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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화분에게서 얻은 교훈

건물과 건물 사이가 채 2m도 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대학교 앞 원룸촌. 필자가 사는 곳이다. 지난 1월, 새 집으로 이사한 이후 필자는 화분 4개를 들였다. 어릴 때부터 동식물을 좋아하기도 했고, 예전에 죽어버린 식물 덕에 빈 화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전 원룸과는 달리 햇빛이 잘 드는 이 집에서 화분의 식물들은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식물은 다육식물 두 종류와 관엽식물 두 종인데 이들에게서 요즘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웠다.화분을 구입하기 위해 처음으로 들른 화원에서 이렇게 물었었다. "어떤 것이 잘 안 죽어요?" "대부분 잘 안죽어요. 이쁜 놈으로 골라봐요." 아줌마는 화분의 식물들이 다 안 죽는다고 했지만 그 말을 믿기 어려워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선인장을 골라왔다. 집에 돌아와 분갈이를 한 후, 한 달에 한두 번 주기적으로 물을 주기 시작했다. 며칠 뒤에는 관엽 식물을 들여왔고, 필자도 먹기 어려운 영양제를 사와 꽂아줬다. 그랬더니 화분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다. 그 좁은 화분에서 저마다 햇빛을 받겠다고 키를 키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밑에서 햇빛을 받지 못하는 잎들은 시들기 시작했다. 안타깝지만 이런 잎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갔고, 다른 줄기들의 양분이 됐다. 사람과 달리 경쟁 속에서도 이기주의가 아닌 서로를 생각하는 자세를 배웠다.며칠 고향에 내려가느라 물을 주지 못했던 어느 날, 돌아와 보니 축 처진 잎이 가여워 미안한 마음에 물을 듬뿍 준 날이 있었다. 다음날 아침 화분의 잎들은 다시 활기차게 햇빛을 받으려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화원 아줌마 말은 맞았다. 모든 식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물이 적정하면 좋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살아가려 한다. 반장도 하고 재주가 많았던 한 동창은 나보다 체구가 작고 몸이 약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능력은 나보다 많았다. 이처럼 '첫 인상만 보고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격언을 몸으로 깨닫게 됐다.이틀 전에는 3년간 몸담았던 신문사에 잠깐 들러 죽기 직전인 화분을 데려왔다. 꼭 살려보겠다는 마음에서였다. 물 한 번 주면 잘 살아갈 화분들인데도 그 시기를 놓쳐 식물들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물을 듬뿍 줬더니, 다행히 싹이 나 다시 큰 줄기를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화분도 '사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심과 애정을 쏟을수록 화분과 사랑은 자란다. 하지만 화분에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듯 과한 애정은 집착으로 변질돼 결국 사라지고 만다. 반대로 물을 주지 않았을 때 식물은 말라죽듯 사랑도 애정과 관심이 없어지면 말라 사라진다. 주기적인 물, 적당한 관심과 애정이 지속될 때 식물과 사랑은 유지될 수 있다.약 33㎡(10평) 남짓한 원룸 창가에서 오늘도 화분의 식물들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격증 시험준비, 토익 준비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내게 삶의 치열함과 애정을 상기시켰다. 이 원룸에 언제까지 살지는 미정이지만 이사 가는 그 날까지 이 아이들을 잘 키워볼 생각이다. 지금보다 더 자라면 화분이 아닌 대지에 옮길 예정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삶에 지친 분들에게 화초 키우는 것을 추천한다. 죽을까봐 두려워하지 말고 설명서대로 물과 햇빛만 쐴 수 있게 해주면 된다. 식물이 보여주는 변화 하나 하나에 주목하다보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양수지(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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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4 23:02

[청춘예찬] 이상과 나의 은하계

대학교 1학년 때 가입했던 문학동아리는 언제부터인가 합평회를 하지 않았다. 문학동아리에 차츰 발길이 끊어지고, 얼마 후 문학 동아리가 여행 동아리로 바뀌게 된 것을 알았다. 전과 달리, 신입생들이 많아 북적였다. 나 또한, 시를 쓰지 않게 된 것은 오래다. 어설픈 습작이나마 끼적였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러나, 학과 공부와 진로를 생각하며 그러한 관심은 잠시나마 마음 한 켠에 접어두게 되었다.현재를 풍성하게 하기보다는, 미래의 삶을 준비해나가야 하는 청춘에게 이상(理想)이란 존재하는 것일까.'나의 은하계'라는 소설이 있다. 저자 박응상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인간 최대의 꿈은 자기 세계를 가지는 것이다." 라고 외친다. 이 소설은 주인공 성준의 사춘기 시절부터 20대 시절의 격동기까지의 치열한 갈등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성준은 법대를 수석 합격했지만 학점관리와 취업준비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그는 시와 문학, 철학적 사색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재발견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형성해 나가는 내면적 성숙의 과정을 거친다.소설에서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김두식 교수는 세상이 요구하는 정답을 말하려 하지 말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는 자네 생각을 말하도록 줄기차게 요구할 거네.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하니까. 자기 생각은 인간의 최고 덕목이네. 먼저 자기 생각부터 확립해서 자기 세계를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네."성준은 정해진 궤도를 따라 일정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상(理想)과 가치를 따라 '나의 은하계'를 만들어 나간다. 그는 세상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아니라,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내면의 꿈과 이상의 가치를 믿는다. 자신의 생각들이, '나의 은하계'를 밝힐 것이라는 것도.세상의 주어진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빛낸 작가 이상(李箱)이 떠오른다. 그는 지금의 서울대학교인, 경성고등공업학교의 건축과에 입학했고 건축기사로서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은하계를 건설하여, 그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일궈냈다.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신문에 연재된 것을 보고 "무슨 미친놈의 잠꼬대냐"며 그를 욕했지만, 그는 꿋꿋했다. 그리고, 지금은 현대문학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며,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정해진 궤도에서 경쟁을 하며, 달리고 있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바라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해본다. 그에 대한 답은 세상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야 한다.우리는 막다른 골목에서 자신에 대한 질문과 대면하게 될 지 모른다. 그런 질문에 대해 '나는 학생이다'라거나, '나는 과학자다', '나는 공무원이다' 등의 세상의 기준을 내세우기 전에, 먼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색을 통해, '나의 은하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박소연(전주대 국어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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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27 23:02

