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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우리 그냥 밥 먹으러 가게 해 주세요

혹시 국민들이 성금 모으길 기다리나 싶을 정도로 연평도 피난민에게 부실 대응했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천문학적인 4대강 예산은 현재 국회예결위를 통과하기 전이다. 그 때문에 지난 일요일 서울 시청광장은 깃발로 가득했다. 정부가 서민 복지는 나몰라라 하고 밀어붙이고 있는 매머드 예산이 통과될지 모르는 위기감이 전국 각지 수천 명의 사람들을 한 곳에 모이게 했다. 환경단체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종교 등 각계에서 온 다양한 깃발들은 열 명에 일곱은 반대라는 4대강 여론 수치의 실사판처럼 보였다.지역과 분야가 다양한 만큼 연단에 서는 사람들도 다양했다. 사람들은 사회를 맡은 개그맨 노정렬씨의 풍자에 배꼽을 잡다가, 4대강 사업 때문에 힘들게 가꾼 유기농 농지를 잃게 된 팔당 유기농단지 농민의 얘기에 숙연해졌다.농사밖에 모르던 농민이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우리 그대로 농사짓게 해주세요'라고 외쳐야 하는 현실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대통령이 하나님 목소리 잘 듣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고, 사람 목소리라도 좀 알아들었으면 좋겠다'는 한 목사님의 얘기에 사람들도 함께 한숨을 쉬었다. 머리털 나고 집회 무대에 처음 서보았다는 김정욱 서울대 교수는 댐을 막아도 강은 결국 제 길을 낼 거라며 4대강 사업의 무모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막기 위한 국회 안 이야기도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야당 대표들은 야4당이 똘똘 뭉쳐 꼭 막아내겠다고 결의를 다지며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았다.혹독한 추위에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군고구마를 나눠먹고, 한쪽에서는 초록산타복을 입은 사람들이 간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노래가 나오면 함께 따라 부르고, 사회자의 농담에 박장대소했다. 시종일관 마찰 없이 평화적인 집회였다.그런데 오히려 집회가 끝나고 나서 작은 소동이 생겼다. 전국 각지에서 온 환경운동연합 사람들이 모여서 근처에 밥 먹으러 가는 길을 전경들이 막은 것이다. 지방에서 온 회원들은 식당가는 길을 모르니, 따라오라고 든 환경운동연합 깃발이 문제라는 것이다. 청와대를 향한 것도, 국회를 향한 것도 아니고 식당들이 모여 있는 근처 골목을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밥 먹으러 가는 거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우리도 밥은 같이 먹어야겠기에 실랑이가 이어졌다. 식당을 1분 거리에 두고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졌다. 팔당유기농단지 농민에 이어 '우리 그냥 밥 먹으러 가게 해 주세요'를 외쳐야 할 판이었다.순간 숨이 막혔다. 왜 이렇게 금지된 것들이 많은 건지 전부 기억하기도 어려울 노릇이다. 실랑이 끝에 무사히(?) 식당에는 도착했지만 국민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단적으로 느껴지는 듯 했다. 국민 대다수의 의견과 상관없이 진행되는 4대강사업이나 대포폰 사건 등 국민이 정부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나만 받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식당 안까지 따라 들어오면 전경들도 밥 사줘야 하나 걱정했다'며 농담이 오고갔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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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08 23:02

[청춘예찬] 김성일과 황윤길, 그리고 북한의 연평도 공격

어린 시절 정규교육과정에서 국사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성일과 황윤길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일본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조선에서 파견했다는 두 사신. 황윤길은 전쟁에 대비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김성일은 이를 반박하였다. 선조는 김성일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결과 임진왜란에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배운 역사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엔 숨겨진 이야기가 더 있다. 선조에게 왜의 침입 가능성에 대한 보고가 끝난 후 서애 유성룡이 김성일을 불러 정말 왜가 쳐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느냐고 묻자 김성일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저라고 어찌 왜가 쳐들어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겠습니까? 다만, 불시에 이런 놀라운 소식이 알려지면 중앙과 변방이 아울러 심하게 놀랄 듯하여 그리하였습니다."정비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실제 황윤길의 발언이 있은 후 조정은 각지에 성을 쌓고 장정들을 징집하는 등 급작스러운 대비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민심을 크게 동요되었다. 이에 김성일은 상소를 올려 오늘날 두려운 것은 섬나라 도적이 아니라 민심의 향배이니 민심을 잃으면 견고한 성과 무기가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내용으로 선조에게 내치에 힘쓸 것을 강조하였다. 즉 김성일은 나라를 사랑하지 않아 전쟁준비를 하지 말자고 했던 게 아니라 민심이 동요돼 어지러워질까 염려하였던 것이다. 실제로 김성일은 전쟁이 일어나자 각지에서 의병을 일으키거나 관군을 조직하여 매우 큰 공을 세우게 된다.11월 24일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하여 군인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하였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잃은 소중한 생명을 생각하면 당연하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더 분노가 치미는 건 바로 이런 비극적 사건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용하려는 세력들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청와대 '대포폰 수사'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으며 인터넷에는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 인 이유'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신문이라는 곳은 보도사진을 포토샵 효과로 조작하여 연평도 모습을 더 무섭고 더 공포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리는 효과는 하나다."지금 전쟁 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상황에 어디서 딴 소리야 정부 비판하지 말고 말이나 잘 들어. 지금 적이 눈앞에 있다. 적이 말이야."사실은 때론 진실과 다를 수 있다.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이에 또다른 진실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진실을 알아보려 하기보다는 이 사실을 더 왜곡하고 이용하려는 세력들에 대해 젊은 우리들은 조금 냉철한 눈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김성일의 눈 말이다./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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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01 23:02

