도 문제다. 대통령이 기업 CEO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취업 로비를 한다. 채용을 늘려달라며 청탁을 한다. 4대강 정책을 밀고가는 것과 세종시 수정안을 밀고가는 것의 속사정에는 일자리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 일에 매달리는 기업과 하청업체는 당분간 먹고 사는 일에 고민은 크게 없을 테니, 대통령으로서는 일자리 만들기에 열중했다고 자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정책으로는 취업률은 올라가지도 않고, 경제도 살아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롤모델로 삼겠다는 두바이는 쓰러졌다. 창의적인 건축물과 창의적인 토목건설의 현장인 두바이에 창의적인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4대강이 성공을 하고, 세종시가 성공을 하더라도 그것 뿐이다. 먹고 사는 일과 취업률은 여전히 문제가 될 것이고 언젠가 대한민국의 발목을 제대로 잡아버릴 게 분명하다.나는 우리나라 사학재단이 정부보다 양심적이고 머리가 좋았으면 좋겠다. 학문과 교육을 담보로 돈장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정부보다 창의적이고 용감했으면 좋겠다. 리어카를 끌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리어카에 무엇을 담을까, 고민했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나라 정부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 힘이 없는 정부였으면 좋겠다. 그들의 손가락질 하나, 하나가 나라를 바꾸는 세상은 보기에 민망한 것 같다. 시민들이 바꾸려고 노력하다가 서로 다투고, 화해하고, 웃고, 울고 하는 세상이 멋져 보이지 않을까. /백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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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20 23:02

[청춘예찬] 청춘, 아홉수에 들다 - 이현수

올해 스물아홉에 들어섰다. 벌써 스물하고도 아홉이라니. 아홉이라는 숫자가 주는 미묘함이 한동안 필자를 꽤나 곤욕스럽게 했다. 물론 나이를 기준으로 청춘의 시작과 끝을 재단할 수는 없다. 이 세상에는 피터팬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물아홉이 주는 묘한 위기감을 필자는 한동안 설명할 수 없었다.생각해보면 예로부터 어른들은 '아홉수'를 조심하라고 했다. 아홉이라는 숫자가 주는 불완전성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이루기 직전에 이를 그르칠까 두려워하는데서 연유된 '조심과 긴장'의 숫자로 봐야할 것 같다.물론 아홉수를 피해 작년 말 결혼을 서두르기도 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필자의 믿음 때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집단적인 믿음까진 아니어도 '아홉수'가 풍기는 야릇함에 필자 역시도 잠시 갇혔던 것 같다.평생을 두고 곱씹을만한 청춘의 수고로움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웠고, 온 몸으로 부딪쳐 왔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그냥 구경한 것에 지나지 않았는지 걱정스러웠다. 무엇보다 혼자 푸르렀다고 생각하며 다른 이들을 훈계하지는 않았는지 무안했다.사실 아홉수는 1에서 2로, 다시 2에서 3으로, 다시 4로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데서 오는 은근한 파장이자 부담감일 때가 더 많다고 한다. 인생에 어떤 굵은 마디가 있어 때론 넘어지고 때론 급격히 바뀌기도 한다면 그 숫자들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으로 삶을 재단하니 말이다.하지만 이러한 재단으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더욱 날카롭게 몰아세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열아홉이 지나 스물이 되면, 스물아홉을 건너 서른이 되면, 서른아홉을 넘어 다시 마흔이 되면 어제까지 마주했던 모든 것들이 더 이상 그대로일 것 같지 않아서 말이다. 드라마 제목이기도 했지만 이 시절을 '9회말 2아웃'이라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생각해보면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도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뉴욕 양키스와 에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의 경기다.당시 에리조나의 구원투수였던 김병현은 4차전과 5차전에서 9회에 홈런을 맞는 바람에 역전패했다. 아홉이 주는 긴장감은 찰나의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뀔 수 있다는 이런 불안감일지도 모른다.하지만 필자가 기억하는 장면은 마지막 7차전. 두 게임을 9회에 잃었던 에리조나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구원투수 리베라를 상대로 9회에 역전을 시킨 순간이다. 패배로만 기억되던 9회가 오히려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의 묘미는 어쩌면 아홉만이 줄 수 있는 삶의 카타르시스일지도 모른다.때문에 아홉은 단단하게 속이 꽉 찬 어느 시기의 정점이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도전의 숫자라 스스로 규정하고 싶다. 아홉은 이를 악 물고 뛰어넘어야할 산이 아니다. 아홉이라는 숫자와 함께 겪는 잠깐의 미열은 청춘 그것과 조금은 닮아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과 초조의 미열을 뛰어넘는다면 그것은 분명 몸 안 깊은 곳에서 역전의 희열이 되어 터져 나올 것이다. /이현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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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13 23:02

[청춘예찬] 나누는 행복 - 박영준

새해가 되면 신년계획을 세운다. 한 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1월이다. 지인들에게 소망을 물어보면, 금연, 다이어트, 해외여행, 솔로탈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010년 나의 소망은 개인적인으로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는 것과 돈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즐기면서 일하는 것이다. 더 큰 소망은 나누는 행복을 전파하는 나눔 바이러스이다.연말 TV와 신문의 주요기사들을 차지한건 이웃을 돕는 손길, 기부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워렌 버핏이다. 지난 5년간 우리 돈으로 47조원을 기부했다. 그는 사업을 성공한 이유는 기부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로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을 하고 있다.세계 최고의 부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처럼 47조원을 기부하려면 상상하기도 힘든 돈이지만, 그에게 배울 점은 돈의 액수보다 기부하는 마음이다. 나누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눔의 시작은 가진 것의 일부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도 나의 일부를 누군가에게 나누고 있다면 워렌 버핏과 같은 기부천사가 될 수 있다.나눔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특별한 일이라고 느끼고, 돈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주변을 둘러보고 나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기부를 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주변사람들에게 조금 나눠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남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일을 통해서 나누면 된다. 남을 돕는다는 것이 나눔이다.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연극을 통해 세상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주자림원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고, 아이들이 공연에 푹 빠져있는 모습과 뜨거운 반응에 이 아이들과 연극을 해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일 후 시설을 방문해서 연극교실을 열게 되었고, 매주 친구들과 만나서 연습을 통해 연극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창작소극장에서 공연까지 하게 되었다. 나눔은 시작하기가 어렵지 하다보면 나눔의 매력에 푹 빠지는 것 같다.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기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태풍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열매, 아름다운재단의 1% 나눔, 세계의 어린이를 돕는 유니세프와 월드비전 등 국제구호기구들과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기부, 바른정치를 위한 정당기부금, 종교 기부금, 학교 장학기부금, 지역발전 기부금 등 많은 곳에 기부를 할 수 있다.기부의 방법이 다양해 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기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도 있지만,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서이다. 기부금의 사용처가 의심스럽거나,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던 사건들로 인해 기부금을 받는 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아름다운재단 같은 경우는 상당히 공평하게 또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잘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단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개인과 기업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영리단체들이 공동으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세제혜택을 주고 다양한 형태의 기부를 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관련 법규를 고치는 일이 뒷받침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통해 나누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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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06 23:02

