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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유보통합’, 전북에서 선도모델을

# 완주군 동상면에서는 2021년 10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완주군 공립 동상어린이집 개원식이다. 여느 농촌에서처럼 동상면에서도 공공보육시설 설립은 주민들의 숙원이었다. 완주군은 병설유치원이 있어 급식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동상초등학교 내에 공공어립이집을 설립하기로 하고, 전북교육청에 거듭 협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결국 완주군은 모 기업의 지원을 통해 학교 인근에 시설을 건립했다. # 장수군 산서면에서는 2020년 1월 하나뿐인 어린이집이 원아부족으로 폐원 위기에 몰리자 학부모들이 나섰다. ‘폐원만은 막아달라’는 학부모들의 절박한 호소에 결국 장수군이 인건비를 지원하면서 어린이집은 가까스로 정상 운영될 수 있었다. # 2016년 6월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누리과정(만 3~5세 공통보육‧교육과정) 예산편성을 요구하는 어린이집 관계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정부가 2012년 시행령을 개정해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편성토록 했지만, 전북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에만 교부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교육감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예산편성 주체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 있다’면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갈등은 커졌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을 함께 맡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라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유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 관할로 이원화돼 교사 양성과 시설기준, 지원 및 운영 정책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이 같은 차이는 지역사회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갈등은 특히 전북에서 심했다. 김승환 전 교육감이 교육과 보육을 엄격히 구분지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저출산‧고령화로 지역사회 보육 및 교육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리해석과 논리다툼에 치중한 데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우리 사회 30년 난제인 ‘유보통합’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 영유아 보육·교육 관리체계를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여전히 논란이 있고, 쟁점이 많아 2025년 본격 시행까지 험로가 예상되지만 가야 할 길이다.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다. 교육부는 올 초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했다.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운영계획을 내놓고, 지난달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시·도교육청과 지자체가 협업하여 아이들의 격차 없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과제를 발굴‧시행하겠다는 취지다. 민선8기 교육협치에 뜻을 모은 전북교육청과 전북도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교육행정협의회를 열고, 전북형 유보통합 선도모델 구축을 위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민이 안심할 수 있는 국가 책임교육‧돌봄이 시급한 곳은 공동체 소멸 위기에 놓인 전북이다. 당장 자녀 보육 및 교육 문제로 농어촌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지역공동체 붕괴 위기 속에서 돌봄·교육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절감해온 만큼 시급한 과제를 발굴하고, 효율적인 해법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지역의 열악한 보육환경은 인구 유출을 부추기고 결국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작은 학교 폐교로 이어질 것이다. 영유아 돌봄 및 교육 환경이 열악한 곳에 청년들이 살 수 없고, 그 지역은 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교육기관이 함께 나서 지역사회 돌봄‧교육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국가 현안인 유보통합 시범사업을 전북에서 추진해 지역 중심의 선도과제를 발굴·시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5.09 11:10