[청춘예찬] 학교에 사람은 사라지고, 죽어있는 지식뿐

요즘 학생과 교사사이의 폭력에 관한 기사가 많이 보인다. 폭력교사에 폭력학생도 모자라 이젠 서로 몸싸움을 한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학교 체벌금지와 공교육문제 등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보고 있자니 대학입시 위주의 가치관으로 인해 희생양이 되는 모든 학생들의 현실을 비판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생각이 난다.죽은 지식,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비판하면서 그런 비참한 교육현실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로서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너무 닮아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꿈을 잃어버리고 물질만 좇아가는 메마르고 정이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회복하려고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어쩌면 빡빡한 교육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은 감성이 발달해야 할 때에 지성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일찍이 라이머가 '학교는 죽었다'고 설파한 바 있지만, 한국 교육에서는 학교가 죽은 것이 아니라 학교 속에, 교실 속에 사람이 죽어있다고 표현함이 타당할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 주인이어야 할 사람은 쫓겨나고 그 자리에 지식이 들어선 것이다. 지식이 교사와 학생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것도 살아있는 지식이 아니라 죽어있는 지식이다.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교사도 학생도 지식의 노예가 되어 교육의 비인간화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인간화는 우선 사람을 가르치고 사람을 배우는 교육 행위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극도의 이기적, 개인적 원자화를 극복하고, 더불어 사는 상호 의존적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삶의 태도를 전인교육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설정 해야한다. 정답만이 최선의 단일가치로서 인식되는 폐쇄성은 한국 교육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중의 하나이다.그래도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키팅'교사처럼 학생의 인성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는 중에 그것을 되찾아주고자 노력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키팅은 제자들에게 틀에 박힌 지식보다 각자의 개성을, 창조적 사고를 가르치려고 여러 시도를 하지만 번번이 교장에게 제지를 당하고 결국에는 학교에서 퇴출당한다. 아무리 개개인들이 사회제도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감성을 발달시키고 싶다하여도 사회제도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학교 역시 학생들을 창조적 사고로 기르기 위함보다는 마치 두더지 게임을 하듯 튀어 오르는 모든 것을 망치로 때려 밀어 넣는다.죽은 자는 다시 살아나지 못하듯 '죽은 시인의 사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발버둥 치려해도 그들이 꿈꾸고 원하던 살아있는 시인의 사회는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척박한 세상에서 메마른 가슴을 안고 살아가야 할까. 모든 교사들을 '죽은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키팅처럼 행동하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삶의 존재양식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정보화 시대의 변혁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창의적 인간. 자기 교육력을 가진 인간을 길러 낼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이와 같은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의 잘잘못을 가릴게 아니라 제도의 운영이나 교육내용, 그리고 재정 투자 및 환경 개선 획기적 정책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 이수화(창작극회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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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24 23:02

[청춘예찬] 평행이론 그리고 전태일

최근 모 케이블 방송 '비틀즈 코드'라는 오락 프로그램을 매우 재미있게 보고 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가수와 그룹의 공통점을 억지로 짜 맞추는 과정(비록 작위적이지만)이 '매우 그럴싸하게(?)'포장되면서 묘한 재미가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이 프로그램에서 내세우는 '평행이론'이 가져다주는 약간의 신비감 때문이 아닐 지 모르겠다.'다른 시대에 사는 사람이 같은 운명을 반복한다'라는 뜻을 가진 '평행이론'은 아틀란티스를 연구하던 고고학자 '프랭크 마샬(Frank Marshall)'이 100년 전 자신과 같이 아틀란티스를 연구했던 '이구나 치우스'라는 학자와 비슷한 생애를 살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주장한 학설로부터 출발한다.미국 대통령 링컨과 케네디의 삶은 '평행이론'의 근거로 종종 제시되며, 몇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故 최진실 씨와 마리린 몬노의 생애를 비교하며 '평행이론'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그런데 매주 '깔깔' 거리며 보던 이 프로그램을 지난주에는 그렇게 신나게 볼 수만은 없었다. 올해로 40주기를 맞이한 전태일 추모 행사와 관련 기사를 접하면서, 문득 2010년을 살아가는 누군가도 전태일과 같은 삶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삶일 수 있겠구나'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거나 기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민주노총의 집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에만 적어도 20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하청 노동자도 인간인다"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분신한 이들 하나하나가 '전태일'이다. 그가 일했던 평화시장에서 청소 일을 했던 노동자는 지금도 비정규직으로 건물 청소를 하고 있으며, 그가 일했던 봉제공장에서는 피부색이 다른 이주노동자가 들어서 있다. 이들 역시 또 다른 이름의 '전태일'이다.시간은 흘렀으되, 여전히 '전태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니 어쩌면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는 없는 또 다른 이름의 '전태일'들. 다른 이들의 삶이 반복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 해도, '전태일'이라는 이름으로 '평행이론'이 성립되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일이다.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화형식'에서 그가 분신한지 40년이 흘렀다.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민주화 되었으며, 우리의 피부는 조금 더 하얗게 변했다. 우리는 훨씬 더 많이 배우게 되었고, 또 우리는 훨씬 더 많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태일'이라는 세 글자는 살아있음을 부끄럽게 하는 이름 그대로 일까. 친구가 절실했던 전태일. 2010년 '전태일'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 모두 친구가 되자./ 박창우(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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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17 23:02

[청춘예찬] 나에게 맞는 행복 포트폴리오 만드셨나요?

요즘 내 머리 속에는 욕망의 포트폴리오란 말이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초록 시민강좌에서 지난주에 초청한 홍기빈(정치경제연구소장)씨가 한 말이다. 살림살이 경제에 대해서 쉬운 말로 풀어 놓은 강연을 재미있게 듣고, 막상 나한테 대입해보고자 하니 난코스를 만나버린 것이다.욕망의 포트폴리오를 간단히 얘기하자면 이렇다. 세상에는 수많은 욕망들이 있지만 전부다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세상의 모든 욕망을 좇다가 불행의 노예가 되기 전에, 내가 원하는 행복에 맞는 욕망들만 선택하고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버리는, 욕망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친구가 재미난 비유를 들어줬다."한 마디로 레스토랑 가서 먹고 싶은 거 다 주문했다간 계산서 받을 때 큰 일 나니까, 처음부터 제일 먹고 싶은 거 한두 개만 골라라 이거네."맞는 말이다. 값비싼 계산서만 받는 게 아니라 불행이란 배탈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만난 난코스는 이게 아니다. 한 가지 요리를 꼽으려면 그 전에 내가 원하는 맛이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 나는 내 행복에 맞는 욕망을 꼽기 전에,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이 뭔지도 아리송해져 버린 것이다. 서른이 가까워지도록 행복한 미래의 그림 하나 떠오르지 않다니 왠지 부끄러워졌다. 인생을 너무 허술하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걸음마부터 다시 해보려고 한다. 20살 때 읽은 기형도의 시 「나쁘게 말하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나는 이 구절이 맘에 들어서 '사람들의 욕망은 왜 같은 종류인가'하고 종종 떠올려보곤 했다. 꼭꼭 숨겨놓은 내 똘끼가 그 생각과 만난 덕분에, 나는 내 것이 아닌 욕망은 잘 덜어내는 편이었던 것 같다. 최소한 남이 부러워서 배 아파본 적은 없었던 것 같으니 기형도 시인에게 고마워할 일이다. 살면서 수많은 욕망이 머리를 디밀겠지만, 일단 그 과정이 두렵진 않으니 다행이다.그럼 이제 가장 첫 단계인, 어떤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찬찬히 생각해 볼 차례다. 한꺼번에 집이 그려지지 않으니 지금 있는 재료부터 하나씩 끌어 모아볼 작정이다. 가지고 있는 게 뭔지 알게 되면 그림에 더 필요한 것들이 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정 갑갑하면 술 한 잔 사고 다른 친구들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도 훔쳐봐야겠다. 혹시 같이 고민하고 싶은 또래의 누군가가 있다면 초록시민강좌로 찾아오시기 바란다./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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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03 23:02