[청춘예찬] 청춘열병

'청춘'에 날개가 돋쳤다. 청춘이 제목인 책이 서점을 휩쓸고, 대학에는 이를 주제로 한 강연이 '수강신청'을 방불케 할 만큼 인기다.책은 사회동향을 귀신처럼 포착해 적시에 독자 앞에 놓이고 사람들은 묵묵히 그것을 받아들인다.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말이 전국을 강타하자 '공부의 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책을 펴내고, 공정사회라는 말이 대통령 경축사로 전파되자 이를 풍자라도 하듯 정의 책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이런 이유로 이번 청춘 열풍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젊은 세대의 불안은 뼛속까지 침잠했고 기성세대는 그 불안을 간단한 위로로 처방했기 때문이다. 적시적지(適時適地)에 나타나 일갈하는 그들은 과연 정당한가? 선거철의 정치인처럼, 공정사회의 정의 책처럼, 그들도 기회를 엿보다 인생 선배를 자처한 것은 아닌가? 우리는 이 반전을 그저 넙죽 받아들여야 하는가?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꿈 없고, 의식 없고, 예의 없고, 사회 정치 관심 없고, 할 줄 아는 건 오직 영어 밖에 없는 20대를 위하여 여태껏 아무도 편지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까? 그리하여 무한경쟁에 자존감까지 잃고 88만원세대라는 이름만 남은 20대에게 "너희 잘못이 아니야" 라고 늦게라도 말하면 청춘은 과연 힘을 낼 수 있을까?얼마 전 청춘 멘토링에 다녀온 친구는 말했다. 굳이 신청까지 해서 들으러 가는 것이 모두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했지만 강연을 듣는 내내 거짓말처럼 행복했다고, 그들이 있어 든든했다고 했다. 그리고 강연내용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보여주면서 '이렇게나마 생각해주는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라고도 했다. 그만큼 20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나는 이 자조섞인 이야기가 왜 대학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지 생각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대학의 교수는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고 학생은 시간이 남아돌아도 교수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려보지만 출장 중이거나 보직 활동에 열중인 교수가 태반이고 학기 내내 얼굴 한번 안 비추다가 휴학에 자퇴까지 덜컥 혼자 결정해버린 뻔뻔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 강의만 하고 제 일에 바쁜 교수는 학원 강사나 다를 바가 없고, 필요할 때만 찾아가 통보하는 이들은 학원 수강생보다 못하다. 멘토를 자처하는 유명 인사보다 늘 가까운 곳에 있고, 멘토를 찾아가야 할 만큼 절박한 이들이 지천이지만 우리는 제 식구들에게 더 무심한 것이 현실이다.청춘이 제 값을 못하면서 그 '말'에나마 기대보자는 심정으로 기이한 열풍이 일고 있는 요즘, 진짜 청춘이 그립다. 청춘이 우리에게 너무 멀리 떠나있는 까닭이다. 폭삭 늙어 도망간 까닭이다. 그래서 젊은 청춘을 찾아, 오지를 찾아나서는 심정으로 그들을 쫓아가 구구절절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조지 버나드쇼는 '젊음을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고 했지만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젊음에게 따귀를 맞고 있다. 그래서 이 열풍마저도 고맙다. 드디어 우리 세대의 열병이 엄살이 아닌 진지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것 같아 감격스럽다. 끙끙 앓던 청춘들이 정확한 병명을 알고 제대로 된 처방을 받는 것 같아 기쁘다. 그러나 청춘의 이름을 빌려 너무 많은 것을 사고팔지 말기를 바라며. 서울도 좋지만 동네병원에서도 꼭 진단 받아보길 바라며. / 임주아 (우석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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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20 23:02

[청춘예찬]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지난 7일 카이스트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같은 대학생으로서 안타깝고 슬프다. 그러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대학교, 영재들만 다닌다는 학교에서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걸까? 카이스트 재학생들은 경쟁을 부추기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정책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중심에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으로 납부하는 징벌적 장학금제도가 있다. 이런 체제 속에서 카이스트는 무한경쟁으로 과열돼 있었다. 네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나서야 서 총장은 정책의 일부를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한 학생은 대자보에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며 카이스트의 현 상황을 비판했다.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 진리의 전당은 이제 여기 없다.' 이는 비단 카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대자보에 적힌 한탄은 우리 대학생들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학생의 말처럼 우리는 대학에서 진리를 찾을 수 없다. 얼마 전 수업시간, 교수님께서 대학에 입학한 이유에 대해 물으셨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취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전공과목을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한 몇몇이 있긴 했지만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뿐이었다. 언제부턴가 대학은 전공학문을 배우고 연구하며 진리를 찾는 곳이 아닌 취업을 위한 수단이 됐다. 대학에서 대학생들은 오직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곳에 취직하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다. 취직에 유리한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매학기 수강하는 과목의 기준은 자신이 진짜 듣고 싶은 것보다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강의'다. 높은 학점을 위해서라면 시험 족보에 의지하거나 커닝까지 일삼기도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9%다. 2008년(83.8%)과 비교했을 때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높다. 불과 20년 전인 1990년의 대학진학률 33.2%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고등학교 졸업자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니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에 옛말이 됐다. 대졸자가 넘쳐나는 이 사회에서 자연스레 대학졸업장은 취직을 위한 하나의 자격증으로 전락했다. 여기에 우리사회는 대학 줄 세우기를 부추겼다. 자격증에도 1급, 2급, 3급이 있듯이 대학도 서울소재 대학, 지방 국립대, 지방사립대 등급으로 평가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졸이 필수조건이 된 사회에서 우리는 취직을 위해 비싼 등록금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학에 가야한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거나 학자금 대출로 어렵사리 마련한 등록금. 우리는 대학에서 이 금액만큼, 아니 그 반절만큼이라도 제대로 된 배움의 기쁨을 누린 적이 있는가. 반값 대학등록금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제 우리는 등록금 인상과 인하를 넘어 등록금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치 있게 쓰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대학생은 대학에서 진정으로 행복해야 한다. 취업만을 위한 자격증이 돼버린 대학에서 발버둥치는 우리들과 카이스트 학생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 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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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13 23:02

[청춘예찬] 우울한 봄

바야흐로 봄이다. 꽃샘추위로 겨울점퍼를 다시 꺼내 입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교정엔 목련과 산수유, 개나리가 꽃을 피웠다. 이제 곧 벚꽃이 피면 제대로 따뜻한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런 봄도 다른 대학생에게는 아직 오지 않았나보다. 며칠 전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교 측이 새내기 등록금 동결 등 6개 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인 '채플'(기독교 예배) 수업을 거부키로 했다. 고려대 학생들도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건물 등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인하대도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에 들어갔다. 지난 2일에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학생 1천여 명이 집회를 열고 정부에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다행히 국립대에 다니는 필자는 이런 등록금 걱정을 던 편이다. 그래서 이런 얘기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주위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현실은 더 고달팠다.서울 모 사립대에 다니는 친구는 일주일에 두 번 수업하고 30만원을 받는 과외를 뛴다. 이런 과외 2개에 남는 공강 시간에는 학교에서 하루에 2시간 씩 근로장학생으로 일을 한다. 그렇게 버는 돈이 한 달에 84만원이다. 하지만 서울 물가는 지방에 비해 월등히 높다. 친구는 알바비로 월세와 밥 값하면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이 친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방 사립대에 다니는 친구 B는 식당에서 5시간씩 서빙을 한다. 이렇게 해서 하루에 버는 돈은 2만1600원. 이 돈으로 한 학기에 380만원 하는 등록금을 내기란 턱없이 부족하다.시골에서 부모님이 자식 대학 보낼 때 소를 팔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를 팔아도 한 해에 천 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국민소득과 대학수준이 우리나라 대학들보다 월등히 앞서나간다.정부는 올해부터 등록금 인상률에 대해 가이드라인 3%를 제시하고 장학금을 확대하는 한편 학자금대출의 금리를 4.8%로 낮췄다. 학자금 대출은 대부분 취업 후 상환을 시작한다. 이는 취업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청년 빚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만든다. 눈앞에 보이는 학자금 대출 금리를 낮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등록금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에게 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대학은 재정자립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요즘 들어 유럽의 교육정책이 부러워진다. 프랑스는 한 해 15~20만원, 독일은 비싸야 70~80만원이다. 특히 교육경쟁력 1위로 평가받고 있는 핀란드를 비롯하여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이다.이들 나라에서는 교육을 상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은 물이나 공기와 같은 공공재이며, 사회구성원들이 두루 차별없이 누릴 수 있는 재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기회 균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유럽에서 살고 싶은 꿈도 생겼다.헌법 제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해 놓았다. 법은 이렇게 공명정대하게 밝혀 놓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비통하다. 세상에는 봄이 왔지만, 우리나라 대학생에게는 아직도 추운 겨울이다./ 양수지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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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06 23:02