도심 생태하천 전주천의 현안 과제는…

도심 생태하천 복원의 전국적 모델로 벤치마킹 대상이 됐던 전주천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여년 전과 반대로 이번엔 지자체에 비난이 쏟아진다. 전주시가 여름철 호우기를 앞두고 전주천·삼천 둔치에 자생하는 수목과 억새 등을 한꺼번에 잘라낸 게 발단이다. 환경단체에서는 ‘전주의 역사와 추억이 나무와 함께 쓰러졌다’며 생태하천 지키기 서명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환경단체와 시의원들은 “전주시가 전주천·삼천의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하천 경관보다 시민 안전이 우선이다. 둔치에 늘어선 아름드리 나무가 집중호우 때 물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또 폭우와 강풍으로 뽑혀 나간 나무가 교각에 걸려 홍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도 높다. 전주시민들은 근래 전주천·삼천의 범람 위기를 수차례 겪었다. 폭우가 지난뒤 하천 부지 곳곳에 수북하게 걸려 있는 나뭇가지와 부유물도 목격했을 것이다. 전주천‧삼천 둔치는 언제부턴가 수목과 갈대‧억새가 우거진 숲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곳에서 고라니와 오소리·삵·뱀 등 육상 야생동물이 번식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자연성 회복’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물가에 아름드리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숲을 이루고 이 곳에 육상 야생동물이 무더기로 서식하는 하천을 자연형하천이라 할 수 있을까? 사실 도심 생태하천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전주천의 현안은 따로 있다. 바로 하천의 흐름을 막아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는 보(洑)다. 전주천의 보는 대부분 20세기 중반에 농업용수 확보 목적으로 설치됐다. 21세기 들어 하천 인근 농지가 속속 택지로 개발되면서 농업용수 확보 기능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도 보는 철거되지 않고 남아 물의 흐름을 막고 있다. 이로 인해 취수보 인근에 오염된 토사가 쌓이면서 심한 악취와 수질오염을 일으켰다. 금학보와 신풍보 등 전주천 하류에 있는 5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보가 생태하천 복원의 걸림돌로 일찌감치 지목됐다. 그리고 2∼3년 전 전주천 취수보 개량사업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수질 개선을 위해 취수보를 철거하거나 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요구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보를 존치해야 한다는 농민회·농어촌공사의 주장이 맞섰다. 결국 생태환경을 감안해 기존 콘크리트 보를 자연형 여울 및 가동보 형태로 개량하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관련 기관에서는 완공된 새 시설물을 ‘자연형 여울’이라 칭한다. 하지만 하천 바닥에 대규모 돌무더기를 완만한 경사로 쌓아놓은 것이니 ‘여울형 보’라는 표현이 맞다. 이 여울형 보가 기존 시설물처럼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020년 ‘중랑천 자연형 여울 공사를 다시 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새로 설치된 여울형 보가 하천 생태환경을 훼손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시설물을 전면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주천과 삼천 합류지점에 대규모로 설치된 금학보도 최근 여울형 보로 개량돼 눈길을 끈다. 하지만 거대한 구조물이 여전히 물길을 막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형태만 조금 다른 대규모 보(洑)를 다시 만들어놓았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금학보 개량사업은 수십년 동안 거대한 콘크리트 보에 막혀 쌓인 엄청난 양의 퇴적물을 걷어내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 애초부터 수질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논란 끝에 지금의 형태로 개량된 전주천 하류의 여울형 보가 하천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지, 수질개선에 과연 효과가 있는지 조사해 볼 일이다. 새로 설치된 여울형 보가 옛 콘크리트 보처럼 하천 생태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면 시설물 완전 철거를 검토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4.04 15:44

지역의 미래, ‘적정규모 학교’ 공론화할 때다

남녘에서 꽃소식이 올라오는 시기, 학교에서는 새 학기 채비가 한창하다. 올해도 신입생 수에 촉각을 세운 학교가 적지 않다. 신입생이 아예 없는 학교가 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시대, 학교의 위기가 심각하다. 작은 학교 통폐합 문제는 1980년대 이후 줄곧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교육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 힘이 실렸다.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도 작은 학교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폐교만 막았을 뿐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교육과정을 특성화해 작은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학생 수 늘리기는 한계가 분명했고, 작은 학교는 빠르게 늘었다. 여건은 더 나빠지고 있다. 작은 학교 통폐합이 지역공동체 붕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학교와 상관없이 지역사회는 소멸위기를 맞았다. 이제 학교가 아닌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선거 당시 첫 공약으로 ‘지나치게 작은 학교를 통폐합하겠다’고 했다. 물론 학교구성원과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을 전제로 했다. 경제논리를 앞세워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을 일괄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전교생이 20명도 안 되는 ‘너무 작은 학교’에 대해서는 학생중심,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너무 작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의사소통·공동체역량 등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기를 수 없다.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부대끼며 사회성과 의사소통·갈등해결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여건이 안 된다. 학부모도 불안해진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내내 전학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뚜렷한 지향점이나 대안도 없이 작은 학교 통폐합을 금기어로 내세운다면 위기에 처한 학교를 처방 없이 방치해 ‘대안 없는 소멸’로 이르게 할 수 있다. 수년 전까지 전북교육청이 그랬다.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이대로 가면 교육청·공동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학교가 속출할 것이다. 이제 교육청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작은 학교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전북형 적정규모 학교 육성 모델’ 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학교 통합을 하면서 사실상 폐교 없이 기존 학교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미래형 초·중 통합학교’가 주목을 받는다. 초·중 통합학교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우선 초등과 중등으로 나뉘는 학교급간 교육과정 연계·통합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또 교육청과 지자체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정책도 필요하다. 지역사회 주도로 10여년 전부터 통합을 논의해 내년 3월 새로운 통합학교 개교를 앞둔 부안군 하서면의 3개 초등학교 통합추진 사례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면 문을 닫는 학교를 지역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교육·문화 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이 해당 지자체 및 지역사회와 협의를 통해 폐교 공간에 도서관·체육관·공원·공공보육시설 등의 교육·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이다. 교육청과 지자체의 바람직한 협치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작은 학교 문제는 교육계의 오랜 딜레마다. 지금도 이 의제를 꺼내 든다면 숱한 논란과 날선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 혜안을 모아야 한다.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공동체의 미래, 무엇보다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다. 인구 감소 지역의 교육여건 악화를 막고, 위기의 공동체에 새 희망을 안길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2.14 12:48