[청춘예찬] 아이폰, 노회찬, 그리고 인터넷 시대의 소통법 - 성재민

요즘 작은 휴대전화 하나로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애플(apple)사에서 출시된 스마트폰 단말기인 아이폰(iphone) 얘기다. 미국 현지에서 출시된지 1년여만에 최근 국내 출시된 이 단말기는 예약구매자가 3만명에 달하는 등 출시 전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더니, 발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지금까지 무려 20만대가 팔려나갔다.아이폰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다른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판매량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처지에 이르렀고, 아이폰의 수입판매사이자 통신사업자인 KT는 역으로 타 제조사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실제로 전북대 앞 이동통신대리점에 물어보니 지난 한달간 그 매장에서만 300대에 가까운 아이폰을 개통시켰다고 한다. 이쯤되면 인기를 넘어 '열풍'에 가까워보인다.인터넷을 보니 아이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뜨겁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제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음'을 내세운다. 기존의 휴대전화 단말기가 이동통신사의 '쓰면 쓰는 대로 부과되는' 요금제에 묶여있어야 했던 반면, 아이폰은 곳곳에 설치된 무선인터넷 신호를 검색해 사용하면 요금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인터넷이 없는 곳에서 통신사 망으로 사용할 경우에만 데이터량에 따라 돈을 낸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IT강국'이라는 이 나라에서 그동안 누릴 수 없었던 인터넷 접근권의 획득에 열광하고 있다.'인터넷 접근권'과 관련, 최근 노회찬 민주노동당 대표의 '쌍권총'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양쪽 주머니에 두 대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이다. 노 대표의 '쌍권총'은 아이폰과 블랙베리라는 두 대의 스마트폰이다.노 대표는 이 두 대의 단말기로 많은 일을 한다.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나의 쌍권총'이란 글에서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간밤에 들어온 메일을 모두 확인하고 답장을 보낸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고 필요한 것은 저장하고 함께 공유해야할 블로거의 글은 동료들에게 바로 전송한다."고 말했다. 실시간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블로거들과 소통하는 그는 서울시청 앞에서 동절기 강제철거를 반대하는 주민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이분들 사진과 사연을 바로 트위터에 올리니 수백명의 트위터 친구들이 이를 다시 확산시킨다. 용산참사 연내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만난다고 글을 올리니 바로 격려와 유의해야 할 사안을 보내온다"며 "(무선 인터넷 이용을 통한 소통으로) 나는 진화했다"고 말한다.최근 불고있는 스마트폰 열풍의 핵심은 '무선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에 있고, 무선인터넷 이용의 본질은 대중의 '자유로운 소통욕구'에 있다. 그동안 이 사회의 소통욕구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가 주도하는 휴대전화 서비스가 주도해왔지만, 이제 단순한 휴대전화 서비스만으로는 인터넷에 익숙한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대중은 이미 실시간 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단문메시지 서비스 '트위터'가 대표적인 사례다.그러나 전북은 아직 온라인 소통의 불모지에 가깝다.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북인들의 커뮤니티는 찾아보기도 힘들뿐더러, 존재하는 커뮤니티들도 학연과 인맥의 관리를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대중과 가장 먼저 소통해야할 정치인들조차도 자신의 조직과 인맥에 기대어 있을 뿐,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소통은 하지 못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오프라인 중심, 신세대는 온라인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세대간 격차만 계속 벌어질 뿐이다.하루에도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전북을 떠나는 이유는 단지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기성세대와의 소통단절로 인해서다. 세대간 소통이 없다보니 기존 세대들의 기득권이 심화되고, 이로 인한 새로운 세대의 진입이 어려워진다. 단체장과 정치인, 기업인 등 수많은 전북의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께 말씀드린다. 전북을 위해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시라. 그리고 2030대와 소통하기 위해선 트위터나 블로그 등 온라인 매체에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해보시기 바란다. 반드시 '스스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자신의 오프라인 인맥의 열세를 온라인 인맥으로 극복했다. 소통의 힘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방식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세대가 조화될 때, '화이부동' 전북도 가능하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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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30 23:02

[청춘예찬] 중앙과 지방 - 백상웅

얼마 전 서울에서 젊은 작가들과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문학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는 게 대부분인 자리였지만, 간혹 문학에 대한 주제가 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누군가는 나에게 '지방시'를 쓰지 말라고 했다. 그 말에 농담이 섞여 있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까지 시 공부를 하면서 '지방시'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지역마다 약간씩 색깔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것을 쓰지 말라고 한 것을 보면 그가 말한 '지방시'라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단어가 분명했다. 물론 그 뜻이 어떤 뜻을 품고 있는지는 짐작은 했다. 세련되고 진보적인 시를 쓰라는 말일 테다. 하지만 불쾌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다. 서울이 가진 문화 권력이 작가들에까지 힘처럼 사용된다니, 생각해보면 씁쓸한 일 아닐 수 없다.서울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많은 부분을 가지고 있고,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고, 우수한 대학을 가지고 있고, 행정 권력을 가지고 있고, 문화에 대한 대부분을 서울이 가지고 있다. 서울은 이 중 무엇도 뱉어낼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인다. 세종시 문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문제의 중심에 서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대한민국에 사는 소시민들은 양질의 복지를 겪기는 힘들어 보인다. 나에게 '지방시'를 쓰지 말라고 한 그의 고향도 사실은 지방이다. 지방에서 올라가 서울에서 힘들게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하나다. 그가 나에게 했던 '지방시'라는 말은 문학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중앙이 되어보라는 뜻이 숨어 있는 말이었겠지만, '지방시'라는 단어에 서울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나는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싫은 게 아니라, 부러운 것이다. 문화가 서로 다른 어떤 면이 부딪치면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볼 때, 부딪칠 것이 많은 서울은 그만큼 빨리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 내가 사는 삼례는 부딪칠 게 별로 없다. 이 동네는 정치와 거리가 말고, 문화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고, 면사무소조차도 멀다. 그나마 대학이 자리 잡고 있어 젊음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내가 다니는 대학의 젊음들은 큰 문제없이 침묵하기를 즐긴다. 졸업과 취업을 위하여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게 아쉽다. 술집 빼고는 놀 곳이 없다는 것은 다양한 꿈을 꿀 기회조차도 빼앗아가고 있다.서울은 혼자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다. 서울의 성장은 지방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때문에, 가진 것은 뱉어낼 의무가 있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 상경하여 직장을 잡고 생활을 할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시도 달라질 것이다. 문학의 대부분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가 되면 나도 문학에 경계를 나눠 중앙과 지방을 가르게 될까? 되도록 그것을 피하도록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젊은 작가가 농담처럼 던진 '지방시'라는 말을 여기까지 크게 생각한 것은 지나친 우려일 것이다. 하지만 '지방시'라는 단어가 나올 때까지 우리나라는 비정상적으로 성장해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울은 점점 무거워져 지하로 푹 꺼져 가라앉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 때가 되기 전에 우리는 생떼를 부려서라도 서울에서 많은 것을 뜯어내야 한다. 일단, 세종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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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23 23:02