[청춘예찬]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 하나는 가지자

지난 24일 사촌 언니의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다녀왔다. 결혼식이라는 행사 자체가 워낙 정신없는 일이지만 거기에 오랜 만에 보는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로도 혼이 반쯤 나가 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식을 기다리는데 대입 재수중인 사촌동생이 내 핸드폰을 보더니 "대체 누나는 언제 적 핸드폰을 아직 가지고 다니는 거야?"라고 물었다. 그 소리를 들은 고모는 "돈 못 벌면 그러는 거야." 라고 답변했다. 스마트폰 열풍 속에서 1년 5개월 사용한 내 핸드폰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정확히 말하면 그건 내 핸드폰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나란 사람이 무시당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가족이기에 할 수 있는 장난 섞인 말일 수도 있고 재수하는 동생에게 좋은 대학을 가서 성공했으면 하고 바라는 엄마의 마음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얼굴은 빨개졌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서울에서 전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연락 받은 지인의 모친상에도 부조할 돈 5만원이 없어서 친구에게 돈을 빌리는 모습은 나의 가난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했다. 그렇다. 30살을 코앞에 두고 있는 계약직. 그게 현실이었다. 이러한 현실은 주위 사람과 비교할 때 더 처참하게 와 닿는다. 주위 친구들은 대학 졸업하고 대부분 바로 취업하여 부지런히 돈을 모아 하나 둘 차도 마련하고 결혼 자금도 마련해 놓았다. 친구들은 그래도 그럭저럭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고 바라볼 수 있지만, 한 살 한 살 나이 먹어 갈수록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고, 차를 구입하고, 한 달에 100만원씩 적금을 하는 후배들을 볼 때마다 비참함에 이어 조급함이 밀려온다. '아. 나는 언제 돈 모아서 부모님 집도 사드리고 시집도 갈 수 있나'라는 생각의 조급함이 말이다.돈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최고의 가치가 아님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돈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되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다.그 사람이 들고 온 가방의 가격. 그러한 것들이 곧 그 사람을 나타내는 가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죽하면 '당신이 타고 다니는 차가 당신을 말해준다'라는 광고 카피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이런 사회에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끄러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명품백 하나는 있어야겠어. 부끄러워서 결혼식이나 돌잔치를 못가겠어." "친구 남자친구가 이번에 명품 화장품 사줬대. 왜 난 그런 남자친구가 없을까" 라는 말 속에서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함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다. 슬프게도 말이다.나만 겪었을 것 같지 않은 20대 청년이라면 겪어 봤을법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깐 이런 세상을 우리 한번 바꿔보자" 이런 건 아니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라는 건 현재 한국사회에서 성장한 20대라면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하고 싶다. 돈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은 있다." "저 친구는 돈은 없지만 ()은 있다." 라는 가치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우리 20대들이 돈이라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가치를 최우선으로 놓기보다는 더 중요한 가치를 생각하는 삶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면서 돈이라는 가치도 함께 추구했으면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구는 결코 나쁜 것은 아니므로. 적어도 20대에 다른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봐야 돈이 더욱 많이 필요한 시기가 되는 30대 40대50대가 되어도 돈 버는 기계로의 삶은 살지 않을 수 있을 듯 하기 때문이다. 사촌 언니 결혼식에 있었던 작은 헤프닝을 말미 암아 평소 20대에게 하고 싶었던 말 그리고 내 자신에게 해보고 싶었던 말을 해본다."우리 아직 젊잖아. 돈보다 해보고 싶은 거 한번은 해보자. 좀!!"/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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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27 23:02

[청춘예찬] 사랑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되니 여기저기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그때에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고 싶은 상대가 아니라 결혼을 해야 하니까 그 사람과 결혼을 하는 걸까? 지금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결혼 전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지금 그대는 그 사람과 결혼을 하는가? 결혼할 나이니까. 요즘의 결혼은 그러해 보인다.또한 바쁜 직장생활로 만남의 기회조차 갖기 어려워진 요즘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여 '천상배필'을 찾아나서는 선남선녀들이 늘고 있다. 이는 결혼 상대자도 '맞춤설계'를 하겠다는 신세대적인 사고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조건에 맞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면 그 부분을 채워주고 노력하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면 점점 발전하는 사랑, 이것이 바로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그렇다면 요즘 청춘의 사랑은 어떠한가. 청춘의 관심사가 연애인거야 새삼스러울 게 없다. 청춘이랑 그 자체로 성에너지가 끓어오르는 시기이니까. 그런데 요즘 청춘의 사랑이 지극히 비속해진 것 같다. 드라마에 나오는 남녀관계를 보면 상대가 내게 어떤 현실적 이득을 주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진다. 그렇게 물신화한, 자본주의화한 사랑의 세태, 사랑의 방식이 소위 말하는 쿨한 사랑인 것처럼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 TV나 다른 매체에서도 끊임없이 이런 사랑을 주입한다.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그야말로 누구나 대학에 가는 판에, 최소한 중소기업의 입사원서라도 쓰기 위해서는 대학교를 졸업해야 하고 빨라도 24~27세가 되어야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집 사야지, 차 사야지, 결혼 혼수 준비해야지 이러고 있으면 30세를 훌쩍 넘는다. 자연스럽게 사랑의 기회도 억압받는 수밖에 없다.또한 우리시대의 사랑은 어마어마한 비용을 요구한다. 요즘 데이트족들의 데이트 패턴을 한번 생각해보자. 밥, 극장, 영화관, DVD방, PC방, 그리고 모텔등 돈 안드는 곳이 없다. 게다가 100일, 200일이면 하는 각종 이벤트도 준비해야 하고, 곧 돌아올 '빼빼로 데이'같은 기상천외한 기념일까지 챙겨줘야 한다. 이런 날은 으레 평소보다 더 분위기 있는 곳에서 데이트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식당 주인과 선물가게 주인들은 평소보다 더 높은 값을 부르며 젊은 커플들을 있는 대로 벗겨 먹는다. 결국은 '사랑이 사람을 착취하는 역설'까지 일어나게 된 셈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예전에는 광장이 청춘을 만나게 했다면, 그리고 청년다운 열정을 뿜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청춘들은 독서실, PC방 같은 밀실에 갇혀 지내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광장 자체도 제 기능을 못한 지 오래다. 새로운 사랑을 찾는 데에도 매우 주저하고, 또한 대부분이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곳곳에 몰래 사랑을 나눌만한 공간들이 들어서고, 둘이서 조용히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음식점이나 데이트 장소들을 친절하게 소개하는 가이드북까지 다 나오는 세상에 그토록 '사랑을 못하는 20대'가 판을 친다. 괴테가 생활에 행동이 요구되듯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듯이 우리에겐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미 '자본주의적 생활방식'에 길들여져 버린 우리는 실천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 이수화(창작극회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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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20 23:02