지방소멸 위기 극복, ‘주민 이동권’보장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의 서울 지하철 시위가 연초부터 화두에 올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벌인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벌써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을 명시한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지난 2005년 제정됐지만 아직도 교통약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제시간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절규가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단체가 이동권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단순히 이동의 편의성 확보 때문만은 아니다. 이동권이 제약되면 다른 기본권마저 침해받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통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없게 되면 교육을 받을 권리나 의료기관에서 제때 치료받을 권리, 그리고 투표권 등의 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동권은 다른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 필요조건인 셈이다. 이동권은 우리 헌법에 독립된 조항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국민에게 당연히 보장된 사회적 기본권이다.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 등 교통 관련 법률에서는 이동권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누구나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한정될까? 그렇지 않다. 장애인단체처럼 투쟁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인구절벽 시대,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 주민들도 부지불식간에 이동권을 빼앗기고 있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로 승객이 줄어든 판에 코로나19로 인해 주민의 활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지방 소도시 시외버스의 감축운행과 노선 폐지가 이어졌다. 여기에 경영악화로 인해 아예 문을 닫는 시외버스터미널도 속출하고 있다. 승객이 줄어 경영난에 시달린 지방 운수업체가 속속 노선을 감축하고, 이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환경이 더 열악해지면서 주민이 대중교통을 외면하고, 이 같은 현상이 다시 버스 감축운행 및 노선 폐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 등 지방 소도시 주민들의 이동권은 갈수록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내버스는 운행간격이 갈수록 길어져 이용이 어려워지고, 인접 도시를 연결하는 시외버스 노선도 이용자 감소를 이유로 속속 사라지고 있다. 농어촌의 대중교통은 이동의 수단일 뿐 아니라 의료와 교육, 노인복지 등 공공서비스 전달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회 인프라다. 지자체가 적자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버스업체에 주는 재정지원금도 한계가 있다. 일반 대중교통 사정이 이러하니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챙길 여유도 없다. 이에 비해 이중삼중으로 촘촘하게 구축된 수도권 광역교통망은 지방의 사람과 재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제는 지방도시의 대중교통 인프라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물론 지방과 서울을 잇는 광역교통망도 중요하지만 지방도시의 인접 생활권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붕괴를 막는 일이 더 급하다. 국민의 이동권은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의 영역이다. 당연히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소멸위기 지역의 주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비수익 버스 노선 폐지 규정 완화, 공공형 교통수단 확대, 마을순환형 DRT 도입 등 맞춤형 교통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 시행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사는 곳의 차이가 기회와 생활의 격차로 이어지는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약속이다. 당연히 지방도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이동권 제약부터 풀어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1.03 13:26