[청춘예찬] 제대로 발효된 청춘의 깊은 맛 - 이현수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발효식품이 발달했고 사랑받아 왔다. 상 위에 발효식품 한 두 개쯤 없어서는 한국인의 식사라 하기에 왠지 서운할 정도다. 오랜 시간을 거친 발효의 오묘하고 깊은 맛은 그 어떤 음식보다 사람의 입맛을 유혹하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특히 김장을 담그는 풍습은, 요즘엔 보기 힘들다고도 하지만 아직 필자의 시골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늦가을 배추를 거두어서 소금에 절여 물에 씻어두고 온갖 양념을 무채와 함께 버무려 배춧잎 사이사이에 속을 집어넣어 만드는 김치. 방법은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지금도 김장은 겨울나기를 위한 어머니의 가장 큰 일이다.물론 필자는 이 간단한 과정조차도 생략하고 시골집에서 김장김치를 가져왔으며 더 간단한 방법으로 발효의 모든 과정을 김치냉장고에게 맡겼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발효를 위한 최상의 조건과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맞춤형 김치냉장고를 필자는 무한정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사실 모든 음식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음식이 제 맛을 갖기 위해서는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음식의 잡맛이 없어지고 균형이 잡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음식의 '숙성'과 사람의 '성숙'은 여러모로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성숙'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더 훌륭한 인격체가 될 수 있고 인생이 균형 잡힌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패'되는 사람도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은근히 '익힌' 사람의 냄새가 배어 나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나이를 먹을수록 갈수록 요상한 악취를 풍기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다.그런데 우리의 청춘은 얼마나 잘 익어가고 있을까. 사실 우리 젊은 세대는 제대로 익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풋내가 날 때가 있다. 소금의 짠맛도 알아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해서 결국 상해버릴 것 같을 정도로 염려스럽다.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소금에 절여진 세대가 바로 우리 젊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청춘은 짜다 못해 씁쓸하다. '발효'란 맛과 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처럼 같은 세대에서도 온도차가 심하다.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이 두 가지의 경우가 확실하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너무 풋내가 난다 싶으면서도 심하게 절여져있다. 때문에 이 시대 청춘의 맛은 더욱 요상스럽다. 어쩌면 이것은 위태로울 만큼 화려한 우리 사회의 모습 때문인가도 싶다.청춘은 깊은 맛을 내기 위해 과정을 충실하게, 또한 묵묵하게 밟아가야 할 시기이다. 너무 풋내 나는 청춘도, 너무 소금에 푹 절여진 청춘도 결코 맛있다고는 할 수 없다.그냥 놔둬도 청춘의 시간은 흘러가겠지만 그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모든 청춘이 부패가 아닌, 진정으로 발효되기를 희망한다. 잘 숙성된 김치처럼 그야말로 제대로 익힌, 사람 사는 맛이 날 때 까지. /이현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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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16 23:02

[청춘예찬] 금난새의 경영 마인드 - 박영준

최근 2009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가 우승을 하면서 스포츠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규리그 1위에 올랐던 전북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승리하며 창단 14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를 하면서 지역 연고팀을 사랑하는 나에게도 너무나 행복한 일이고 내년이 더욱 기대가 되는 것 같다. 김연아도 이번 우승을 통해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 것처럼, 전북현대가 내년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이 되고 세계적인 명문 클럽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한해 마무리를 잘해야 내년 계획을 잘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는 가을 추수를 잘해야 하는 것처럼, 고3수험생들에게는 그동안 노력의 결과가 수능성적으로 발표가 되어 2010년에 어느 학교 어느 학과를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다.12월은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 달이기도 하고 준비를 잘해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문화예술지원사업들이 쏟아지고 있는 12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예술단체도 웃고 우느냐가 결정된다. 그 이유는 최근 지원금을 받아야만 공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체가 많아지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급조된 유령단체들이 많아져서이기도하다.예술단체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만 단체가 성장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고 급하게 준비한다면 그 결과 역시 좋지 않을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지원사업을 신청하고 지원금을 받은 단체들이 많은 반면, 사업을 잘하는 단체는 얼마나 많은지도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단순히 공연이 사고 없이 올라가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단체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는 힘들지만 잡기위해 노력한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번 공연을 통해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장기적인 계획 속에 일이 추진된다면, 단체를 운영하는 경영자의 마인드가 바뀐다면, 우리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행운이 뒤따를 것이다.최근 많은 예술단체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예술단체 경영자의 마인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CEO 금난새 예술감독의 성공은 경영마인드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를 부르는 어느 곳이라도 나만 원한다면 어느 곳이라도 간다는 금난새는 포스코 로비에서 교향악단 연주를 하게 하였고, 울릉도의 어린이를 위해서 울릉도 800명 주민을 위해서 공연을 하였다. 울릉도에 있는 800명을 행복하게 만드는 고객 지향적인 마인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퇴장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단원들이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게 하여 단원들을 배려하는 조직을 관리하는 경영자의 마인드, 새로운 아이디어, 고객만족 서비스 정신. 내부외부를 만족시킨 금난새의 경영자 마인드를 배우고,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관객을 개발한다면 2010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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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09 23:02

[청춘예찬] 20대와 지역언론의 책임 - 성재민

지역에 남기로 결심한 20대의 입장에서, 그 뜻을 실현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든 인적물적 자원이 특정 지역으로 쏠리다보니 지역에 남는다는 것은 지원이 끊긴 전장에 남아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다. 지역에서 남아있는 일 중 가장 어려운 점을 하나 꼽자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함께 할 '친구'들이 없다는 점이다.20대는 한국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맥'과 '돈', '권력'을 갖추기 힘든 나이다. 그 중에서도 '지역의' 20대는 같은 세대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생존을 고민할 수 있는 통로조차 없어 외롭기까지 하다.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도 홀로있다. 모두 '각개약진(各個躍進)'하고 있기 때문이다.'각개약진'이라는 말은 본래 병사 각 개인이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개별적으로 돌진하는 것을 일컫는 군사용어다. 군사목적 이외의 쓰임새를 몰랐던 이 말은 강준만 교수가 저서 「각개약진 공화국」에서 처음 제시한 이후 한국 사회의 특징을 일컫는 말로 자리잡았다.지역의 20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각개약진이 심한 세대다. 지금의 20대에겐 사회진출의 문이 워낙 좁아 '내가 들어가기 위해선 남을 제쳐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또래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친구'보다 '경쟁자'로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그러나 더 가슴 아픈 것은 지역에 남은 20대들이다. 서울의 20대들은 적어도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다른 또래들과 정보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서로간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반면, 지역의 20대들에겐 소통의 창구가 없다. 그들의 목표가 서울을 향하건, 아니면 지역을 향하건 또래들과 어떠한 생각과 관심을 나눌 수 없는 채널이 없다.같은 세대들 사이의 소통채널이 부재하다보니 20대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그들이 향하게 되는 방향은 원하는 목표에 대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가져볼 수 있는, 모든 자원이 쏠려있는 서울이다. 소통의 부재가 지역의 20대들을 '서울행' 열차로 떠밀고 있는 셈이다.지역의 청년들이 떠난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가슴 아픈 일이다. 모든 일은 사람의 일이다. 세계 일류 기업을 만들어내는 힘도 사람이고 조직과 제도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좋은 인재들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지가 한 조직의, 기업의, 나라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을 우리는 이미 수차례 목격해 오지 않았던가.지역의 미래도 결국 얼마나 좋은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문제는 그들을 어떻게 지역에 남도록 하느냐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은 있기에 억지로 지역에 남도록 할 수는 없다. 대신 선택을 내리기 전에, 지역의 20대들에게 지역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자.'넛지(Nudge)'라는 말이 있다.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동명저서에 등장한 이 말은 '팔꿈치로 슬쩍 건드림'이란 뜻으로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선택에 앞서 '강제적이지 않은 개입', 이를테면 제시되는 조건의 변화 등을 통해 보다 나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개념은 저자 중 한명이 오바마 정부의 정책관료로 중용될 정도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높은 관심과 공감을 얻었다. 나는 지역 인재에 대한 관점에서 '넛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대한 정보와 고민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청년들의 지역 유출에 '개입'함으로써 지역의 인재 유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에 남는 것'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지역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이 대안의 실현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역의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매체의 존재가 절실하다. 지금 우리 지역 청년들에겐 그들의 관심과 생각을 공유할 매체가 없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지역언론이나 매체가 20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청년들이 선거나 지역현안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그런 의미에서 지금 지역언론이 가져야 할 가장 큰 사명중 하나는 20대들의 소통을 책임지는 일이다. 이는 지역 언론들이 꾸준히, 그리고 당연히 가져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아직 지역신문은 '재미'에 민감한 20대가 읽기엔 딱딱하고 지루하다. 지역신문들에게 고하노니, 부디 20대가 읽어도 즐거울만한 소재와 기사, 편집으로 '재미'를 주시라. 20대의 소통은 지역언론에 달려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구심점으로써, 지역언론의 책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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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02 23:02