[청춘예찬] 내가 가진 삽 한자루

'내가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의 내가 겨우 삽 한 자루 가진 사람들을 향해 왜 저깟 산 하나도 옮기지 못하느냐는 터무니없는 책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른이 된 후에 깨달았다. 아이가 세월만 흐르면 되는 게 어른이란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사실 어른은, 아니 어른도 별 힘이 없다.'(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마한」 중에서)취재를 위해 만났던 중고등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던 한 마디가 있다. 바로 필자에 대한 호칭 '아저씨'다. (아마도 학생들에게 남자 어른은 모두 '아저씨'로 통하나 보다.) 그렇게 '아저씨'란 말을 듣다 보면 새삼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문득 어린 시절 내가 가지고 있던 '어른'의 이미지와 너무도 동떨어진 필자 자신의 모습에 원인모를 자괴감이 들곤 했다.그런데 최근 그 원인모를 자괴감의 정체를 밝혀냈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것은 '부끄러움'이었다. 우리가 학교를 다닐 적보다 훨씬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학생들의 삶에 대해, 현실에 대해, 모른 척, 나아질 거란 척하며 애써 외면해왔던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책임감 내지 죄책감 같은 감정이었던 셈이다.특히나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수능이 코앞이라는 사실을 피부가 먼저 알아차리면, 그 부끄러움은 배가 돼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삽 한 자루를 가지고 산이라도 옮기고 싶은 심정이 들곤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삽 한 자루로 강을 파겠다는 정책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보지 않으면 나았을 테지만 매일같이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는 상황을 겪고 나니 그들을 위해, 아니 적어도 어린 시절의 내가 퍼부엇던 비난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내가 가진 삽 한 자루로 할 수 있는만큼을.'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마한」 중에서)그러니까 결국 「울기엔 좀 애매한」이라는 만화는 어른이 된 만화가 최규석이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행동으로 보인 결과물인 것이다.아마 또 머지않아, 어떤 이유에서든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로부터 '아저씨'란 말을 듣게 될 지 모르겠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만큼 멋진 아저씨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럽지 않도록, 학생들을 만났을 때 당당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삽 한 자루로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그러니까 어쩌면, 이 글은 필자의 첫 삽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삽 한 자루는 무엇인가요? / 박창우(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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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13 23:02

[청춘예찬] 착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

얼마 전, 한 친구와 긴 얘기를 나눴다. 주고받은 얘기 중에, 사람이 무섭고 세상이 실망스러워서 살기 싫다고 한 그 친구의 말이 가슴에 콕 박힌다. 그 친구를 생각하며, 그리고 혹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내 또래의 누군가를 생각하며 다소 감상적일 수도 있는 글을 몇 자 적고자 한다.20살 즈음, 인간의 본성이 악할까 선할까에 대해 다른 친구와 재미삼아 얘기한 적이 있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고 굳게 믿었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지금 그 친구가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없을 듯하다. 그렇게 심오한 주제를 선악의 흑백논리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보고만 있어도 인간이 선하다는 건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만 보고 있으면 불법과 편법을 저질러 놓고도 태연한 얼굴을 한 일부 지도층 인사들과, 인간이 저질렀다고 믿기 힘든 끔찍한 범죄들에 대한 기사가 끊이질 않고, 인터넷상에선 마녀 사냥이 가득하다. 가끔은 사람을 지나치게 믿은 것이 독이 되기도 하고, 너무 착하면 바보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내 주위에 있는 착하고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새삼 고맙고, 신기할 정도다.그렇지만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건 대부분의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사는 것이 힘들면서도 함께 힘든 얘기를 나누며 서로의 등을 토닥이고, 자신도 가끔 살기 싫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가 죽고 싶다고 말하면 기를 쓰고 설득하는 착한 사람들 말이다.보노보라는 영장류가 있다. 무한경쟁, 전쟁, 학살, 남성지배 등 우리 사회와 너무 닮은 침팬지와 달리, 암수 관계가 수평적이고 약자를 보호하며, 평화를 추구하는 보노보.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조국 교수의 「보노보 찬가」에서는 우리 안에는 침팬지의 본성 뿐 아니라 보노보의 본성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침팬지들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정글 같은 대한민국에서, 우리 사회의 보노보들이 좀 더 활약하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책에서 얘기하는 보노보 같은 사람은 좀 더 많은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것을 기초로 사소한 것들을 바꾸고 싶어 하는 우리 주변의 착한 사람들이 보노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현실의 슬픔은 사람을 절망하게 만들 수 있기에 큰 힘을 가졌지만,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연대는 그것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서로를 북돋우고, 위로하면서,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이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밑바탕에 단단히 새겨져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세상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고 냉소하는 방관자가 되기 전에, 같은 생각과 고민을 하는 주위의 사람과 손을 잡아보자. 무언가 달라질 거란 생각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망한 지 올해 30주년을 맞이한다는 존 레논도 노래 'imagine'에서 말했다.당신은 내가 몽상가(dreamer)라고 말하겠지요.그러나 그건 나 혼자가 아니랍니다.그리고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요.그러면 세상은 하나처럼 살 수 있을 거예요./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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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06 23:02

[청춘예찬]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행동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행동할 수 있다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생활이 돌아왔다. 모처럼만에 긴 연휴 속에서 마음껏 휴식을 즐긴 사람도 있을 거고 여전히 바쁜 나날 속에서 잠깐의 여유만을 찾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휴식은 일상의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데 큰 활력소가 된다.이번 나의 연휴계획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손에서 책을 놓은지 오래되어 생각이 딱딱하게 굳어져 간다는 느낌을 받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굳으면 사고가 마비되고 사고가 마비되어 가다 보면 의식이 죽는다. 내 의식을 내가 죽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을 좀 읽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건 계획일 뿐 해야 하는 일더미 속에서 결국 연휴기간 내내 책 한권을 읽지 못했다.그렇게 여느 때와 별 다를게 없는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을 때 나를 번뜩 깨우는 사건이 일어났다. 일을 하다가 잠깐 쉬려고 인터넷 창에서 웹툰을 찾았다. 좋아하는 웹툰 작가가 연재를 시작했기에 첫 회부터 천천히 감상했다. 웹툰 내용은 2012년 새해 첫날 세상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번 회는 남자주인공이 군부대가 나누어 주는 배식을 받는 내용이었다. 배식을 받기 위해서는 감염자는 정확한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언가 정확한 말을 해야 한다는 설정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무슨 말로 내가 감염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할까? 고민하던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기 사람이 있다" 라고.대사를 읽는 순간 울어버렸다.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평소 이 웹툰 작가가 그려온 만화들의 성격을 아는 나로서는 이 말에 의미를 붙여서 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말은 2009년 1월 20일 용산 참사가 벌어진 후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만들어진 구호라는 의미를 말이다. 이 구호를 아는 나는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웹툰 작가의 대사가 그냥 넘겨지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 것이다.아는 만큼 보인다는 경험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학기부터 전주대학교에서 수업을 맡아 강의를 나가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수업 중 "매체언어"라는 수업이 있는데 이 수업시간에 꼭 말로 표현하지 않고 각종 매체들로 그 상징하는 의미를 찾는 연습을 하고자 MBC에서 방영하고 있는 '무한도전'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을 같이 감상한 적이 있다.우리가 감상한 내용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편이었는데, 아이들은 여기서 많은 의미들을 찾아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찾아가는 파티장소는 4대강 오염이 가장 심한 곳으로 현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한다는 내용, 파티장소를 찾으러 가기 전에 두바이 식당에 가서 너무 많은 음식을 주문하는 장면은 두바이가 무분별한 건설로 국가위기에 맞은 것처럼 우리도 너무 많은 공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을 비판했다는 설명, 특정한 말이나 행동을 할 경우 잡혀가는 설정에서는 현 정부의 언론탄압을 비꼬았다는 추측까지, 아이들은 많은 의미를 찾아냈다.물론 이것들은 과대추측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많이 방영했다는 사실을 알고 또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다면 예능 프로그램이 그냥 예능 프로그램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니깐.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 후에는 느끼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끼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행동하게 된다. 지금 우리 20대 젊음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더라도 많이 알고, 보고, 느끼고 그리고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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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29 23:02