네옴시티와 대한민국 신도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미래 스마트 신도시 사업인 ‘네옴시티(NEOM CITY) 프로젝트’가 다시 관심을 끈다. 지구촌을 술렁이게 한 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최근 방한하면서 나라가 들썩였다. 그리스어와 아랍어로 ‘새로운 미래’라는 뜻의 네옴시티는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거대한 친환경 미래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가 무려 50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하는 이 미래 신도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 거대한 스케일 때문만이 아니다. 우선 세계 굴지의 산유국에서 ‘탄소제로 도시’를 추구했다는 점이 놀랍다. 또 고정관념을 깨고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새로운 미래도시를 그렸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마저 든다. 실제 ‘무모한 계획이다’‧‘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지만 그럴수록 관심은 더 커진다. 머나먼 중동 사막에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 첨단 신도시에 관심이 쏠릴 무렵 국내에서도 신도시 착공식이 열렸다.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조성공사’다. 수도권 서남부에 조성될 인천 계양지구는 지난 2019년 정부가 지정한 제3기 신도시 5개 지구 가운데 가장 먼저 첫 삽을 떴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국토교통부는 인천 계양지구를 시작으로 다른 3기 신도시들도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제3기 신도시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발표된 제4기 신도시도 속속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허허벌판 사막 위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는 태양열 자급자족 도시로 계획된 네옴시티에는 석유부국 이상의 국가를 꿈꾸는 사우디의 야심이 담겨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신도시 사업의 일부인 ‘더 라인’의 조감도를 공개하면서 “이 도시는 인류가 도시생활에서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고 대안적 생활방식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새삼 우리나라의 신도시 정책을 돌아보게 한다. 국내에서도 이제 스마트시티, 미래형 도시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에앞서 철저하게 수도권만을 대상으로 디자인해온 국내 신도시 정책이 과연 그 취지에 맞는 성과를 거뒀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지난 1989년 분당 신도시를 시작으로 추진된 수도권 신도시 개발은 서울의 주거 및 교통문제 해소를 목적으로 했다. 인류가 도시생활에서 직면한 난제가 아닌 수도권 인구 집중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획기적인 대안이 아닌 단순히 기존 수도권의 공간적 범위를 확장해 놓은 게 대한민국의 신도시다. 서울지역 주택난 해소에 중점을 두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 위주로 조성된 수도권 신도시는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베드타운이 돼 버렸다. 서울 인근에 대규모 주거지구를 조성한 뒤 광역교통망을 통해 서울의 기반시설과 연계하는 방안으로 설계된 신도시는 결국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길 뿐이었다. 신도시에 다시 인구가 몰리면서 똑같은 도시문제가 되풀이됐고, 이를 풀어내는 방안은 3기, 4기로 이어지는 신도시였다. 결과적으로 신도시는 지방의 인구 이탈을 부추기고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했다. 인구절벽 시대,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탈까지 겹쳐 말라죽어가는 지방도시의 소울음을 외면한 채, 서울행 광역교통망 등 주거여건을 강조하며 도시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국토부의 신도시 홍보 문구가 거슬린다. 수도권은 신도시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구 과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교통혼잡 등으로 도시 성장에 한계를 맞았다. 수도권공화국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이 같은 난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새롭고 획기적인 도시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1.22 07:09