[청춘예찬] 대학 정치의 현실 - 백상웅

요즘 대학가는 선거운동에 정신이 없다. 이른 아침부터 교문은 학우들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피해 멀리 돌아가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모습은 밤늦게까지 계속되고 강의 전이나 후에도 한 표를 원하는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왜 자신들이 학생회장에 꼭 뽑혀야 하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공약도 구체적이고 다양화되어 후보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흡연실 설치, 장애우 현실 개선, 여학생 휴게실, 등록금 투쟁 등 학생 정치에 알맞은 공약들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와 유권자들을 갈등하게 만든다.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이 관심을 다시 끌고자, '비운동권'이란 말이 몇 해 전부터 등장하더니, 요즘에는 '학우권'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운동권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경제가 어렵다는 이상한 생각들이 어린 시절부터 이입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기성 정치의 실패 때문이지, 학내학외에서의 투쟁 때문은 아니다. 각 후보마다 색을 지우고 무채색에 가까운 인물이 되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안타깝기만 하다. 대학의 선거라고 하지만, 그의 정치적 방향이나 성향을 알아야 제대로 된 표를 던질 텐 데, 학우들의 복지 개선만 부르짖고 있으니 이게 학생회장 선거인지, 보건복지부장관 선거인 구분하기 어렵다.그렇다고 학생들이 정치에 전혀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것도 젊은 층이요,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낸 것도 젊은 층이다. 젊은 층의 표 덕분에 그들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그 표에 담긴 생각들까지 내가 읽을 수는 없으나, 박수를 치며 후회를 하면서 학생들의 정치적 방향은 숙성되어 간다. 그런데도 관심이 없다고 한다. 투표율을 바닥을 치고, 내가 뽑은 사람이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굳이 뭐라고 할 생각이 없다. 기본권을 행세하지 않고, 우리가 마땅히 행복하게 누려야할 권리를 빼앗겨도 그냥 살아간다.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이고, 다 똑같은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주제 사라마구의 「눈 뜬 자들의 도시」를 보면 백지 투표를 던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권력을 백지 투표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끌어내리려고 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이를 백색혁명이라고 불렀다. 시민들의 백색혁명에 정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를 쿠데타라고 부르지만, 헌법 어디에도 무효표가 불법이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 찍을 사람이 없으면 그냥 백지를 내고 나오는 것이 진짜 선거이다. 학내 선거에서 학생들의 투표율도 점점 바닥을 찍고 있다. 재선거가 빈번히 열리기도 한다. 이건 둘 중에 하나다. 이들은 민주시민이 아니거나, 진짜 무정부주의자들이다.학생들의 선거에서도 각종 비리와 부정, 공갈협박 등이 나타난다. 몇 년 사이에 급증하여 연말만 되면 여기저기서 학내 부정선거에 대한 뉴스를 접할 수 있다. 학생회장이란 자리가 학생들을 위한 자리가 아닌, 이력서의 한 공간을 차지할 스펙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기성정치를 위한 발판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회장이 되면 뜻밖의 권력을 행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총학에 밀집되어 있는 힘을 분산 시켜야 한다. 단과대 회장, 더 나아가 학회장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게 학내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닐까.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뽑을 사람을 골랐다. 그가 학생회장이 될지, 그냥 학우가 될지는 내일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그를 밀어줄 생각이다. /백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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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25 23:02

[청춘예찬] 이 시대의 군주론 - 이현수

근대 정치학의 초석이 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이상적인 군주의 형상은 중세의 도덕률이나 종교관에서 벗어난 강력한 군주의 모습이다. 그 때문에 당시에는 '악마의 책'으로 불리기도 했다.그러나 그 당시 이탈리아의 사회상을 보면 저자의 의도가 단지 권모술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되고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쁜 귀족과 인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즉 공(公)의 군주를 염원하는 내용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그렇다면 오늘날의 군주는 어떨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군주, 혹은 리더란 결코 만인의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다. 그리고 상고시대의 그것처럼 하늘의 선택을 받은 인물도 아니다. 또한 필자가 지금까지의 군주들을 생각해 보건데, 역사에 남겨진 업적이 군주 혼자만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집현전 학자들의 노고를 무시할 수 없으며, 이순신이 12척의 함대로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해전을 치렀다고 하더라도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결의를 함께한 병사들의 희생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설령 그것이 애덤 스미스가 말한 개개인의 이기심이라 할지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이기심의 덕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모든 업적과 사건, 아주 사소한 사실마저 오로지 한 존재의 힘으로는 생길 수 없으며 직간접적으로 수많은 존재의 개별적 행위의 집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군주는 모든 것의 위에 군림하되 가장 낮은 곳에서 이 모든 존재들을 받들어야 하며, 권력이란 오로지 보다 낮은 것들을 책임지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하나의 지향점을 생각하는 군주는 그 지향점이 모든 존재를 위한 결과가 되어야 할 것이며, 하나일 수밖에 없는 군주는 그것이 모든 존재의 상징임을 자각해야 한다.하지만 모든 존재는 제 각기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의 너무나도 다양한 속성을 지닌 이 모든 존재들을 묶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어쩌면 그것은 바로 인간과 자연이 아닐까. 이 모든 존재들은 결국 인간이라는 공통의 것으로 묶을 수 있고, 자연이라는 대전제에 다시 한 번 묶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모든 결정에 앞서 적어도 인간과 자연에 대한 예의를 생각해야만 한다. 만약 어떤 하나의 결정이 인간의 인권을 말살하고 자연을 유린한다면 결코 그 행위는 군주가 가진 지위와 권력, 목표, 상징 등 그 무엇에도 적합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그런데 이것이 과연 군주만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일까? 기억하자. 우리 역시도 누군가에게는 군주가 될 수 있음을 말이다. 남녀, 부모, 형제, 직장 관계, 선후배, 이 모든 관계가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상(上)과 하(下)의 위치에 놓여 있으며 나도 누군가에게는 분명 '군주'라는 것을 말이다.하여 인간과 자연에 대한 예의를 모두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너와 내가 인간과 인간으로, 자연의 일부로서 같은 존재임을.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당신이 바로 이 시대의 진정한 군주라는 것을 말이다. /이현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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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18 23:02