[청춘예찬] 나 자신을 아는 공부

'공부해라.'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을 한 마디. 공부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세계적인 나라이며, 직종에 관계없이 토익점수가 요구되는 등 공부가 필수인 사회다. '20대 공부에 미쳐라',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등 공부에 관한 책들도 주목을 받으며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렇게 '공부'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사회에서 우리는 공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공부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토니부잔의 마인드맵 두뇌사용법'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책에서는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학교에서 인간의 두뇌에 관한 정보와 두뇌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학습하고 기억하고 생각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배운 적이 있는가?', '공부 기술의 종류와 그것들이 여러 학과목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배운 적이 있는가?'인간의 두뇌에 대한 이해 및 공부 기술에 관련된 열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오' 였다. 나는 이토록 자신의 두뇌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 질문들은 공부에 대한 나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게 해주었다.공부 방법에 대해 생각하며, 나는 또 한 권의 책을 발견하게 됐다. '1년에 500권 마법의 책 읽기'라는 책이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책 읽기에 대한 욕심과 '뇌의 기억구조를 이용한 최강 공부법'이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많은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는 생각에, 책을 펼치니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인 속독법이 아닌, 지식을 빠르게 이해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인 속습법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마음의 준비' 기록양식과 리딩 리마인드 노트(reading remind note)였다. '마음의 준비' 기록양식은 공부의 목적, 추측, 보상을 적으며 공부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록양식이다. 공부하는 목적을 적고, 공부할 내용을 추측하고, 공부를 했을 때 얻는 보상을 적어보는 것이다. 무턱대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내가 이 책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를 분명히 하는 작업이었다. 학과공부를 하며 '마음의 준비' 기록양식을 작성해보니, 해야 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내용을 공부하더라도 '마음의 양식' 기록 내용은 모두 다를 것이다. 누구나 같은 양의 기존지식이나, 경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또, 리딩 리마인드 노트는 목차를 보고 장의 제목, 장의 중제목, 소제목을 적어 책의 내용을 체계화해 개요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공부할 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노트법이다. 공부를 할 때, 주로 제목보다는 내용에 치중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공부를 하고 나서, 이 내용이 어느 곳에서 나왔는지 기억하기 어렵다.'공부해라'라고 외치고 있는 사회. 그러나 공부의 중요성만큼이나 공부방법도 중요하다. 먼저,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공부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자기실현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 박소연(전주대 신문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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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30 23:02

[청춘예찬] '신뢰' 도 학습이다

신입생 때, 목요일 오후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전주 금암동 고속버스터미널로 직행하는 일은 내 일과 중 하나였다. 바로 고교 친구들을 보기 위해서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길에다 돈 뿌리고 다닌다" 고 혀를 내두르셨지만 타지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핑계로 나는 일정 기간마다 한 번씩 향수병이 도지곤 했다. 그땐 친구들이 모두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도 부러웠고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유행어도 실감날 무렵이었다.하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머리가 커졌는지 철이 들었는지 이젠 계절이 바뀌어도 한번 갈까 말까할 정도로 변했다. 이유는 친구들도 나도 점점 학교생활에 바빠졌고 무엇보다 시간이 아까웠다. 왕복 여섯 시간에 차비까지 합하면 후회 없이 이 친구들을 보고 와야 할 일이지만 그렇지 못했다."왔나?" 몇 달 만에 본 친구들은 그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말투, 행동부터 머리와 옷 스타일까지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제 스타일 그대로다. 다만 학교 앞 떡볶이 집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선술집으로 동선을 바꾸며 어설픈 어른 행세를 하는 동안 우리들의 화젯거리도 점점 진화했다는 것뿐이다. 소개팅에서 토익으로, 아르바이트에서 취업으로. 하지만,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통금시간'이다. 수다에 흥겨워있다가도 적정 시각에 집에서 전화가 안 걸려오면 오히려 불안해하는 친구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이들의 독립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사람 중 한명이 되었다.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외박을 하는 것도 아닌데(물론 예외는 있어서 우리 어머니는 새벽에 들어온 나더러 신문배달이냐고 물으신 적이 있다) 규칙적인 시간에 걸려오는 부모님의 전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리하여 일 년 쯤 지났을 때는 친구들도 잔머리를 굴려가며 적절한 '알리바이'를 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날 말하면 의심만 사기 마련이어서 일주일 전부터 고도의 심리전으로 밑밥을 깔아놓아야만 아무 탈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한 대단한 친구는 시내에 나와 밥만 먹고 돌연 집으로 들어간다. 부모님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모두 잠든 때를 기다려 살금살금 집을 빠져나온다. 무사히 우리와 상봉한 친구는 신나게 놀다가 부모님이 깨기 전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이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참 씁쓸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이 흉흉해 딸 가진 부모 마음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갖은 술수를 벌이면서 하고 싶은 건 다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이 많을수록 부모와 자식 간의 신뢰는 무너져 독립을 하더라도 마음까지 멀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러한 학습효과가 쌓이다가 정작 상의하고 넘어가야 할 일은 끙끙 앓다가 혼자 처리해버리는 것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수박 서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남의 집 담을 타 넘는 것도 아닌데 부모와 자식 간의 사이는 이토록 비밀스럽다.그에 반해 이런 부모도 있다. 성년의 날이었던 어느 날, 교수님은 올해 스무 살이 되는 딸에게 무슨 선물을 하면 좋을까 우리에게 물어오셨다. 향수나 장미꽃 등등 진부한 얘기만 오가는 도중,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라는 한 동기의 말에 모두 까르르 웃고 있는데 교수님은 한 술 더 떠 우리를 경악케 했다. 바로 콘돔을 선물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순간 멈칫 했으나 곧 의도를 알아차리고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 선물이 성년을 축하해주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든 터놓고 하라는 친구의 악수도 되겠고, 책임감을 가지라는 아버지의 염려도 되겠지만 무엇보다 서로 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딸에게 알려준 상징이 아닐까. (우석대신문 편집장)/ 임주아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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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23 23:02

[청춘예찬] '시작' 이라는 마음 가짐

유난히 춥고도 길었던 겨울을 지나 어느덧 봄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봄맞이에 한창이다. 대학생인 내게 봄을 알리는 3월은 그 어느 달보다 '시작, 새로움'이라는 설렘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한 해의 첫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나 그렇다. 대학입학 직후인 2008년부터 지난 3년간 나는 대학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다. 우리 대학 신문사인 '원대신문'은 매주 월요일 마다 신문을 발행했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내내 취재와 기사작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매일 대학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야근은 기본이고, 편집장이었던 지난해에는 신문사에서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3년 동안 대학생보다 기자로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 때문에 지난 대학생활이 다른 친구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내게 대학교는 지성의 상아탑이기 이전에 일터였다. 학과 성적은 좋았지만 고작 그게 다였다. 남들 다 한다는 영어공부와 봉사활동, 자격증 준비도 하고 싶었다. 좀 더 부지런했다면 모두 해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이번 1학기는 특별하다. 대학 4학년이지만 새내기가 된 기분이다. 조금 늦긴 했지만 대학에 입학하던 그날의 다짐과 마음으로 그동안 하지 못 했던 것들을 모두 해낼 생각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니 전주에서 익산까지 1시간 남짓, 지루했던 통학 길도 이젠 설렘으로 가득하다. 늦은 시간까지 학원수업을 듣고 하루에 몇 시간씩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딱딱한 전공서를 읽는 것까지도 즐겁다. 요즘엔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날 이렇게 만든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시작'이라는 마음가짐 덕분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영어공부는 지겹고 힘겨운 것일 테지만, 첫 발을 내딛은 내게는 재밌기만 하다. 그들도 영어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나하나의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느끼는 설렘과 기대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다. 이런 저런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꼭 이뤄 내리라는 다짐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때의 열정과 초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같은 일이라도 처음과 끝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마음가짐이 변했기 때문이다. 사무엘 울만은 시 '청춘'에서 '청춘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심한 것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곧 느슨하게 풀어진다는 '작심삼일'이란 사자성어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작심삼일을 여러 번 반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심삼일도 100번이면 1년이 된다. 목표의식이 사라진 일을 계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잠시 숨을 고르고 지난날을 되돌아보자. 후회하는 일이 많아도 괜찮다. 처음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금은 행복하기만한 이 생활이 언젠가 힘겹게 느껴진다면 이 글을 다시 읽어야겠다. '시작, 그 마음으로 돌아가자!' / 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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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16 23:02