인구정책 전환, ‘바람의 인구’가 해법일까

민선 8기 각 지자체의 최대 화두는 역시 ‘인구 늘리기’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인구는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그동안 갖가지 묘안을 짜내면서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이제는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 완화에 초점을 맞춘 기존 정책으로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에 역부족인 만큼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정책의 방향을 기존 정주인구에서 ‘바람의 인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에서 주목받은 ‘바람의 인구’는 정주인구와 대비되는 새로운 인구 개념이다. 인구의 범위를 거주지 주민 외에 관광객과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출향인 등 해당 지역과 일정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로 넓힌 관계인구, 그리고 관광과 통근 및 통학·휴양·업무 등의 목적으로 특정지역에 체류하는 인구를 포함한 생활인구가 이에 속한다. 전북도는 최근 ‘함께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해 인구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에서도 생활인구의 개념을 정의해 놓았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전북도를 비롯해 전국 각 지자체들이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전환하고 있다. 주민등록인구 늘리기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을 지역 연고자 늘리기로 바꾼 것이다. 정주인구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소멸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관계인구가 늘어나면 지역 정주인구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기존 인구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변화에 맞춰 새로운 인구 개념도 도입해볼 만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도 관계인구·생활인구 개념을 적절히 연계해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지방소멸 위기의 해법으로 기존 정주인구 개념을 애써 제쳐놓고 ‘바람의 인구’를 부각시켜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근거도 없이 부풀려질 게 뻔한 각 지역의 관계인구는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일 테고, 그 인구가 해당 지역의 정주인구로 유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각 지자체가 허상일 수도 있는 관계인구에 매달리면서 서글픈 구애정책에 몰두할까 염려된다. 좀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지방은 수도권 주민의 여행이나 체험·여가활동 장소가 되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그들의 관심과 발길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소멸의 길을 걸어야 하는 ‘시한부 삶터’라는 점에 우리 사회가 동의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백약이 무효였다면 극약처방을 내려야 한다. 바람의 인구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곧 허물어지고, 폐허가 된 마을에는 관광객도 출향민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인구정책은 출산율 제고가 아닌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상생·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여 몸집을 불리고 있는 ‘수도권 1극 체제’ 극복이 최우선 과제다. 심각한 인구 불균형 속에 지방이 텅 비어 가는데도 ‘수도권 신도시 건설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수도권공화국 정부가 죽어가는 지방도시에 관계인구·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이밀면서 지역 불균형 문제를 우회할까 우려된다. 잘 포장한 ‘바람의 인구’로 바람을 잡으면서 수도권 1극 체제 해소와 지방 살리기 정책을 제쳐놓아서는 안 된다. 지금은 지방도시 바람의 인구 늘리기에 앞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균형발전 정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11 17:47

무너지는 농업·농촌, 그들의 ‘농촌유학’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는 우리 농촌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햅쌀을 수확해야 하는데 창고에는 재고가 천장까지 가득하고, 쌀값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값진 땀방울로 풍년 농사를 지으면 오히려 공급과잉 문제로 애를 태워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출범과 함께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 ‘어디서나’에 농촌이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농촌은 삶의 토대인 영농을 할 수 없는, 그래서 ‘살기 좋은’이 아니라 ‘살 수 없는’곳이 되고 있다. ‘농촌 없는 도시, 농업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농업·농촌의 위기가 임계점에 달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인구절벽 시대, 지방소멸의 비극은 농촌에서 시작될 게 뻔하다. 이 ‘상실의 땅’에서 힘겹게 버텨온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감소로 지역공동체가 흔들리면서 어떤 노력으로도 학교의 소멸을 막을 수 없는 출구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의 시대, ‘농촌 학교와 지역을 살리는 대안’으로 최근 ‘농촌유학’이 다시 부각됐다. 전북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 재경전북도민회가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실 농촌유학은 전북에서 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진강변 작은 학교인 임실 덕치초에서 2006년 도시 학생들이 전학와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2007년에는 한 시민활동가가 완주 봉동초 양화분교 인근에 고산산촌유학센터를 설립해 농촌유학의 새 모델을 정립했다. 전북도에서도 2012년 ‘농촌유학 1번지’를 선포한 뒤 전국 최초로 ‘농산어촌유학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곧바로 농촌유학지원센터를 설립해 대응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서울시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도시 학생들을 조직적으로 유치한 전남지역과 달리 지역 교육기관에서 적극 나서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그렇다고 농촌유학이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가족이 아닌 학생만 단기간 전학 오는 형태의 농촌유학은 자칫 농촌 학생들에게 심리적 불안정과 상대적 박탈감만 줄 수 있다. 부모와 떨어져 농촌유학센터나 농가에서 생활하는 초·중학생 안전 관리에 허점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의 농촌유학이 서울 아이들이 아닌, 농촌과 지역의 작은학교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조명해야 한다. 당초 취지대로 농촌 작은학교는 물론 소멸위기의 마을과 지역을 살리는 도·농 상생의 정책으로 자리잡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더 살피고 분석해야 한다. ‘농촌유학’은 용어 자체에서부터 주체가 도시 아이들이다. 농촌유학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 및 연구도 서울시교육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자연스럽게 농촌유학을 다녀온 서울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성과를 분석하고, 활성화 방안을 담았다. 철저하게 서울 중심의 접근이다. 한 두 학기 낯선 학교에 전학왔다가 원적학교로 어김없이 돌아가는 도시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하는 지역학생들은 관심 밖이다. ‘교육을 통한 귀촌’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귀농·귀촌이 고대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귀향’만큼이나 어려워진 수도권공화국에서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농촌학교가 ‘자연 속에서 뛰놀며 더불어사는 삶을 배우는’ 대안교육기관이나 체험학습장으로 인식될까 걱정이다. 협약에 따라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전북도와 전북교육청에서도 농촌유학에 참여하는 서울 학생과 가족에게 적지 않은 유학경비를 지원한다. 당연히 전북도와 전북교육청도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교육협치를 통한 도시와 농촌의 공존과 상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먼저 농촌 작은학교와 지역 학생, 그리고 지역공동체에 온전히 초점을 맞춰 농촌유학의 실태와 성과, 문제점과 과제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김종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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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2.09.06 14:40