[청춘예찬] 당신에게 필요한 전담팀은? - 박영준

최근 며칠동안 밤잠을 못 이루게 한 사건들이 있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에게 홍명보 감독의 20세 이하 축구대표팀과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 대표팀의 경기는 시간과 관계없이 내 마음을 TV 앞에 머물게 하고 말았다. 주로 새벽에 경기가 열리는 바람에 경기가 있는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하곤 했었다.하지만 두 팀 모두 8강에 진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다시 축구 열기가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20세 이하 대표팀은 18년 만이고, 17세 이하 대표팀은 무려 22년 만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축구대표팀 관련 이야기를 보도했는데, 주된 이야기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가 한국축구의 본격적인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전담팀이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전담팀의 중요성은 박태환과 김연아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연아의 전담팀하면 이제는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오서 코치와 세계적인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의 그림자가 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꿈의 200점' 을 뛰어 넘어 세계신기록 207점에 이어 최근 210점까지 기록하면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까지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박태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전담팀과 대표팀을 오가면서 훈련해 왔다.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전담팀 체제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노민상 대표팀 감독의 지휘를 받으며 훈련해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박태환 전담팀의 행보는 국가대표 감독이자 박태환의 오랜 스승인 노민상 감독과도 갈등을 불러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로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말았다.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김연아와 다르게 전담팀이 두 곳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내일이면 2010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다. 고3 수험생들은 그동안 시험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공부를 하고 이번 시험의 결과에 따라서 대학을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12일 수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에게는 진학을 담당하는 진학실 선생님들이 전담팀일 것이다. 하지만 진학전담팀은 성적으로만 학생을 대학에 보내려고 할 것이다. 이유는 대학 합격이 전담팀을 평가기준이기 때문이다.필자의 경험을 말하자면, 고등학생 시절 대학교를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하는지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유는 성적을 기다려 봐야 했기 때문이다. 진학담당 선생님과 면담을 해보면 학과선정의 기준은 나의 성적이었다. 성적이 발표되고 그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와 학과를 선택했던 것이다.내가 뭘 하고 싶은 지는 오히려 대학을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 주변의 친구들과 후배들은 대학 4년 동안 졸업하면 뭘 할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꿈이 무엇인지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얼마 전 대학에서 특강을 하게 됐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직도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를 파악을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그들도 졸업과 동시에 내 친구들처럼 노량진에서 무조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게 될까 걱정이 됐다.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전담팀은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희망하는지, 적성과 맞는 학과는 어떤 학과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는 전담팀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적을 기준으로 보는 고등학교 3학년 전담팀을 급하게 운영하기 보다는 초중고의 교육시스템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지금, 당신에게는 어떤 전담팀이 필요한가? 전담팀이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앞에 다가오는 결과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면 당신의 전담팀은 분명 성공할 것이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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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11 23:02

[청춘예찬] 행정의 변화와 '2.0정신' - 성재민

우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을 '웹2.0'이라 부른다. '웹2.0'이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을 넘어오면서 변화한 인터넷의 속성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 IT에서 나온 이 말은 미국의 IT전문 출판사 오라일리가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변화'를 지칭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이후, 2000년대 웹의 변화를 통칭하는 고유명사가 됐다.'2.0'에는 어떠한 '정신'이 있다.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2.0정신'은 '공유, 개방, 참여'로 대변되는 '소통의 정신'이다. 곳곳이 불통 투성인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기도 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2.0정신'이란 '이용자들 스스로가 그들이 가진 지식과 의견을 공유개방해 다른 이들의 참여를 끌어내면서 더 나은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 혹은 정신'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2.0'의 등장으로 인터넷은 한단계 진화했다. 더 많은 이들의 참여와 관심을 통해 새로운 발전동력을 얻은 것이다.'2.0정신'이 인터넷을 혁신적으로 바꿔내면서, 다른 분야에도 이 개념을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행정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거버먼트2.0' 계획을 발표했다. '거버먼트2.0', 즉 '행정2.0' 계획은 정부자료를 모두 디지털화시켜 모든 일반인이 접근 가능하게 하고, 그에 대한 의견제시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오바마 정부가 집권 이후 보여주고 있는 '시민에게 먼저 다가서기'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행정2.0'의 기반이 '시민의 참여'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최근 전북에서도 '행정2.0'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다. 전북도는 지난달 30일 전북대에서 '소원을 말해봐 : 전라북도 복지서비스 도민 아이디어 제안 실현회의'라는 조금 독특한 이름의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시민들이 행정에 제안한 복지서비스 관련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 이를 관련 전문가와 담당 공무원 등과 함께 실현방안을 논의해 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날 회의에서는 앞서 시행된 복지서비스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수상한 6편의 작품이 제안자들의 설명과 함께 소개되고, 이에 대한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제안된 아이디어는 독거노인 쓰레기문제를 지적한 '쓰레기를 부탁해' 등 6가지 아이디어였다. 각계각층의 복지서비스 증진을 위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제안자의 발표에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의견을 더했고, 담당 공무원들은 검토 및 보완을 통한 적극 시행을 답했다.이번 행사는 도의 행정이 '2.0'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행정2.0'의 핵심은 시민의 참여에 있다. 아이디어의 질적 수준이나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이번 행사는 시민과 행정이 힘을 모은 '행정2.0' 실현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다. 특히 도는 내년부터 '도민과 함께 하는 생활정책' 공모 캠페인을 연 4회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긴 하지만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행정에 적극 수용하겠다는 태도가 고무적이다.현 일본 민주당 중의원이자 전 이즈모시 시장이었던 이와쿠니 데쓴도는 자신의 저서 제목을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 산업이다」라고 지었다. '행정은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것이다. 바꿔말해 시민들이 행정에 만족하려면 수혜자인 그들 스스로가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웹2.0'은 온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행정2.0'도 마찬가지다. 시민과 함께 하는 행정,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나가는 행정은 지자체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지역, 이제 '행정2.0'을 고민할 때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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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04 23:02