[청춘예찬] 연애, 빠름의 미학

새 학기가 되면 대학생들이 세우는 계획 1순위는? 성적 향상. 그렇다면 2순위는? 연애다. 예전부터 '연애는 하면 할수록 좋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인간의 감정 중 사랑을 으뜸으로 치듯 혈기 왕성한 20대 대부분은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 연애를 많이 해 본 사람일수록 나중에 결혼 상대도 잘 고른다는 말도 한 몫 해왔다.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요즘 예비역 복학생들은 새로 들어온 신입생 후배를 점찍어 뒀을 것이며, 2~3주 뒤 본격적인 MT를 다녀오면 각 학과와 동아리에는 늘 그랬듯 커플이 여럿 생길 것이다.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남자친구와 곧 백 일을 앞둔 친구는 어떤 선물을 사야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다 커버린 성인이 3개월 가량 만났다고 그걸 축하하냐'는 혹자도 있을 테지만 이미 백 일은 커플들 사이에서 꼭 챙겨야 할 중요한 기념일이 된 지 오래다. 또 만난 지 22일째 되는 날인 일명 '투투데이'를 챙기는 커플도 종종 있다. 덧붙이자면 투투데이는 대학생보다 중고등학생들이 더 열광하는 편이다.다시 말하자면 요즘 연애에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속도'다. 주위를 보면 3개월 만난 경우는 보통인 축에 속하고 6개월이면 비교적 길게 만난 편이다. 짧게 만나면 한 달, 더 짧으면 일주일, 심지어 하루도 있다.이쯤에서 요즘 세대들은 연애를 장난으로 생각한다고 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코 그건 아니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 비해 요즘세대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다. 여대와 군대를 제외하고 강의실, 아르바이트, 학원, 동아리 등 어딜 가든지 이성이 있다. 필자의 경우, 과거 알고 지낸 이성보다 대학에서 만난 이성의 수가 더 많다. 그런데 대학에서 만난 연애 상대와 공유한 시간은 턱없이 적기에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할 수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되고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필자를 포함한 요즘 세대는 이를 잘 견디지 못한다.인터넷이 느리면 답답하고, 두꺼운 영어사전을 뒤적거리기 보다는 컴퓨터나 핸드폰 자판을 두드린다. 힘들게 편지를 쓰기보다는 띄어쓰기 포함 40자의 문자메시지가 더 편하다. 이렇듯 빠르고 쉽고 간단한 세상에 길들어져온 세대들에게 애인과의 만남을 백 일 째 무사히 이어온 것은 어쩌면 자랑스럽고 당연히 축하받아야 할 일이다.뭐든지 빨라야 좋다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는 연애에서도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스마트폰 사용자끼리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공짜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만약 애인 중 한 명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일반 핸드폰을 쓰는 애인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값이 가끔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는 실제로 지인에게 들었던 말이다.)아무튼 요즘 연애에 있어 빠른 회전율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그러니 부모님들은 요즘 세대를 보고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또 필자와 같은 대학생들에게 감히 조언을 하고 싶다. 이별 뒤에도 동요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잘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쿨(Cool)하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이 말은 칭찬이 됐다. 그런데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르듯 모든 이별 뒤엔 남모를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이별이 습관이 되면 시간이 흘러 진정한 자신의 인연이 와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 쿨한 가면을 쓰고서 진정한 사랑을 흘려보내는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란다./ 양수지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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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9 23:02

[청춘예찬] 어떤 이의 꿈

새 학기가 시작되어, 입학식과 개강으로 대학은 분주하다. 학생들은 각자의 꿈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 안에 들어설 것이다. 신입생들은 기대에 부풀기도 하고, 재학생이나 복학생들은 학점관리와 취업걱정에 불안한 마음도 있을 것이다.행정안전부는 올해 9급 공무원 평균 경쟁률이 93.3대 1에 달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공무원 직종의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학생들도 각종 자격증 취득과 취업의 관문 앞에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만의 실력과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대학교 1~2학년 때는 자격증, 취업공부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풍부한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인생 멘토를 찾아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시절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현실의 대학 세태가 취업 중심이라고 비판할 것만이 아니라, 대학에서 소중한 자산을 얻어 가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시절이 취업준비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많은 학비가 아깝지 않고, 4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쓴 '그레이하운드 비극'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소설에는 영화 스타를 꿈꾸는 젊은 여자가 나온다. 그녀에게 영화는 '종교'였고, 영화잡지는 '성서'였으며,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예배의식'이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렸다. 그녀는 버스 터미널로 가서 할리우드로 가는 버스 요금을 알아낼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결국, 자동차 판매원과 결혼했고 두 명의 아이를 두었다. 그러나 영화스타로서의 환상이 아직도 그녀의 가슴 한 구석에 남아 버스 터미널을 지나칠 때면 그녀는 얼굴을 붉힌다.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나 또한 꿈만 꾸고 그 꿈을 이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소설 속의 '버스 터미널'. 어쩌면 대학은 꿈을 이루기 위한 버스 터미널과 같은 곳일지 모른다. 스스로 목적지까지 가는 차비를 알아내고 차비를 구한 뒤,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가야 한다. 그래야 꿈을 이루게 된다.대학 첫 입시에 실패했을 때, 나는 스티븐 킹 원작의 '미스트'라는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미스트'에는 희망을 포기한 죄로 대가를 치르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나는 안개와 같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그저 비관하고만 있었다. 결국은, 도중에 포기를 했고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지 모른다.꿈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지망생이었던 시절이 있다. 대학 지망생, 공무원 지망생, 가수 지망생. 지망생으로 남느냐, 그 꿈을 이루느냐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드림하이'에서는 가수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이 꿈을 이뤄나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꿈을 이뤄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누구나 마음 속에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꿈을 찾고, 이뤄나가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새 학기,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그 꿈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길 바란다./ 박소연(전주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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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2 23:02

[청춘예찬] 친구 하실래요?