말뿐인 지방시대… ‘수도권 신도시정책’부터 폐기해야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고, 남아있던 노인들은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난다. 그렇게 마을이 쓰러지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그나마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공동체를 지켜온 농촌사회는 친숙했던 것들과 하나씩 작별하고, 대낮의 적막에 익숙해지고 있다. 사람과 재화가 한 곳으로 몰린 수도권공화국의 변방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지방의 현실이다. 수도권이 지방의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됐다. 노무현정부 이후 역대 정부가 하나같이 균형발전 정책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불균형만 키웠다. 수도권의 공간적 범위는 갈수록 넓어졌고,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양분·양극화됐다. 주택문제 등 수도권 과밀의 폐해를 수도권 확장으로 해결하려는 부동산정책이 계속됐고, 그 속에서 균형발전정책은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졌다. 결국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정부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 정책은 3기, 4기로 이어지면서 흔들림이 없다. 문재인정부는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도 서울의 부족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신도시 정책에 집중했다. 하지만 결과는 주택시장의 수급 불균형 해소와 집값 안정 대신 또다른 신도시 조성의 명분만 만들어냈다. 윤석열정부도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며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방의 소멸이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수도권 확장을 막겠다는 의지도 없다. 게다가 수도권 신도시 정책에는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낸다. 결국 말로만 균형발전을 외친 역대 정권의 과오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리고 그 우려가 현실이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권 초기부터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에 이어 공장 신·증설 제한 완화 등 수도권 규제완화에 거리낌이 없다. ‘지방시대’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다. 균형발전은 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시대의 소명이다. ‘백약이 무효’였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도, 지자체의 인구늘리기 시책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그렇다면 이제 극약처방을 내려야 할 때다. 대개 마지막에 쓰는 이 처방은 자칫 죽을 수도 있는 부작용과 쇼크를 전제로 한다. 이제껏 지방을 얕잡아보며 중심의 위치를 누려온 수도권에서 견뎌내야 한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불이익과 불편, 그리고 역차별까지도 말이다. 비정상이 고착된 수도권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과 과감한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우선 수도권 신도시 개발 정책부터 전면 폐기해야 한다. 지난 1989년 분당 신도시를 시작으로 무분별하게 추진된 이 정책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심화시키고 지역간 양극화를 조장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서울의 주거·교통문제 해소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지방의 인구이탈을 부추기고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했다. 수도권 중심의 국가운영 기조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비대해진 수도권, 소멸 위기의 지방을 정상으로 되돌려 균형을 맞춰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인구가 깡패’라고 했다. 이미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더 늦어지면 무소불위의 밤골목 무뢰한이 된 ‘인구의 힘’에 밀려 지방은 애절한 소울음조차 내지 못하게 된다. 수도권의 강력한 흡인력을 그대로 두고서는 지방을 살릴 수 없다. 이미 거대한 공룡이 된 수도권의 몸집을 더 키우는 신도시 정책부터 폐기해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를 수도권으로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 말이다. /김종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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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2.07.26 15:25