[청춘예찬] 돈으로 사지 못할 소중한 경험, 여행

20대에 꼭 해봐야할 일로 꼽히는 것 중에 하나가 여행이다. '돈이 부담스러워서' '혼자라는 것이 무서워서' '세상이 너무 위험하니까' 같은 핑계를 대기에는 20대라는 청춘이 가진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만약 정말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면 빚을 내서라도 가야 하는게 여행이라고 극단적인 예까지 들어가며 떠날 것을 권유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선뜻 여행에 도전하기란 어렵다. 여행을 가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돈이 없으니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돈도 벌어야하니 말이다.분명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20대로서, 망설이다가 놓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떠나라고 권유해 본다. 언젠가는 갈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 언젠가'가 희망이 될 수는 있으나 그 말대로 '언젠가'로만 남게 될 수도 있기에 20대에 꼭 해봐야 될 일이라고 하지 않나.게다가 세차례의 태풍으로 마구 떠내려가고 무너지고 난 후 거짓말처럼 나타난 눈부신 하늘. 하늘은 높고 식욕도 넘쳐나는 바야흐로 고요한 가을이 왔다. 선선한 바람과 고독한 가을 냄새는 언제가도 두근거리는 여행의 마음을 더욱 요동치게 만든다.떠나라. 해외여행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가을만큼 아름다운 곳이 또 어디 있으랴. 이번 가을에는 국내여행을 추천한다. 가을을 느끼기엔 산이 좋다고들 하지만 가을은 어디를 가든 만나게 되어 있다. 더군다나 가을축제 또한 가을 여행의 묘미라 할 수 있으니 가고자 하는 곳의 축제도 체크해 볼 만하다.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계절이기에 맛을 함께 나누고픈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좋다. 하지만 나홀로 떠나는 여행을 해보는건 어떨까. 가을은 떠나가는 고독한 계절이지만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기에 혼자서 가는 여행이라면 얻는 것이 많은 여행이 될 것이다.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현실도피를 위해, 재충전을 위해. 그 중 20대의 여행 목적은 자아를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배낭하나 꾸려서 어디든 떠나게 되고 여행의 막바지엔 한번의 여행으로 자아를 찾았다고 하기엔 다소 '오버'일 수는 있으나 체 게바라가 "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본다. 세상과 마주 서는 법을 배우는 자신을." 이라고 말한 것처럼 배움과 지혜가 누적됨으로써 더 성숙된다. 그렇기에 한번가면 두 번 세 번 가게 되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서점에 가면 여행에세이, 여행 잡지 등 여행에 관한 많은 책이 있고 인터넷에는 클릭 한번으로 많은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타인의 눈을 통한 여행을 할 것인가? 더이상 다른 사람들의 여행담을 들으며 여행을 꿈꾸는 자가 아닌,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여행담을 들려주며 오늘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미래의 내가 되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떠나는 모든 이가 여행의 모든 경험들로부터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길 바란다. / 이수화(창작극회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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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15 23:02

[청춘예찬] 지역일간지와 주간지의 상생 위한 제언 - 박창우

지역신문으로 대표되는 지역언론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이야기는 이미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 시장구조가 이미 왜곡으로 점철된 상황에서 지역신문이 자생적으로 살아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럼에도 그 중요성이 너무 큰 까닭에 지역신문을 살리기 위한 시장 내외부의 대안찾기와 노력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며, 그 과정에서 일면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특히, 독자와 호흡하고 '읽히는 신문'이 되기 위한 지역신문 내부의 노력 덕에 지역신문의 질적인 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향상되는 중이다. (물론, 왜곡된 지역신문 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제에 공감하는 몇몇 신문사에 한해서지만 말이다.)하지만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도 불변의 모습을 자랑(?)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지역신문에서 마치 지면 채우기 용도로 활용되는 '지역면'이다. 행정기관에서 작성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지역면'은 전북에서 발행되는 10개 이상의 종합일간지 모든 면에서 '싱크로율 100%'를 자랑할 정도이다.이는 각 신문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재기자 제도가 사실상 기사를 위한 제도이기 보다는 광고를 위한 제도로 전락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군 단위의 지역주간지 취재기자와 지역병원 홍보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건대, 주재기자의 필수덕목은 다름 아닌 인맥이었다. 신문사가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기사가 아닌 광고였으며, 주재기자를 '투잡' 정도로 여기는 주재기자들의 취재원은 그 지역 관공서나 병원 등 협찬이나 광고가 되는 취재처에서 근무하는 자신들의 후배와 친구들이었다.그래서 오늘도 전주를 제외한 전라북도 시군지역의 행정기관에서는 자신들이 작성한 보도자료를 자신들이 스크랩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이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필자는 지역일간지와 지역주간지의 기사제휴를 제안한다. 통신사의 전국뉴스를 지면에 할애하듯, 시군 단위 주간지의 비중있는 기사를 지역신문 지역면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아마도 보도자료 가공기사로만 채워지는 지면보다는 훨씬 생기가 돌지 않을까 싶다.전라북도 내 어디를 가도 지역주간지는 과잉이다. 지역일간지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분명 뜻이 있는 신문사는 있고, 다른 신문을 펴내는 신문사는 존재한다. 같은 뜻을 가진 신문사가 뭉쳐 상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덧붙이는 글 : 이 글이 오늘도 땀 흘리며 취재현장을 누비는 주재기자 분들의 자부심과 긍지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창우(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박창우(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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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08 23:02