[청춘예찬] 의자의 역사 - 백상웅

나는 대학을 진학하게 되면서 거의 십년 가까이를 전주 부근에서 살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근처에서 보냈기 때문에 버스 노선이며 전주의 지리를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곳은 극히 한정되어 있는데, 그곳조차도 갈 때마다 헷갈릴 때가 많다. 밖에 나갈 때면 다른 사람 뒤를 졸졸 뒤따르거나 전북대 앞과 객사 근처만 다녀오고는 한다. 말하자면 제한된 영역에서 살고 있는 것이고 문화의 혜택도 제한된 영역에서만 받고 있는 것이라 전주시민이 된 지금까지도 전주시민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전주 시내에 나가면 가끔 들리는 곳이 있는데, '빈센트'라는 카페다. 좁은 골목 안쪽, 그것도 지하에 자리 잡고 있어 잘 눈에 띄지도 않는 그곳은 카페 내부도 요즘 카페와는 달리 허름하기 짝이 없다. 좁은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지하 특유의 냄새가 코끝에서 맴돈다. 인테리어도 요즘 카페와는 다르다. 사실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다. 오래 된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인생 다 살았다는 듯 주저앉아 있고, 정체불명의 소지품들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으며 낡은 책장에는 그보다 더 낡은 책들이 가득 꽂혀 있다.여자 친구가 고교시절부터 들렸다고 하니, 그저 오래된 곳이겠거니 하며 들락거렸던 그곳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카페에 앉아 요절한 시인 기형도의 산문집을 보고나서 부터다. 기형도의 산문집을 보면 그가 전주에 다녀갔다는 기록이 있다. 그는 국일관 백반집과 신라당 제과점 등 전주에 왔을 때, 다녀간 곳을 짤막하게 써두는데, '빈센트'라는 카페도 그곳 중에 하나다. 그가 묘사하고 있는 카페 내부와 현재의 내부가 별반 다를 게 없으니 주인장은 지독한 고집불통이거나 진정 멋을 아는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했다.얼마 전에 후배들이 재밌는 문학기행을 한다하여 함께 그곳에 들렸다. 내 또래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주방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저 아르바이트생이겠거니 했는데, 그 젊은 남자가 그곳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형도를 알고 찾아온 우리는 그에게 공짜 차를 얻어 마시고 젊은 주인과 수다를 떨었다. 그는 현재 농사를 짓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정치 외교를 전공하고 있으며, 카페의 전 주인과 인연이 아주 긴 사람이었다. 참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젊은 주인은 옛날을 추억했다. 이 지하 카페로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도망쳐오곤 했었다고, 문인들이나 화가들이 들리기도 했고, 그분들에게는 아지트나 다름없었다고 옛날을 추억하는 젊은 주인은 그분들을 다시 불러오고 싶다고 했다.나는 전주가 가진 문화의 힘이 이런 고집불통의 주인장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유럽에 가면 유명 문인들, 철학자들이 즐겨 찾던 카페가 아직 남아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아닌 의자와 테이블에도 역사성을 담아낸다. 전주 한 낡은 카페의 주인장은 누가 알든 말든 삼십 년 동안의 역사를 구식 의자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젊은 주인이 그곳을 맡았다. 삼십 년의 문화와 역사까지 인수 받은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문인들의 생가복원과 문학관 건립도 좋지만 나는 '빈센트'말고 다른 곳을 더 알고 싶다. 시인들이 자주 찾던 곳, 시간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고 참을성 깊고 고집불통 주인장이 있는 그런 곳을 더 알고 싶다. 지금 전주에는 그런 곳이 될 가능성을 품은 곳이 많다. 전주시가 문화의 도시로 더더욱 발전하게 할 가능성을 품은 자리들이 골목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곳을 경제의 논리로 평가하기에는 이제까지 다녀갔을 예술가들의 엉덩이가 참으로 아까운 것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문화의 힘은 여러 곳에서 나온다. 음악, 문학, 건축물, 문화유산 등 문화의 힘을 가진 것들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 냄새 속에서 나온다. 음악이 연주되는 골목, 책을 읽는 카페, 연탄재가 깨져 있는 언덕길 같은 것들에 역사와 의미를 부여할 때 문화는 괴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된다. 문화의 힘이 경제적 논리를 이겨내는 나라가 될 때, 새로운 천년이 꽃피게 될 것이다. /백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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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28 23:02

[청춘예찬] 침묵을 깨뜨리는 목소리 - 이현수

수학에서는 1 더하기 1이 2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수학의 개념에서 조금만 빠져나오면 1 더하기 1이 2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매우 유감스런 사실이지만, 사람들 여러 명이 모여 함께 무슨 일을 할 경우 그 능률은 개개인의 능력을 합친 것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심리학자 링겔만은 일찍이 1920년대에 한 가지 실험을 했다.링겔만은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힘껏 줄을 당기라고 하고, 그들의 힘을 압력의 ㎏으로 측정했다. 참가자들의 수는 수시로 변했는데 혼자, 때로는 3인이나 8인이 집단을 이루기도 했다. 상식적으로는 혼자일 때보다 팀의 일부일 때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혼자서 당겼을 때 사람들은 약 63㎏의 평균 압력을 보였으나 3인 집단일 때 전체 압력은 160㎏으로 1인당 5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8인 집단일 때는 더 심해서 전체 압력은 248㎏으로 증가했지만 1인당 압력은 31㎏으로 감소했다. 결국 혼자였을 때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결과를 얻었다.이처럼 혼자일 때보다 집단의 구성원일 때에 더 게을러지는 현상을 '사회적 태만'이라고 한다. 특히 집단상황에서의 사회적 일탈 현상을, 첫 연구자인 링겔만의 이름을 따서 '링겔만 효과'라고도 한다.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의 크고 작은 일상은 '사회적 태만'에 기대고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학교 조회시간에 교가나 애국가를 부를 때 또는 음악시간에 합창을 할 때 어김없이 목소리가 작아지곤 했기 때문이다.떡잎이 그랬으니 필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했다. 내가 정의를 외치지 않아도 남들이 해주겠지. 또는 남들도 안하는데 내가 나설 필요가 있는가. 그런 무의식적인 동의를 할 때가 있었던 것이다. 무지해서 몰랐고, 알고도 모르는 척 했던 시간의 중심에는 게으름과 '자신의 목소리를 갖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래서 내 목소리를 갖기보다는 남의 목소리에 몰래 섞여 살았다.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제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집단에서 배제되거나, 사회적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모든 목소리가 진실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두 가지는 확실하다. 남의 목소리에 숨어사는 부끄러움과 자신의 목소리를 갖는다는 것은 역시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즉 옳고 그름이 아니라, 권력에 기대거나 맞서는 것. 그리고 맞서는 목소리는 어떤 방법을 취하더라도 침묵시켜버리는 것. 이것이 세상의 순리라고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굳이 정치적인 부분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솔직히 우리 세대는 너무 오랫동안 입 안 깊숙이 혀를 감춰 두고 살았다. 그 시간동안 우리 세대의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가장 목청 좋은 나이에 참으로 비겁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비겁함의 대가가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를 깨닫고 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내가 원하지 않는 목소리가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목소리를 모은다고 원하는 대로 다 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안타깝게도 유효하다. 그러나 완전한 침묵과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분명 다르다. 비록 지금은 들리지 않아도 혹은 들어주지 않아도, 분명한 목소리는 언제나 침묵을 깨뜨리기 때문이다./이현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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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21 23:02