교육청-지자체 협치, 지역공동체에 새 활력을

어김없이 돌아온 선거의 계절이 또 그렇게 지났다. 인구절벽의 시대, 민선8기 지자체장들은 ‘지방소멸 위기 극복’ 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할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도권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주체는 지방이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역량을 모아 중앙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 대응하면서 지역의 활로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지방 위기의 시대, 지역발전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과 통합으로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협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청-지자체의 협치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지역의 변화와 혁신은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학교소멸이 지역사회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작은학교 살리기에 공을 들였지만 오히려 지역교육의 위기는 커져만 갔다. 이대로라면 인구감소로 지역공동체가 무너지면서 학교의 소멸마저 당연시되는, 그야말로 출구 없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 사회 교육문제가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된 것은 교육의 문제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회 불평등과 같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있기에 교육현안 해결에는 지역사회 다양한 주체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요구된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학교방역과 긴급돌봄, 원격수업 지원 등의 분야에서 학교와 마을,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또 2025년 전면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교육기관과 지자체-대학의 협력적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교육부에서도 지역 인재양성을 지원하는 각종 공모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력체계 구축을 기본요건으로 내걸고 있다. 우선 전북교육청과 각 지자체가 체계적인 교육협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협치시스템을 위해 각 기관이 참여하는 ‘전북 미래교육 협력 협약’(가칭)도 필요하다. 세부 협력사업으로는 먼저 교육부가 추진하는 ‘미래교육지구 공모’에 적극 대응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협력 모델을 개발·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 신도심 학교신설 민원과 맞물려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됐는데도, 그간 전북교육청이 대안조차 없이 제쳐놓은 ‘적정규모 학교 육성’, ‘원도심 작은학교’ 문제도 지역사회 공론화 절차를 통해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폐교시설을 지역사회 교육·체험·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와 생활SOC 연계 학교시설복합화사업도 추진해 볼 일이다. 사실 그동안에도 전북교육청은 지자체와의 협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예산·재정 문제를 놓고 지극히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소통에 그쳤을 뿐 교육주체를 중심에 둔 협업은 기대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면서 전북교육을 둘러싼 불통의 벽은 더 단단해졌고, 각 지자체에서는 교육지원 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해서 다양한 교육지원사업을 자체적으로 시행해 왔다. 대표적으로 전북도와 일선 시·군이 10년 넘게 공동 추진해 온 ‘지역으뜸인재육성사업’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교육기관과의 협력체계를 외면한 지자체의 인재육성사업은 숱한 논란을 남겼다. 소수 우수학생 중심의 지원 사업은 형평성 문제를 불렀고, 공교육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 속에서 반쪽의 성과에 그쳐야했다. 그렇다고 인구유출을 막기 위한 지자체의 이 같은 정책을 공교육을 폄훼하는 일방행정으로 치부해 무작정 등을 돌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환경 조성을 통한 지역 경쟁력 제고와 학력신장, 도·농 학력격차 해소라는 지자체 교육지원사업의 취지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래서 주민들도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공교육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면서 지역주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북형 교육협치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서거석 전북교육감 당선인이 ‘전북교육의 빗장을 열고 중앙정부, 지자체와의 소통과 협치로 활기찬 교육행정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새 교육감의 의지에 전북도와 각 시·군이 적극 호응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06.14 14:36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작, ‘지방시대’ 활짝 열어야