[청춘예찬] 피디수첩, 본방사수 하셨습니까 - 곽화정

지난 주 화요일, MBC 김재철 사장은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다룬 피디수첩 '수심 6m의 비밀'을 방송 3시간을 앞두고 보류시켰다. 이를 두고 "스스로 MB의 아바타임을 인증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고기 파동 때 피디수첩에 된서리를 맞은 기억이 있는 정부가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냈지만 기각된 후였기에,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셌다.방송보류 기사가 나가자마자 인터넷 기사에는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고, 아프리카TV를 비롯한 시민 미디어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MBC 앞에는 방송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MBC 교양국 피디들은 2주 연속 불방 시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23일 월요일에는 방송이 결정됐다는 소식에도 MBC 본사 앞에 5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든 것은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이다. 언론 검열의 현실을 실감했기 때문이고, 그 검열로 걸러진 목소리가 아닌 4대강에 대한 진실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창구까지 잃을까봐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4대강사업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생각은 대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으면서도 대운하 사업은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광우병 촛불 때에도 소고기 문제만큼이나 큰 목소리를 만들었던 게 대운하 반대였고, 결국 대운하 사업을 4대강사업으로 변경시켰다. 비록 그것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투표로 보여주었다.그러나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뜻이 확실해졌음에도, 정부는 잠시 반성하는 시늉만 하더니 다시 귀를 막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4대강사업에 비판적인 언론은 막고, 홍보에는 열을 올렸다.안타깝게도 정부의 의도는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조사 등 사전단계는 부실하게 해치우고 공사는 속전속결로 진행해, 너무 멀리 와서 되돌릴 수 없는 상황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반대해도 어차피 대통령은 할거야'라고 허무주의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언론에서 잘 다뤄지지 않으면서 국민의 관심도도 떨어졌다.그렇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강의 문제는 곧 생명의 문제이다. 우리 국토의 미래가 걸린 일이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과 터전이 걸린 일이다. 이 정권이 국민이 관심 안 갖기를 바라는 만큼 더 알아야 한다. 환경운동가들은 고공의 보 위에 올라가 한 달 넘게 선식만 먹으면서 뭘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 정부는 왜 20m의 댐을 보라고 우기는 것인지, 왜 강의 수심을 그렇게 깊게 파려고 하는지, 왜 전문가들의 우려조차 묵살되고 있는 것인지, 팔당 유기농 단지의 위원장은 왜 보름 넘게 단식하고 있는지 말이다.역사에는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했는지는 기록되지 않는다. 이 무자비한 사업을 국민이 막았느냐 막지 못했느냐만 기록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가 심해지면 더 열심히 알아야 하고, 진실의 목소리를 보호해야 하며, 더 거세게 저항해야 한다.피곤하다고? 어쩔 수 없다. 원래 정부가 잘못하면 국민이 피곤한 거니까.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 간사)/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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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25 23:02

[청춘예찬]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몰라도 되는 건 아니다 - 임숙정

글을 시작하기 전에 독자 여러분에게 문제를 하나 내겠다. 신라가 우산국을 정복한 이후 울릉도와 함께 우리나라의 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자신의 섬이라고 주장하는 울릉도의 부속 섬은 무엇인가?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황당해 할 거라 믿고 싶다. 이렇게 쉬운 문제를 내면서 아까운 지면을 할애하고 있냐고 분노할 거라고 믿고 싶다. 내가 '믿고 싶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얼마 전 충격적인 영상을 하나 보았기 때문이다.며칠 전 인터넷에서 '독도를 모르는 한국 고등학생들'이라는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독도를 모를 수 있을까?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클릭을 해보았다. 영상은 2010년 8월 5일 MBC에서 방영된 '국사, 안 배워도 그만?'이라는 동영상의 일부를 편집한 내용이었다. 영상을 보면 서두에 낸 문제가 작년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출제된 2학년 한국 근현대사 기말고사 문제라고 등장한다. 선생님이 평균점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맞히라고 준 문제였다. 그러나 2학년 전체 400여명 가운데 독도를 적어낸 학생은 200명도 채 되지 않았으며, 정답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상을 촬영한 제작자는 국사를 가르치지 않는 교육계의 현실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우리가 학창 시절 아무리 공부를 하지 않고 놀아도 정규 수업시간에 들은 것들은 어느 정도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규 수업시간에 국사를 편성하지 않으니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독도에 대해 분개하면서 가르치지 않아 잊혀진 역사가 문득 떠올랐다. 다가오는 2010년 8월 29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른다면 국치일이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다가오는 2010년 8월 29일은 국치 100년이 되는 날이다. 국치(國恥). 국가의 부끄러움. 바로 나라를 빼앗긴 날이다. 부끄러운 날이니 잊어야 할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건국기념일, 31 기념일과 함께 국치일을 3대 기념일의 하나로 추념했다. 만주 동포들은 국치추념가라는 노래를 부르며 이날을 곱씹었다.일제강점기에는 해마다 8월 29일이 되면 각 상점이 일제히 약속한 듯 문을 닫았고 격문 살포 등은 더 활발해졌다. 해방 후에도 국치일은 계속 기억되어졌다. 1946년 국치기념일은 아직 완전한 해방을 이룬 것은 아니라며 더욱 성대하게 치러졌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엔 공식적인 기념식은 없었지만 달력에는 국치일이 기념일로 표시되었다. 그러다 한일관계가 이전과 다르게 바뀌던 박정희 시대에 들어와 국치일은 더 이상 기념되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점차 잊혀져 오늘날에 이르렀다.치욕의 역사도 역사다. 지우려 한다고 지워지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 치욕의 역사를 더 잘 기억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젊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8월 29일. 나라를 빼앗긴 그 아픔을 생각하며 그 시기 살아갔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젊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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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8 23:02

[청춘예찬] 미디어, 범죄 교과서 - 이수화

현대사회가 다원화되고, 폭력적 미디어가 홍수처럼 만연함에 따라 모방범죄 역시 하나의 사회문제로 인식되게 되었다.모방범죄란 한 개인이 자신이 보았던 범죄의 장면을 따라해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범죄학(Criminology)에서는 사회의 이슈가 되는 범죄가 많으면, 해당 범죄의 빈도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있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 범죄를 많이 보기 때문에 해당 범죄에 대해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즉 미디어에서 범행 수법을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할 경우 다른 잠재적 범죄자들이 이를 참고할 수 있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했던 보도가 반대로 제2의 범죄를 탄생시키는 '교과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모방범죄가 언론 보도로 인해 발생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없지만, 미디어에서 범죄나 폭력의 묘사가 정확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올 경우 국민들의 감수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연구 결과를 통해 분명히 입증됐다.예컨대 최근만 해도 2007년 혜진예슬양 피살 사건, 2008년 조두순 사건, 올해 김길태김수철 사건 등이 수차례 미디어를 통해 세세히 전해졌으며 이러한 사건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아동성범죄가 4년간 70% 증가했다. 그리고 실제로 올 3월에는 김길태 사건을 모방한 범죄가 일어났다.이런 현상은 자살에 관련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마릴린 먼로가 자살한 달의 경우 미국 내 자살률이 12% 증가했다며 자살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자세할수록 모방 자살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는 42건이 넘는다. 언론이 사람을 자살하게 하지는 않지만 이미 자살하고 싶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그 방법이나 역할모델 등을 제공하며, 이들의 정신적 저항력을 약화시켜 마지막 치명적 순간으로 내몬다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모방범죄를 억제하고 미디어의 악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미디어의 폭력 및 범죄수준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민들 역시 올바른 판단력을 배양할 수 있는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또한, 범행수법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언론 보도는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언론보도가 이뤄져야 한다. 속보와 특종 경쟁 속에서 절제되지 않고 무차별적인 보도를 쏟아내기보다는 사건의 성격과 방향을 전문가적 시각으로 규정하고, 보도 준칙에 따라 보도의 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각 매체에서는 미디어와 범죄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과 파급 효과를 인정하고, 근본적인 보도 기준을 세워 모방범죄를 줄일 수 있는 제대로 된 미디어파워를 보여주길 바란다. /이수화(창작극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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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1 23:02