전북대 옛정문 근처에 가다보면 낡은 웨스턴 바가 하나 있다. 필자는 친구와 함께 방학을 핑계삼아 매일같이 그 바에 드나들었다.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가게인데 뭐가 좋았는지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간 적도 있었다. 옛날 미군부대 앞에서나 볼 법한 불그스름한 간판, 호프집 같은 테이블 다섯 개, 'ㄷ'자로 생긴 바 하나, 지직거리는 앰프 몇 개가 전부인 허름한 가게지만 새벽 공기를 맞으며 그곳에 가는 일은 먼 고향에나 가는 듯 설다. 주력(酒力)이 필력이라는 학과 교수님의 말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라며 마음대로 위로하면서!이곳은 주말 새벽이 되면 외국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다. 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단체로 서서 맥주병을 하나씩 손에 들고 큰 제스처를 해가며 열심히 얘기를 나눈다. 그 맥주가 국산이라는 것 빼고는 그들에게 한국 취향을 찾을 수 없지만. 그들은 특히 클럽음악이나 외국 유행가가 나오면 꽥 소리를 지르면서 서로 몸을 부비고 춤을 추는데 우리가 봤을 땐 자유롭다기보다 오히려 뻔뻔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쳐다보거나 말거나 애초부터 타국과 자국의 차이는 없다는 듯 그들은 내내 흥에 겨워 있었다. 친구와 필자는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도 급격한 시차를 느끼고 칵테일만 홀짝홀짝 마셔댔다.그러던 중, 외국인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간단한 말 빼고는 의사소통이 안돼 손짓 발짓까지 동원하며 애써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같이 온 동생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동생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회화는 수준급이었다. 잘 알고 지낸 친구 같은 사이였지만 한번도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지 못한 나는 잘됐다 싶어 계속 더 얘기해보라며 부추겼다. 그러자, 동생 곁으로 외국인들이 하나둘씩 모이더니 갑자기 우리가 앉은 자리 주변이 토론의 장이 됐다. 캐나다에 몇 년 살았냐, 8년 살았다, 무슨 일을 하냐, 우리는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 넌 무슨 일을 하냐, 대학생이다, 대화는 탁구공 튕기듯 쉴새없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친구도 나도 신기해서 동생의 입만 멍하니 쳐다보다가 삼 십분 쯤 지나자 이내 흥미를 잃고 말았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6교시 영어듣기 시간이라며 깔깔 웃었지만 못내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몇 년 전, 친구들이 하나 둘씩 유학을 떠나고 너도나도 워킹비자를 신청했을 때 나는 뚜벅뚜벅 서점을 갔다. 왠지 모를 위기감을 느꼈는지 영어서적 코너를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맨 땅에 헤딩하기'라는 책을 샀다. 이 책의 글쓴이는 지금 억대 연봉의 스타강사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지방사립대를 다니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 다음 호주로 유학을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본 한국유학생들의 광경은 가관이었단다. 말 배우러 온 사람이 학교 도서관에 처박혀 'VOCA 영단어'나 '맨투맨'같은 책만 줄줄이 외우고 있었다고. 그리고 화살은 독자에게 날아왔다. 유학은 집어치우고 이태원에 가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라고. 말이야 쉽지, 몇 년 전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바로 책을 덮어버렸다.하지만 이젠 조금 용기를 내야겠다. 평생 짝사랑만 하는 영단어와 문법책과는 이별하고 사람 좀 만나야겠다. 그래서 방방 뛰는 그들에게 시비라도 붙여봐야겠다. "같이 노실래요?"라고. 그래서 친구가 된다면, 한국에선 한국말을 쓰라고 으름장을 놔야겠다. / 임주아 (우석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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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23 23:02

[청춘예찬] '뚜벅이' 에겐 너무나 야속한 버스 파업

'앗! 지각이다.' 요즘 제시간에 버스 타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늦고 말았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학원으로 가는 버스 한 대가 왔다. 또 전세버스였다. 버스요금은 1000원인데, 그날따라 내 지갑에는 800원뿐. 교통카드는 넉넉히 충전해뒀는데. 전세버스는 교통카드로 요금을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이 버스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시내버스 파업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동안 전주에서 여러 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며칠 가지 않아 곧장 해결되곤 했으니까. 또 우리 집은 버스가 많이 다니는 팔달로변이기에 걱정이 적었다. 며칠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그러나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해결되지 않았다. 벌써 두 달이 넘도록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파업으로 버스 운행률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버스가 발인 '뚜벅이'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버스 이용률이 많은 때, 버스 안은 넘쳐나는 사람들로 옴짝달싹할 틈도 없다. 또 손발이 꽁꽁 어는 추위 속,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버스마저도 이미 만원인 경우가 많다. 한 사람 들어갈 자리도 없어서 "학생, 다음 버스 타"라는 기사 아저씨의 한 마디에 다시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전주시는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전세버스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몇 대 안되던 전세버스들이 파업이 장기화되자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주시는 이 버스를 120대까지 늘려 시내버스 운행률을 평소의 80%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어느새 도로위에는 시내버스보다 '임시 시내버스 운행차량'이라는 이름표를 단 전세버스가 더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전세버스 도입과 증차가 파업의 장기화를 부추겨 시민들의 불편을 심화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장 타야 할 시내버스가 없는데, 눈앞에 보이는 전세버스를 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막상 전세버스를 타더라도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이 때문에 환승도 불가능하다. 또 도착지 안내방송과 뒷문, 부저가 없어서 하차할 때 불편하다. 통로에 별도의 손잡이도 설치돼 있지 않아 서서갈 때면 잡을 곳이 없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런 전세버스는 임시적인 대안이지 정답은 아니다. 시민들은 곧 시내버스 운행이 정상화 되리라 믿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불편들을 묵묵히 참아왔다. 그러나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파업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파업 당사자간의 협상이 이견을 보여 결렬됐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연거푸 보도되고 있다. 시민들의 기대가 또 한 번 사그라진다. 버스 기사 아저씨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내놓으면서까지 이번 파업을 시작했던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러나 버스를 타야만 하고, 탈 수밖에 없는 시민들에게 파업의 장기화는 너무 야속하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당국은 수수방관하면 안 된다. 전세버스 증편보다 시내버스 정상 운행이 시민들을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언제쯤이면 버스를 타는 시민들과 기사 아저씨 모두가 행복한 그날이 올까. 이제 버스 때문에 지각하는 날은 없었으면 좋겠다.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3학년) *뚜벅이: 자기 자동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김달아 (원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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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16 23:02

[청춘예찬] 세상은 요지경

지난주 설날 우리집 밥상에는 돼지갈비 대신 장조림용 고기가 등장했다. 갸우뚱한 가족들의 눈길에 물가가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었다는 엄마의 푸념이 이어졌다. 분명 몇 년 전만해도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만 원짜리가 아닌 오 만원, 십 만원으로 장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이를 증명하듯 이 날 저녁 뉴스는 지난 1월 소비자물가가 4.1% 상승했으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치솟는 물가에 정부는 공공요금 안정, 유류세 인하 검토 등을 내세우며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웬걸, 1월 공공요금은 지난해 12월과 비교했을 때 4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한편 우리는 밥상의 중심에 있었던 돼지고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제역 여파로 현재까지도 돼지고기 값은 여전히 상승세. 우리 지역에서는 다행히 현재(7일 기준)까지도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불리고 있지만 쉽사리 마음을 놓기는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11월 말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경기도, 부산까지 퍼져 돼지 살처분 규모가 316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에 각 자치단체에서는 축산농가 소독, 이동통제소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제역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그런데 이 틈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년 대비 42.6% 증가했다.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결과와 함께 쇠고기 관세도 점진적으로 철폐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위한 음모론을 펼치며 구제역 초동 대응의 미숙을 꼬집었다.설 연휴 때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구제역 피해를 입었던 친척 분을 만났다. 그 분은 "대통령이 파격적인 지원을 해줘서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피해를 신고했지"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첫날부터 군을 파견해 구제역 진압에 나섰고 시가 보상, 백신접종에 따른 손실사료대금 보상, 부채 감면 및 생활비 보조 등을 조치했다. 그 결과 여섯 번째로 구제역 발생이 멈췄고 살처분 가축은 모두 합쳐 단 2천200마리였다.현 정권이 정치적인 이유로 일부 구제역 방역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문제는 따로 있다. 구제역을 잡지 못해 우리나라 축산업계의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삼호주얼리호 사건이었다. 구출작전부터 선장의 영웅성까지 칭찬일색이었다. 물론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우리나라 선원들의 신변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서민들에게는 삼호주얼리호 사건 만큼 구제역 또한 중요하다.현 정권은 또 이렇게 이번 구제역 파동에 대한 어떠한 책임 없이 어물쩍 넘어갈 것이다. 지금 구제역에 대한 보상금으로 지급된 금액이 2조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축산업 붕괴가 가져올 피해액은 수십조 원에 이를 것이다. 게다가 육류는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참혹한 상황이 왔다.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물 간 노래지만 '세상은 요지경'이 문득 떠오른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부디 똑바로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모르겠다. / 양수지 (전북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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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09 23:02