[청춘예찬] 공연은 매진, 선거는 당선이 우선? - 박영준

'저희 아버지께서 이번 공연에 정말 실망하셨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한순간도 몰입할 기회를 안준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저는 부모님께서 좀 더 많은 공연을 접하시고, 결국엔 스스로 찾아 보시게끔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중입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으로 인해 약간의 걸림돌이 생긴 것도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먼저 보고 싶다고 하신 공연이었거든요. 처음으로! 하지만 보고 오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이 혁씨)'공연을 시작한 지 10분이 넘어서까지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와서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뒷자리에 앉아 그런지 더욱 신경이 쓰였답니다. 다음엔 관람하시는 분들 또한 일찍 오시길 희망합니다.' (박헤레나씨)'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라, 며칠 전부터 예매해서 보러갔는데, 옆에 앉은 여자분이, 내내 큰소리로 옆 친구와 얘기를 하더군요. 몇 번 눈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입니다. 정말 슬픈 장면에서 큰소리로 콧물 난다고 하는데, 감정이 확 깨져버린 느낌이었어요. 덕분에 제게 '내 사랑 내 곁에'란 작품은 별 감흥 없는 그저 그런 영화가 되어버렸답니다.' (이지혜씨)얼마 전 연극과 영화에 관련된 후기를 읽고,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밀려왔다. 나를 반성하게 만든 내용은 이러했다.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객석이 가득 차서 매진되기만을 희망한다. 공연 중 객석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부족했다.전화 통화하시는 분, 암전만 되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시거나 문자를 주고 받는 분, 스포일러처럼 옆 사람과 생중계로 떠드시는 분, 아이들이 '엄마 이게 뭐야?' '저게 뭐야' 라고 신나게 떠들어도 친절하게도 답해주며 함께 시끄럽게 하시는 분, 예약하고 늦게 오셔서 중앙 좌석에 앉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도 당당하신 분.공연기획자로서 분위기를 깨는 이런 분들에 관한 세심한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좌석을 메우기에만 급급했지, 스스로 찾아온 관객을 놓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연극의 3요소는 희곡, 관객, 배우이듯 공연이란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연기자가 좋은 공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관객도 더 좋은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수준 있는 관객 매너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순간 10월 재보궐 선거가 우리네 공연 현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들도 당선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가. 관객을 공연장으로 오게 만드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장소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달려간다. 시장을 찾은 정치인은 "잘살게 해드리고 불편한 점들을 개선해드리겠습니다" "서민이 잘사는 세상 만들어 보겠습니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당선만 되면 약속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과 당을 위해서만 몸을 바친다.재보궐 선거가 열리는 것은 의원들의 불법 선거운동이나 금품수수 비리 때문이다. 선거 비용만 해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든다고 한다. 이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하니, 재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선거비용을 받아 선거를 치르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어른들의 말씀 중 '정치인들은 화장실 깔 때 와 나올 때가 다르다' 라고들 하신다. 이것은 비단 선거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공연 매진도 좋지만, 좋은 환경에서 좋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주최자 측에서도 관리하고 감시하는 일에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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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14 23:02

[청춘예찬] '돌아올 문'은 있는가 - 성재민

'서울공화국'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역사회에 커져가고 있기 때문인지,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젊은 인재들을 뒷모습을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들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들이기에 지역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 말이다. 때문에 이런 문제의식을 조금이라도 가진 이들은 서울에 장학숙을 짓는 것에 반대하며, 지역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러한 주장에 동의한다. 열심히 지역에서 기른 인재들을 대도시에 조공바치듯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하다. 그들을 지역에 남아있을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문화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이미 수백번 이야기 해 온 말이다.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이를 위한 다양한 법적제도적문화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가고 있다. 지역 인재들을 키우기 위한 교육제도나 지역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지켜볼 일이다.그러나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서울에 인재를 뺏기지 않겠다'는 현재의 지방 논리는 매우 현실적인 방법이긴 하나 방어적이다. 우수한 인재들을 지역에 남게 하는 것만으로 지방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우수한 인재를 서울에 뺏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방으로선 고무적인 일이긴 하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는 지역을 살리기 힘들다. 지역인재에 우수한 인재들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재미있는 조사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15세 이상의 시민 4만8000명을 대상으로 '서울거주 만족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0대(15~19세)에서는 계속 서울에 살고 싶다는 응답이 75.6%로 가장 높았으나 갈수록 연령층이 높아지는 20대(71.4%)와 30대(68.5%), 40대(64.5%), 50대(63.3%), 60대(61.3%)로 갈수록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만족도가 낮은 60대에서도 계속 살고 싶다는 응답이 61.3%에 이른다는 것은 아직도 이 사회가 '서울공화국'임을 말해주는 증거이지만, 갈수록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지역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바로 이 점을 노려야 한다.호소카와 모리히로와 이와쿠니 데쓴도는 1993년 출간한 「지방의 논리」에서 이미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들이 제안한 방법은 'U-턴 어드바이저'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거주하다가도 지방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자는 것이다.한참 활동기에 있는 청장년 남성들이 지역으로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일자리 문제다. 지역에 어느 일자리가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U-턴 어드바이저'는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해 만든 '돌아오는 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의 일자리를 면밀하게 조사해 자발적으로 지역에 돌아오고자 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서울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 뿐 아니라 지역내에서도 미취업중인 청장년층에게도 적합하다. 정보가 없어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행정차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다.벌써 16년전에 출간된 책에서 등장한 아이디어였으나 아직 국내에서 실현된 사례는 아직 찾아보질 못했다. 지금처럼 행정기관에서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특정 계층에 대한 한시적 처방일 뿐이다. 'U-턴 어드바이저' 제도는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도움이 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이자 인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지역중소기업들에게도 유용한 제도다. 문제는 지자체의 실행 의지다. 조금만 노력하면 더 많은 이들을 지역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지역발전에 기업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이제 사람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다. /성재민 (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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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07 23:02