[청춘예찬] '새만금', 흔한 이 세 글자 - 박창우

새만금 외곽방조제 공식 개통 이후 쏟아져 나온 새만금의 장밋빛 미래를 보고 있자면, 머지않아 군산과 부안 등 새만금 사업권 안에 있는 도시들이 세계적 명품도시로 우뚝 설 것만 같다. '세계가 부러워할 명품복합도시 새만금'의 내부개발이 이뤄지면, 정말이지 전라북도는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는 '지상낙원'이 될 것 같기도 하다.그런 의미에서 '전라북도에 있어 새만금은 종교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새만금의 핵심을 너무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바로 '구원'인데, 새만금이야말로 배고프고 소외된 전북도민을 구원할 존재로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물론 그렇다고 해서(글의 서두를 꽤나 '시크(chic)'하게 풀어냈다고 해서), 방조제가 완공된 지금 새만금 사업에 대한 찬반여부를 논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군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방조제 개통 이후 늘어난 관광객 등 가시적인 경제효과를 목격하면서(그 경제효과에도 거품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새만금 사업의 긍정성을 다시 보게 됐을 정도다. 또한 타 지역에 사는 친구나 지인들이 전북을 찾게 되면 앞장서서 새만금 방조제를 구경시켜 주고 있으니 '새만금 종교'의 '목사'는 아니더라도 '전도사'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는 셈이다.그럼 왜 갑자기 새만금 얘기를 삐딱하게 꺼냈냐? 이는 얼마 전 한 사진작가로부터 그가 추진 중에 있는 작업 이야기를 들은 까닭에서다.주로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일정기간동안 그 주제에 관련되어 사진을 찍어온 그는 앞으로 시간을 투자해 새만금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겠단 뜻을 밝혔다. 새만금 사업의 긍정과 부정을 떠나서 전라북도에 하나의 종교처럼 자리 잡은 새만금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과정을 담아내고 싶다는 게 그의 뜻이었다.예를 들어 새만금을 구경 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횟집 간판이 '새만금 횟집'으로 바뀐 상황처럼 상호에 '새만금'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간판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 모아 두겠다는 의미다.각종 횟집은 물론이거니와 새만금 방조제 입구 근처의 민박집과 열쇠집, 다방, 신문사, 거리명 등 아마 그는 쉼 없이 셔터를 눌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우리 삶에 '새만금'이라는 세 글자는 '사랑해'라는 세 글자보다 더 흔한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알게 모르게, 혹은 작고 크건 간에, 확실히 우리의 삶은 새만금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어. 그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지면 커졌지 결코 작아지지는 않을 거야. 새만금 사업 자체가 갖는 의미는 차지하더라도 그 사업이 그 지역 안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 그리고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정말인지 누군가는 그 과정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알려야 하는 거 아닐까?"할 줄 아는 게 사진 찍는 거 밖에 없다는 그의 작업을 너무나, 정말로, 200%, 응원한다! /박창우(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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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04 23:02

[청춘예찬] 아이들의 눈으로 - 곽화정

최근 또 아이들이 자살했다. 진로고민으로 인한 동반자살. 그러나 아이들의 자살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린 탓에 큰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세상의 무게에 눌려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아이들의 죽음에조차 무뎌지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201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최하위이고, 100명 중 9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들 중 누군가는 어른들 모르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살인적인 경쟁 구도에서 아이들은 매일 전투를 하도록 내몰린다. 그렇게 힘들게 커서는 돈 많이 벌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럴 때 나는 묻고 싶다. 그 꿈이 정말 너의 것이냐고.아이들 불행의 배후에는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획일화된 사회, 그리고 경쟁에서 도태되면 끝이라는 사회의 분위기가 있다. 어쭙잖게 사회 전체의 교육개혁을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럴만큼의 역량도 없을 뿐더러 교육풍토와 사회 분위기가 바뀌길 기다리기엔 지금 불행한 아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당장 건져낼 수 없다면 아이들의 기억 곳곳에 보석을 박아주자. 인생의 어느 순간이건 꺼내보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특효약 말이다. 그리고 그런 보석이 가득한 보물상자를 가슴에 품고 있는 아이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나 역시 그런 보석을 몇 개 가지고 있다. 한번은 어릴 때 숲 속에서 친구들과 하루종일 뛰어놀다가 홀로 남았을 때 특별한 기분에 휩싸인 적이 있다. 마치 자연과 친구들과 내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듯한 포근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그 후로 세상이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것 같거나, 증발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날의 기분을 떠오르면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죽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재가 되어 있다.나 뿐만 아니라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면 그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만큼은 칠순의 노인도 어린 아이의 마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생애를 크게 거스르다 보면 현재의 어려움도 곧 지나갈 거라는 긍정의 힘이 생긴다.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생의 어느 시점에서 뒤돌아봤을 때 삶이 전투의 기억으로만 가득한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남은 인생이 얼마짜리인지를 세고 있는, 지치고 메마른 어른이 되어 있다면 그건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만 가르치지 말고 넘어졌을 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먼저 심어주자.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길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것도.어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의 인생은 벌써 시작되었고 가장 민감한 감수성으로 가슴 속에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희생시키다가는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이미 불행과 너무 친해져 버렸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곽화정(전북환경연합 간사)▲곽화정 간사는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환경문제 해결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전주로 내려와 전북환경운동연합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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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8 23:02

[청춘예찬] '20대 X새끼론'에 대한 나의 반발 - 임숙정

지난해 한 대학교수가 대학 신문에 특별 기고한 글이 도화선이 되어 인터넷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바로 김용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가 충남대 신문에 기고한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라는 글에서 파생된 '20대 X새끼론'이었다.'5월30일, 서울광장이 '털렸다''로 시작되는 이 글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너희는 안 된다.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 라고 다소 과격하게 끝맺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하면서 스펙 쌓기에만 급급한 20대를 비판한 한 대학교수의 기고문을 읽으면서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었다.나는 항상 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곤 하였다. 술자리에서 후배 한 명이 "전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존경받을 만한 대통령인거 같아요."라는 말 한마디 했다가 그에 대해 반박하느라 술자리가 파투되기도 했으며 관촌중에서 '미선이효순이 사건'을 계기로 반전배지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수업에 빠지고 임실 관촌중으로 가서 아이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투표권도 없으면서 모 후보를 지지하라고 친구들을 선동(?)하고 다녔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는 앞장서서 탄핵반대 시위를 나가기도 했다.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 났을 때는 미국산 소고기 반대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출근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는 그 기간 내내 상복을 입고 출근하며 인문대 복도에는 작은 분향소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나는 이상한 20대였다. 내가 이상한 20대로 취급받게 만드는 20대를 나 역시 욕하곤 하였다.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나의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정치와 사회에 관심 있다고 생각한 건 나의 오만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관촌중을 갔을 때 나는 혼자 가지 않았다. 과 선배와 함께 동행 했다. 그리고 관총중에서 사온 뱃지를 전주대 학생회관 앞에서 나누어 주었을 때 학생들은 너무나도 고맙게 그걸 받아갔다. 고(故) 노무현 탄핵 반대 시위현장에서 정치인들만 발언하는 상황에 욱하여 마이크를 잡고 내 의견을 말할 때 내 나이 또래의 학생들이 나를 응원해줬던 기억도 있다.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 났을 때는 학부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던 기초 한국사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시위현장에 가려고할 때 수업을 듣는 7명의 학생이 같이 가자면서 내 손을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인문대 복도에 내 개인 노트북으로 하루종일 추모영상을 틀어놓았지만 아무도 노트북을 훔쳐가지 않았으며 그 옆에 분향하라고 놔둔 국화 꽃다발은 한 시간도 안 되어 동이 나고 말았다. 나 혼자만이 이상한 20대는 아니었던 것이다.어쩌면 행동으로 시대에 맞서 싸웠던 386세대들이 보기에 현재의 20대는 취업에만 급급하며 사회와 정치에는 무관심한 세대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만큼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의 20대에 희망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20대는 충분히 희망적인 세대이다. 여기 그 증거들이 있다. /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임숙정 연구원은 진안 마령중 교사, 한국고전문화연구원 연구조교를 했으며, 현재 전주대 고전학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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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1 23:02