[청춘예찬] 자기계발, 목표 향한 첫 걸음

새해를 시작하는 1월에는 부쩍 많은 계획을 세우게 된다. 1월의 마지막 주를 보내고 있는 지금, 새해가 밝아올 때 세웠던 계획들 중 얼마나 실천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새해에 결심했던 일들을 대부분 실천하지 못한 것을 느낀다. 새해부터 쓰려고 새로 구입한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플래너를 꾸준히 쓰기 위해 프랭클린 플래너 동호회를 찾았다. 동호회에서는 소모임으로 자기계발 스터디가 진행되고 있었다.스터디에 참여하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자신의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묻는다고 한다."당신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30분 동안 운동을 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습니까?"만약, 아니라면, 스티븐 코비는 강연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건강관리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자기계발을 하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긴급한 것들 때문에 소중한 것을 놓치기도 한다. 가족과 추억을 쌓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건강을 위한 시간 투자.자기계발.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들로 이루어져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주위 사람에게 자기계발 서적을 평소에 읽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읽을 때는 내용이 좋다고 느끼면서도 읽은 후에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 읽게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자기계발에 별다른 비중을 두지 않고 있었다.자기계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현재의 생활에서 내가 세운 목표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긴급하게 제출해야 할 과제, 시험 날짜, 마감 날짜 임박. 시간에 쫓기며 가장 긴급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 동안 정작 중요한 것들은 멀어져갔다. 친구와의 약속을 몇 번이나 미뤘고, 시험 날짜가 다가와서야 소중한 내용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건강을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되어 긴급하지 않으면 실행에 옮기지 않다가 긴급해졌을 때에서야 실행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어느 새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스스로 세웠던 목표마저도 살펴보지 못하면서 지내고 있었다.나무를 벨 때, 톱이 잘 들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많은 시간 동안 애를 쓰고 있을 것인가. 톱날을 갈고 난 후에 나무를 벨 것인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7번째 습관 '자기 쇄신'에 나오는 내용이다. 내가 자기계발 스터디 모임에 참여한 것도 목표는 많이 세우지만 실천하지 않고, 시간에 쫓기고 있는 자신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다.프랭클린 플래너 동호회에서 누군가가 우선순위를 정할 때의 방법 중 하나는, '그러한 행동을 반복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힘들어도 이러한 일들을 반복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올 미래를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제는 행복을 위해 소중한 것을 실천할 때다./ 박소연(전주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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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26 23:02

[청춘예찬] 오리의 꿈

새해 첫날, 전주 객사에 가려고 시내버스를 탔다. 영하 20도를 웃도는 한파에 승객들은 버스에 타자마자 파리처럼 손을 비벼댔다. 꽝꽝 얼어붙은 도로 위에서 눈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어가는 차들은 어쩐지 더 작아보였다. 라디오 뉴스에선 자동차 엔진이 동파돼 곤혹스러웠다는 한 시민의 인터뷰가 들려왔다. 몇몇 승객들은 토할 듯이 기침을 하고 나는 멍하니 차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옆 차선에 대기하고 있는 '닭장 트럭'이 눈에 띄었다.나는 닭장 트럭을 볼 때마다 매번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저 좁은 칸에 어떻게 저렇게 많은 닭을 넣을 수 있는지, 과연 저 닭들은 무사한지 말이다. 항상 발 디딜 틈 없이 닭과 오리를 꽉꽉 채워 무법자처럼 달리던 트럭이 웬일인지 달랑 오리 두 마리만 싣고 있었다. AI의 여파로 애써 키워온 새끼들을 묻고 온 것이었는지 단순히 운반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아무튼 나는 오랜만에 빈집에 앉은 오리를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몇 십 마리씩 우겨넣은 다른 때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도 없어서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눈빛이었다. 태어난 지 보름 쯤 됐을 새끼오리였다. 잠이 오는지 눈을 끔벅거리다가 멍하니 아스팔트 위를 쳐다보았다. 사실 무엇을 보고 있다기보다 견디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작은 발에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트럭 기사의 급정지에도 아랑곳 않고 잘 버티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자 트럭은 앞으로 거세게 돌진했다. 오리들은 휘청거리다가 중심을 잡고 다시 발에 꾹 힘을 줬다. 그 모습이 너무 단정해서 순간 울컥할 뻔 했다. 온몸으로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넘어지지 않으려는 어린 오리의 모습이 나보다 나았다. 그렇게 오리의 짧은 생이 지나가고 나는 닭장 같은 버스 안에서 스물 네 해를 맞았다.객사의 한 카페에서 졸업을 앞둔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동안 나는 우리가 얼마나 오리와 닮았는지 생각했다. 친구는 얼마 전 대한항공 스튜어디스에 취직했다는 자기 친구 이야기, 간호사로 일하는 동창이 한 달에 백만 원짜리 적금을 든다는 이야기, 누구는 벌써 차를 샀더라 하는 남의 이야기를 모범 사례로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자기는 아직 꿈이 뭔지 모르겠다고, 졸업이 코앞인데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 한심하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친구의 중대한 고민을 듣자 나는 최근 트위터에서 최다 리트윗(retweet)된 말귀 하나가 떠올랐다."먼 훗날 열심히 살아가지 않은 오늘을 후회하게 될 것을 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뭘 해야 훗날 후회하지 않을지를 도무지 모르겠다."이런 글에 동요하는 많은 20대는 철이 없는 걸까, 순진한 걸까? 마침 내가 좋아하는 칼럼기자는 이런 글을 썼다. "꾸짖는 꼰대 보다는 위로하는 꼰대의 그 막연한 연민을 비웃어라. 그건 독이다. 상수동에 사는 사람들을 상수동 주민이라는 말로 싸잡아 그들을 둘러싼 팩트를 인식하는 건 가능하지만, 상수동 주민이라는 말이 상수동에 사는 사람들의 개별적인 삶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고. 그렇다. 우리는 더 이상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다시 묻거나 대학 교육의 실상을 따져선 안 된다. 꿈이라니, 희망이라니, 6학년 졸업할 때 타임캡슐에 넣어 봉한 지 오래다.하지만 나는 이런 말들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길 바란다. 나는 내 친구가 더 철없고 어리석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세상한테 지면서 이기길 바란다. 닭장 속 오리도 언젠가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뒤뚱뒤뚱 쏘다니고 꽥꽥거리다가 청둥오리처럼 남쪽 하늘을 유유히 나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임주아 (우석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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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9 23:02