[청춘예찬] 우익 알레르기 - 백상웅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학교 신문에 서평을 보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서평 내용 중에 뺐으면 하는 단락이 있다는 것이다. 앞뒤 문맥과 맞지 않으니, 삭제해도 괜찮지 않느냐며 그 분이 나를 달래는 동안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학생 자치권이며 표현의 자유를 떠올렸으며 민주주의와 독재를 비교분석하기도 하였다. 그 분께서 삭제하였으면 하는 부분이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이기는 하였으나, 이렇게까지 전화를 해서 뺐으면 좋겠다고 할지는 몰랐기에 전화를 끊고 한참 지나고 나서야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실 생각해보면 별 문제가 없는 이야기였다. 「체 게바라 평전」에 대해 서평을 썼고, 나는 체 게바라의 생애에 대해 적으면서 엘리트였던 그가 혁명영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쉽게 전하고 싶었다. 나는 학내에서 겪었던 일과 책의 내용을 번갈아가며 서평을 써내려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내가 학내에서 겪었던 일이었다. 그대로 옮겨 적자면 아래와 같다.'예전에 정치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은 보수적인 분이었습니다. 그 분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함부로 옳다, 그르다 결론지을 수 없는 일이지만, 몇몇 발언들은 학생들의 정치적, 사회적 판단을 흐리게 할 정도로 위험해 보였습니다. '노동자들의 데모 때문에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다.' 혹은 '전교조, 민노총이 만들어지면서 사회가 혼란스러워졌다. 그들 때문에 민주화가 후퇴했다.'등의 주장은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할 이야기는 아님이 분명합니다. 전교조, 민노총은 합법적인 단체이며 그들 때문에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국가가 우선인 사회, 기업이 우선인 사회만큼 비민주적인 사회는 없을 것입니다. 국가권력이 강한 사회에서는 시민의 자유가 없고 기업의 힘이 센 사회에서는 국가의 자유도, 시민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신문사에서는 이 단락이 다른 단락과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을 뺀다면 서평을 실지 않겠다고 말했고, 신문에 서평은 실리지 않았다. 나는 분명 정치학 교수님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옳고 그르다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단지 '우익인사'의 발언을 '체 게바라'의 입장에서 대꾸를 해본 것뿐이다. 교수님과 내가 다른 게 있다면, 하나의 발언은 수업시간에 이루어졌고 하나의 발언은 학교신문을 통해 하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나의 서평을 실리지 못했다. '교수님을 욕하는 게 아니냐?'나 '그 부분을 조금 순화시켜봐라.'도 아닌 '앞뒤 문맥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내 글은 잉크 냄새를 맡지 못했다. 나는 다른 문제로 더 화가 났다. 내 글이 엉망이니 신문에 실지 못하겠다는 것인데, 그럼 나는 형편없는 글로 등단해서 학교 이름을 이런 저런 신문에 올린 게 되지 않는가.이 자리를 빌려 말하자면 나는 우익과 보수를 나쁘게 바라보지 않는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고 좌우의 대립 속에 길은 막히기도 하고 트이기도 하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지난 수십 년간 민주당을 밀어온 우리 아버지도 절반은 우익이다.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그 한참 아래쪽에서 보면 우익으로 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보수며 진보가 아니라, 말하고 행동할 권리이다.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낸 사람에게 동조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그 의견을 존중해주는 마음이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당신과 같이 싸우겠다.'는 볼테르의 말에는 뾰족한 창을 들고 있는 '존중'이 숨어 있다.나는 정치인들이 서로 헐뜯고 싸워도 좋다. 노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파업을 해도 좋다. 그들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참을 수 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언젠가 그들이 나 때문에 불편한 것이 생길 때, 그들도 나처럼 불편을 참을 수 있는 마음이다. 지금 나는 불편하다. 학내에 학생 자치도 없고, 학생의 말이 실리는 신문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백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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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30 23:02

[청춘예찬] 신종플루와 우리 사회의 전염병 - 이현수

전 세계가 신종인플루엔자 h1a1(이하 신종플루)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다. 신종플루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믿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확진환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자까지 나오고 있어 공포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보건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 신종플루가 전염성은 강하지만 초기 관측보다는 치사율이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예방수칙만 잘 지킨다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신종플루의 공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몸속에 들어오기 전에 노크도 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하며, 점점 '카오스'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사실 사람들을 '카오스'로 몰아넣는 데는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작용했다. 정부와 언론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의견이 분분하니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판단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신종플루의 특징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인데 언제, 어디에서, 누군가에게,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원래 보이지 않는 적이 가장 큰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법이어서 사람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이미 병이 아닌 병에 대한 공포에 먼저 감염된 건지도 모르겠다.거기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까지 가세했으니 공포감염에 이어서 이미 훌륭한 사회적 합병증이 생긴 셈이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문화적정치적으로 신종플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감염과 전염'이 존재하고 있다.특히 '소문'이 그렇다. 신종플루가 가진 놀랄 만큼 빠른 전염성은 이른바 우리가 접하고 있는 '소문'의 속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변경에서 생겨나서 중심부로 뚫고 들어온 것이든, 그 반대로 중심부에서 변경으로 퍼진 것이든 소문은 순식간에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말,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을 통해 소문은 순식간에 번식하며 어느새 무수한 변종을 만들어낸다. '어떤 사람이 그러는데'라고 시작되는 훌륭한 방법으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에 진실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문이 '진실인가' 또는 '거짓인가' 하는 점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문에 감염되고 더 부풀려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뿐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런 이유로 몇몇 소문들은 높은 전염성과 함께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다. 이 소문에 전염된 사람들은 치료의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고 사람을 내몰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어쩌면 신종플루보다 치사율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염성이 대단히 강력한 사회이다. 뭉쳤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뭉치는 것은 단연 최고가 아닌가.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무엇을 옮길 때에는 내가 무엇에 감염되어 있는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저 떠도는 소문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소문이 정말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진짜 타미플루일지도 모른다. /이현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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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23 23:02

[청춘예찬] 연극의 계절을 즐겨보자 - 박영준

요즘 많은 축제와 대규모행사들이 취소가 되고 있지만 연극공연장은 활발하게 공연이 올라가고 있다.공연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 고민하는 관객, 어떻게 하면 관객이 많이 올까? 고민하는 예술단체가 많아졌다. 연극은 관객과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우의 대사와 몸짓을 통해 표현되는 감정들을 관객이 눈과 귀를 열고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반응한다면 배우와 관객의 호흡이 좋은 공연을 만들어 낸다.관객이 공연을 선택하는 여러 가지 조건들 중 공연명, 단체, 시기, 장소, 출연진, 티켓가격을 비교하면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너무 보고 싶은 공연인데 티켓가격이 부담된다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조기예매를 한다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할인혜택을 찾아보는 노력을 한다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관객에게 필요한 건, 좋은 공연을 좋은 좌석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보는 것을 원할 것이다.저렴하게 보는 방법은 7000원을 할인받는 '사랑티켓'이 있다. 연극의 경우 3000원에 공연관람 할 수 있어서, 관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관람해서 좋고, 연극단체는 관객의 수입 3000원과 지원금 7000원을 모두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사랑티켓으로 많은 사람들 보면 관객과 예술단체가 함께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개선점이 필요하다.홈페이지(sati.or.kr)에서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못하는 분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한정수량이기 때문에 조기에 매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관객들이 원한다면 사랑티켓의 수량을 더 늘리는 방법도 필요하다.초중고 학생 및 교사(교직원포함), 참여단체 소속 근무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 강사들이 60~70% 할인된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는 '기브티켓'은 국공립 극장 및 공연단체로부터 미판매 좌석을 기부 받아 판매를 하고 있다. 기브티켓도 신청은 홈페이지(give.sati.or.kr)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교사의 경우 재직증명서를 제출해야한다는 점과 아직 홍보가 되어 있지 않아서 공연참가단체와 기브티켓 관객지원센터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전주에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주요공연장에만 홍보용 배너와 전단만 비치하여 홍보를 하고 있다.공연관람을 원하지만 경제적 여건등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갖고 계신 분(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차상위 계층)들에게 공연영화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하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신나는 예술여행'(artstour.or.kr)은 주로 보육원, 장애시설, 청소년문화의집, 학교에서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설에서는 공연정보와 신나는 예술여행의 이용방법을 모르고 있다.왜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런 정보와 제도를 이용하고 혜택을 누리고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예술단체의 활성화와 관객을 위해서라도 위탁단체와 공연단체의 홍보활동에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단체는 사랑티켓, 기부티켓, 신나는 예술여행을 신청했다고 관객이 오는 것은 아니다. 많은 관객을 원한다면 발로 뛰어 관객을 찾아가서 정보를 전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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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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