[청춘예찬] 靑春 아닌 淸春? - 이수화

지금의 청춘은 기성세대가 만든 획일적 가치 속에 함몰된 채, 꿈마저 양식당하는 靑春 아닌, ?春이다.21세기에 청춘을 맞이하는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현실에서의 젊음은 만만치가 않다. 젊음의 이미지는 더 이상 도전과 모험과 낭만과 객기가 아니다. 그 자리는 취업과 토익과 학점 따위가 대신하며 불안과 경쟁과 위기가 오히려 20~30대 젊음과 더 근접한 이미지로 자리하게 됐다.우리의 20대 젊은이는 '열정세대'나 '희망세대' 같은 예쁜 이름을 놔두고 하필이면 '88만원세대', '3無세대(돈집결혼이 없는 세대)', '불안세대'와 같은 삭막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가슴 한 켠에 새긴 꿈도, 위대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소망도 모두 덮어둔 채 안정된 생활을 위해 대기업이나 공무원시험에 이 찬란한 청춘을 걸고 있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상을 향해 한없이 도전해보고 부딪쳐봐야 할 이 때 우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 벽을 느끼기 시작하며 자신이 지닌 재능과 가려는 길에 대한 고민을 품게 된다.하지만, 이처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수 없이 고민하는 시기가 바로 '청춘'일 것이다. 그 고민의 순간 자신의 재능이 부족함을 깨닫고 현실을 택하면 청춘은 종언을 고한다. 꿈은 사라지고 생계를 위해 사는 일상만이 남는다. 이상을 택한 청춘도 늘 치열하지만은 않듯이 현실을 택한 삶도 비루하지만은 않다고, 한 때나마 꿈을 향한 열정을 지녔던 사람에게 적어도 생은 그런 방식으로 배반하지는 않는다고 필자는 확신한다.그런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청춘'도 늘고 있다. 타율적 욕망에 의해 굴절된 꿈을 꾸며 자신의 삶을 유예시키는 사람들이다. 필자의 주위에는 3명중 1명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무더운 여름을 갑갑한 고시원에서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네가 하고 싶은 것이 공무원이냐"고 물었더니,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공무원을 하겠다"고 한다. 공무원. 그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이다. 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안정적인 삶은 공무원이라고 훈련받아온 것처럼 자신의 이상이 아닌 타인의 이상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청춘. 기계로 찍어낸 붕어빵처럼 자신이 눈에 띄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안타까운 청춘이다.무엇을 이루기보다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청춘이기에 불안정하고 아직 확정된 것이 없어도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청춘이다. 지금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고가는 청춘 혹은 타율적으로 생산된 욕망 속에 갇힌 이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순수한 열정과 이상을 품고 현실과 싸우는 '청춘'의 시기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당신은 아직 ?春 아닌, 靑春이기에. /이수화(창작극회 배우)▲ 연극배우 이수화씨는 전주대 한국어문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창작극회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화자 한지세상' '삽 아니면 도끼' '콩쥐야 훨훨' '필례,미친꽃' 등 다양한 연극 무대에 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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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14 23:02

[청춘예찬] 조급증을 버려라! - 박영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홀리데이'를 보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나온다. 1988년 10월 16일 지강헌 일당이 서울시 북가좌동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은 당시 TV를 통해서 전국으로 생생히 중계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특히 '돈 있으면 무죄, 돈 없으면 유죄'라는 뜻의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는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절규였다.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된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돈 있고 '빽' 있는 자는 죄를 지어 재판을 받아도 특혜를 받고, 그렇지 못한 자는 중형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현실. 중형 그 자체보다 이 상대적 불평등이 그들을 분노하게 하는 원천이었던 것이다.사건 발생 20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그 때 그 시절 서민들의 불만의 소리는 아직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가난은 대를 이어 가난을 낳고, 부자는 대를 이어 부자가 되는 세상. 재산이 세금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자들, 회사를 통째로 아들에게 물려주려다 '딱' 걸려도 쉽게 풀려나는 대기업 회장님, 억대 뇌물을 받고서도 철창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형량을 채우기도 전에 특별사면을 해주니 돈 있는 자들은 법이 두렵지 않다. 그들에게는 친절한 돈과 권력이 있기에 지금도 '유전무죄(有錢無罪)'는 통한다. 세상은 요지경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富者)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덕분에 부자가 되는 노하우, 투자의 기술, 가난을 탈출하는 방법 등을 다룬 책은 어느새 베스트셀러가 되어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서도 실천하지 않고, 단기간의 노력으로 성공을 이루려고 하니 정작 결과를 보지도 않고 중도에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조급증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가난에는 시간의 여유가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전라북도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16개 시도(특별시 및 광역시 포함) 중 15위다. 가난한 전라북도가 바라보는 희망은 새만금이다. 새만금의 성공이 전라북도를 가난의 땅에서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공사를 끝내려고 하거나, 주변환경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서두르다 보면 일부 과정이 생략되게 되고, 결국은 부실공사가 되기 마련이다.새만금 방조제 개통으로 오는 2020년까지로 돼 있는 새만금 내부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방조제 완전개통으로 새만금에 '수목 식재 공사'가 단기간에 공사를 마무리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가난의 공통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조급증이 새만금에도 벌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새만금의 모델로 두바이가 거론된 적이 있었다. 비약적인 성장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지난해 말 금융위기를 넘지 못하고 좌초할 뻔했던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부도 위기 사태의 원인이었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 계획을 되짚어 보면서 새만금의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전남 광양제철소가 금호도라는 섬을 매립하여 전남 동부권의 발전을 이룬 것을 난 지켜보았다. 금호도에서 태어나 이주민이 되어 20년을 광양에서 살았다. 지금은 전라북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앞으로도 내가 살게 될 전라북도의 미래가 밝기를 바라며, 난 전라북도에 살아갈 것이다./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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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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