[청춘예찬] 청년층 '탈전북' 을 막으려면

올해 대학 4학년 졸업반이 되는 필자는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났다. 올해는 취직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영어공부, 자격증 취득과 같은 소위 '스펙'을 쌓을 것이라는 친구들. 각자 다양한 계획을 세웠지만 어느 지역에 취직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모두 같은 대답이었다. 반드시 서울이라고. 왜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친구들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턴가 전북소재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의 부러움은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했거나 '서울에 취직'한 이들로 향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자리 잡는 것이 마치 성공의 기준인 것처럼. 지난 수십 년간 수도권과 영남 중심의 경제개발에서 호남은 소외돼왔다. 한쪽에서 산업중심의 경제개발로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전북은 농경중심의 사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정체됐다. 더 이상 농사일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는 시대가 되자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전북을 떠났다. 고향이 싫어져서가 아니었다. 삶을 지키고 가정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 전라북도의 청년층(20세~39세) 인구는 44만9천304명으로 지난 2005년과 비교했을 때 7만1천999명이 감소했다. 문제는 전북의 청년인구뿐만 아니라 청년인구가 전북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 전체인구에 대한 청년인구 비율은 지난 2000년 약 30.2%에서, 2005년 약 27.6%, 2009년에는 약 24.2%로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청년층이 얇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뜻한다. 전북 청년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서는 전북소재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가 실시한 2009년 대학평가 순위를 살펴보면 전북소재 대학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립대인 전북대(종합순위 32위)를 제외하고 군산대(71위)와 우석대(66위), 원광대(60위) 등은 모두 40위권 밖이다. 전북에 경쟁력 있는 대학이 많아진다면 도내 우수한 인재의 유출 방지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의 청년층 유입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으로 새만금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과 LH공사 본사를 비롯한 기업체 유치, 구직구인자 알선 등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 큰 힘을 쏟아야 한다. 울산(현대차), 포항(포스코) 등과 같이 지역 인재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일하며 살 수 있는 경제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전북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원동력은 인적자원이다. 그 중심에 청년들이 있다.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발전을 통해 전북을 활짝 웃게 할 수 있는 청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청년층의 유출과 인구 감소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우리는 청년들이 서울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것을 '고향을 저버리는 배은망덕'으로 치부하기보다 청년층이 살고 싶은, 일하고 싶은 비전 있는 전북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청년들을 비롯한 도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지역의 모든 청년들이 전북을, 전북에서 살아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진정으로 예찬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한다. /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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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2 23:02

[청춘예찬] 대학생, 취업에 바란다

신묘년 첫 해가 떠오른 지 나흘이 지났다. 새해가 되면 으레 계획 하나 쯤은 세우기 마련이다. 필자의 계획 중 하나는 토익공부를 위해 '영어학원 등록하기'였다. 이에 며칠 전 부푼 꿈을 안고 당당하게 학교 앞 영어학원을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접수처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데 아뿔싸. 이미 오전 강좌는 마감이란다. 한 강좌당 200명 정원인 것으로 알기에 일찍 서둘렀다고 자만했던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아마 이 학원말고도 2011년 전국 곳곳의 대학가 주변 학원은 같은 풍경일 것이다.각종 학원 이외에도 대학생들이 찾는 곳은 학교 도서관이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점심시간에 들른 도서관 매점은 '밥터디'로 도시락을 싸온 학생들이 종종 보였다. 여기서 '밥터디'는 공부는 따로 하고 밥만 같이 먹는 스터디 모임을 말한다.이들을 비롯해 전국의 대학생들은 '취업'이라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에 걱정 없는 대학생이 누가 있을까. 필자 역시 올해 4학년으로 올라가기에 여실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찾은 고향집에서도 부모님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다. "휴, 우리 딸 취업이 잘 돼야 할텐데." 부모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이쯤에서 필자는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을 꿈꿔본다.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은 넘쳐 나는 대졸자에 비해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의 고졸자 중 61%가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이는 OECD국가 중 1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웃나라 일본 46%보다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업준비생들은 여전히 대기업이나, 공사, 금융기관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처우가 좋은 기업에만 취업하려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줄어가는 공무원, 공기업 사원 수를 생각해볼 때 무언가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정부의 효율적인 일자리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그렇지만 이 같은 해결이 정답은 아닌 듯 하다. 부모님과의 대화 중 새로 알게된 사실. 조리사인 어머니의 직장에 같이 일하던 사람이 그만뒀는데 일하러 온다는 사람이 일주일 째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다는 한숨 섞인 푸념에 변화된 사회를 체감할 수 있었다.모든 취업준비생들은 성공적인 취업에 목마른데 다른 한편에서는 사람이 없어 허덕인다. 외국인 노동자 등으로 인해 이제 단일민족사회가 아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뉴스보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취업을, 한쪽에서는 구인을 걱정하는 모순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지난주, 아는 선배가 필자에게 조심스레 취업 소식을 전했다. 선배는 "그렇게 좋지 않은 작은 회산데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필자는 좋은 곳인지 안 좋은 곳인지 어떻게 아냐고 이런 취업난에 취업하신 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여전히 중소기업은 대학생들에게 기피대상인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이쯤에서 이 글을 읽은 독자가 필자는 어디 취직할 것인지 물을 것만 같다. 사실 필자는 작은 회사에서 큰 꿈을 키우고 싶다. 그 꿈을 위해 내일도 영어학원에 갈 것이다. 토끼해인 2011년, 전북의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양수지 (전북대신문 편집장문헌정보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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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05 23:02

[청춘예찬]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

신묘년 새해가 벌써 코앞으로 다가왔다. 바쁜 송년모임 일정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소망을 품고 계실 것이다. 새해엔 꼭 취업해야겠다거나 좋은 인연 만났으면 좋겠다는 젊은이들도 있을 것이고, "○○랑 꼭 같은 반 되게 해주세요."하는 꼬마도 있을 것이다. 가족건강을 기원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살림이 넉넉해지길 바라는 분도 계실 것이다.나 역시 새해엔 올해보다 좀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거창한 소원은 아니더라도 내년엔 스스로 변화를 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려고 한다. 소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계실 것이다.그런데 그 소망들 모두 중요한 것이지만, 전부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것만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소망들이 간절하기는 한데 재미는 없는 소망들인 것 같기도 하다. 건강을 위한 계획, 장래를 위한 계획, 가족을 위한 계획 등 여러 목록 중에 한 가지는 좀 이상적이고, 나 자신만이 아닌 사회를 향한 것을 세워보면 어떨까?생각해보면 꼭 거창한 희생과 참여가 아니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새해엔 대형마트 대신 동네 슈퍼를 이용하겠다고 맘먹을 수도 있고, 늘 컵을 들고 다녀서 1년 동안 종이컵 안 쓰기에 도전할 수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봉사계획을 잡아도 좋고, 그게 힘들면 동네 혼자사시는 어르신이 '○○야, 이것 좀 옮겨줘'하고 부탁하실 수 있을 만큼의 관계를 맺는 정도도 좋을 것 같다. 상상하면 하는 만큼 유쾌한 방법들은 무궁무진하다.어떤 것이 되었든 톡톡 튀고 스스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새해계획 하나 가져본다면 신묘년 새해는 저절로 오는 똑같은 새해가 아니라 좀 더 특별한 새해가 되지 않을까? 물론 주변의 이웃을 위해서 정기적인 기부와 봉사를 하거나, 환경을 위한 실천이나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활동을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즐겁고 기꺼운 마음으로 꿈꿀 수 있는 것으로 사회를 향한 사소한 계획 하나씩 세워보셨으면 좋겠다. 아마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시간이 될 것이다. 좋은 세상이란 게 별 거 있는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좋은 세상도 되지 않을까?신묘년 새해, 꿈꾸시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꿈꾸는 사람들 모두 서로서로 격려하면서 새해엔 토끼처럼 즐겁게 팔짝팔짝 뛰어 보자. /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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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29 23:02

[청춘예찬] 20대, 노예인가 주인인가

국민은 나라의 주인인가. 아니다. 노예다. 국가 권력의 노예고, 재벌들의 노예다. 당신들은 이중 노예다. 그런데 정작 당신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것이 당신들의 비극이고, 절망이다.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분들은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갑작스럽게 그것도 강한 어조로 국민은 노예라고 말하고 있으니. 사실은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다. Y신문에 K대학교 교수 허민이 쓴 사설 중 일부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독자 분들은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Y신문은 어디고 K대학은 어딘지 궁금해 하실 거라 생각한다. 아이폰을 가지고 계신 독자 분께서는 '허민 교수'라는 검색어를 이미 누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Y신문, K대학교, 허민 교수 모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조정래 장편소설 「허수아비 춤」에 등장하는 존재들이다. 조정래가 그의 장편소설「한강」 이후에 10년간 품어온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면서 소개하고 있는 그의 신작 「허수아비 춤」은 한국사회의 기업 비리에 대해 낱낱이 소개하면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 속에서 K대학 허민 교수는 Y신문에 재벌의 재산권 불법 상속과 경영권 불법 승계사건이 일광그룹에 의해 벌어졌는데 이는 전 태봉그룹에서 일으킨 사건과 한 치도 다름없이 똑같다며 그 이유를 국민이 이들 재벌 비리에 침묵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국민의 침묵이 이들의 비리를 눈감아 주고 더욱 키웠다는 말이다.오늘 사설을 조정래의 신작 「허수아비 춤」 속에 사설로 시작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얼마 전 시작한 '프래지던트'라는 드라마에서 비슷한 대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최수종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정치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에서 재밌는 대사가 나왔다. 토론회에 등장한 최수종은 20대들이 청년실업문제로 힘들다고 하자 청년실업 문제에는 청년들의 책임이 크다는 말을 한다. 청년들이 화를 내며 사과하라고 하자 최수종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대통령은 누가 만듭니까? (답 : 그야 우리 국민이죠) 지성인답게 정확하게 이야기 하세요 틀렸어요.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들이 만드는 겁니다.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삽니다. 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표도 주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발로 뜁니까? 다들 말은 번지르하게 해댑니다. 여러분들도 귀가 닳도록 들었죠. 청년실업 해소, 청년 일자리 창출. 그러나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왜 그럴까요? 여러분들이 정치를 혐오하기 때문입니다. 투표 안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은 절대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하십시오. 청년실업의 분노와 서러움을 표. 오로지 표로써 나 같은 정치인에게 똑똑히 보여주십시오."솔직히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최수종이 이와 같은 말을 할 거라고 예측을 했었다. 그러나 예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단순히 드라마일 뿐이야 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말은 상당히 뼈가 있었다.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할수록 우리의 권익은 죽어간다.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그런 분위기에는 들떠있으면서 최근 정치 이슈, 예를 들어 한명숙 비자금 허위진술, 남한의 대규모 연평도 훈련, 국회 예산안 날치기 통과 등에 무심하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노예가 되는 길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 허민교수의 말을 빌려 끝마무리를 하고자 한다.긴 인류의 역사는 증언하다. 저항하고 투쟁하지 않은 노예에게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데 노예 중에 가장 바보 가고 한심스런 노예가 있다. 자기가 노예인 줄을 모르는 노예와, 짓밟히고 무시당하면서도 그 고통과 비참함을 모르는 노예들이다. 그 노예들이 바로 지난 40년 동안 우리들 자신이었다. (중략)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내고 거미줄도 수만 겹이면 호랑이를 묶는다. 조상들의 일깨움이다. 국민, 당신들은 지금 노예다.20대 젊음이여. 지금 당신은 노예인가. 당신에게 당신과 같은 20대가 질문을 던진다./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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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22 23:02

[청춘예찬] 소수의 횡포에 의해 끌려 다니는 국회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의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은 그야말로 볼썽사나운 추태이자 국제적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난투극은 거의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얼마 전 미국 NBC방송은 한국 국회의원들의 몸싸움 동영상을 소개하면서 한 야당의원이 의장석을 향해 점프하다가 떨어지는 장면에서 남자 앵커는 웃음을 터뜨렸고, 여자 앵커는 '몸싸움 에피소드가 많은 TV 만화극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영국의 BBC 방송 또한 '집단으로 싸우는 한국 정치인들'이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올렸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참으로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이를 현명하게 잘 처리하지 못하는 여당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폭력으로 실력저지하려는 야당은 더더욱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어느나라 국회의원들이 숫적으로 불리하다고, 여당이 자기들 의견하고 다르다고 국회 본회의장을 의자로 막고 의원들을 아예 회의장 출입도 못하게 폭력을 쓴단 말인가? 얼마 전 미국 공화당의원의 의석수가 한표가 더 많아지자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흥분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철저한 다수결에 의해 한표의 차이가 결국 승부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더 이상 이런 소수의 횡포로 국회가 질질 끌려 다니는 일이 없도록 표결방해 및 폭력행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상호간 논쟁과 토론 끝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결국 표결이라는 절차를 통해 하자는 것이 아닌가? 딱 보아 숫적으로 불리하니 그 표결 절차도 하지 말라고 말도 안되는 생떼 부리기가 아닌가?숫적으로 불리하다고 그걸 아예 본회의 입장도 못하게 실력저지를 한다면 법은 왜 필요하고 도대체 회의는 왜 필요한 것인가? 법을 만든다는 국회의원들이 이미 있는 법도 안지키면서 무슨 법을 만들 자격이 있는가?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마디로 법과 상식을 초월하는 그야말로 횡포이자 독선과 아집이다.법에 엄연히 보장되어 있는 국회의원의 표결권까지 함부로 막을 수는 없다. 국회 본회의에 앞선 예산안 심사에서 충분히 의견을 펼칠 수 있고 그 다음 절차대로 이제 야당은 정정당당히 남은 표결절차에 임하면 된다.여야가 법안과 예산을 놓고 국민을 상대로 논쟁하고 설득전을 펴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끝내 타협이 안 될 경우 다수결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요체이고 우리가 선거를 치르는 이유이다. 그게 통하지 않는다면 선거는 대체 뭐하려고 하는가?게다가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새해 예산안 처리기한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다. 헌법 54조 2항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60일간의 심의를 거쳐 12월 2일까지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막는다는 건 헌법위반이요, 직무태만이다. 예산 심의를 놓고 폭력 대결까지 벌이는 국회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언제부터인지 우리 국회는 차분히 법안을 심의하기보다는 농성과 폭력이 난무하고 다수결의 원칙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오로지 '소수의 존중'만을 내세워 자신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단 하나의 법도 만들지 못하도록 억지를 부려왔다.국회의원들이 이러니 지방의회도 난장판이 되고 노조도 걸핏하면 농성과 폭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닐까?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부터 준법의식을 가져야 한다. 폭력을 휘두르고 법을 함부로 무시하는 국회의원들은 이미 자격을 상실한 자들이다. 더 이상 그들의 위법과 직무태만을 지켜만 봐서는 안된다. /이수화(창작극회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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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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