얼마 전 지리산을 품은 관광도시 남원에서 도시의 관문인 고속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았다. 터미널 운영업체가 누적되는 적자를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인구절벽의 시대, 코로나19까지 겹쳐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시외버스 감축운행과 노선폐지가 이어졌다. 또 남원의 사례처럼 경영악화로 인해 아예 문을 닫는 고속버스·시외버스터미널도 속출했다. 지방은 이제 대중교통 인프라인 버스터미널 운영마저 어려운 형편이 됐다. 그러면서 지역사회는 또다시 활력을 잃고, 기억해야 할 옛 모습을 하나씩 더 기록해나간다. 대한민국은 지금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지방도시는 생기를 잃고 공동체 붕괴 위기에 몰렸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고, 남아있는 노인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난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그나마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온 농촌사회는 이제 마지막 가쁜 숨만 남겨놓고 있다. 귀농·귀촌 지원 등 다양한 지역 활성화 정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였다. 농어촌지역은 읍·면소재지에서조차 대낮에도 인적을 찾기 힘들다. 촌로들의 투박한 사투리 속에 살가운 정이 오갔던 전통시장은 현대화사업으로 새롭게 단장된 시설만 정적 위에 덩그러니 서 있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농어촌 작은학교는 속속 폐교 위기에 몰리고, 지방대 역시 해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아우성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역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앞다퉈 내놓았지만 오히려 불균형만 키웠다. 겉으로 내세운 정책 방향과 상관없이 위정자들이 수도권 중심의 국가운영 기조를 버리지 못한 탓이다. 수도권이 지방의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됐는데도 정부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 정책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면서 수도권의 공간적 범위는 넓어졌고,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양분·양극화됐다. 급기야 국민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다. 수도권 과밀의 폐해와 부작용을 수도권 확장으로 해결하려는 부동산정책이 계속됐고, 그 속에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졌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찌감치 예고된 지방소멸의 비극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국가 현안과제로 균형발전 이슈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방의 소멸이 곧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나온 새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가 진정성 있게, 흔들림 없이 지속될 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한때 ‘글로컬(Glocal)’ 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의미한다.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반대로 지역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로 이어져 수도권공화국의 몰락을 부를 수 있다. 현재의 위기는 차원이 다른 미래를 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마침 대한민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치와 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 새로운 체제로의 대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지방이 국가 발전과 세계화의 중심이 되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국가 균형발전은 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새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시대의 소명이다. 수도권 대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지방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의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비대해진 수도권, 소멸 위기의 지방을 정상으로 되돌려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껏 지방을 얕잡아보며 중심의 위치를 누려온 수도권에서 상대적 불이익과 불편, 그리고 일정 부분 역차별까지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비정상이 고착된 수도권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과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04.19 14:22

지자체의 인재양성 사업 …‘전주 야호학교’ 유감

교육도시 전주에 올 봄 아주 특별한 학교가 문을 연다. 전주시가 진로탐색 인생학교인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를 모델로 설립한 ‘야호학교’다. 전주시는‘청소년이 행복한 도시,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2017년부터 운영해온 ‘야호학교’의 체제를 올해 전면 개편했다. 고교생들이 방과후·주말을 활용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청소년 자치 프로젝트 형태에서 청소년 대상 전일제 대안학교 체제로 변경하고 첫 신입생을 모집했다. ‘전주형 전환학교 신입생 모집’을 알리는 현수막을 곳곳에 걸어 홍보에도 힘을 썼다. 17~19세 청소년 20명을 모집해 3월 1일부터 1년 과정의 전일제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궁금증과 의문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학교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지자체에서 직접 설립했으니 사립이 아닌 공립으로 구분해야겠지만 일반 공립학교처럼 교육청이 설립·운영하는 학교는 아니다. 게다가 학교 설립인가조차 받지 못한 비인가 시설이고, 학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교육과정은 대안학교에 가깝다. 굳이 표현하자면 ‘비인가 학력 불인정 공립 대안교육시설’인 셈이다. 전북교육청에서는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자칫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삶의 전환기, 청소년들이 자기주도적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아가는 1년의 전환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시 직영 비인가 대안학교’로 그 성격을 규정했다. 야호학교는 운영주체와 기관의 성격 등에서 전국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지자체에서 설립·운영하는 학교를 찾자면 전북도에서 운영하는 전북도립여성중·고교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학교는 광역 자치단체가 설립했고, 또 학력이 인정되는 평생교육시설이라는 점에서 야호학교와는 차이가 있다. 또 운영 취지와 방향 등을 따지면 서울의 오디세이학교와 견줄 수 있다. 하지만 오디세이학교 역시 서울시교육청에서 설립·운영하는 학력인정 교육기관(각종학교)이라는 점에서 야호학교와는 다르다. 전주시가 내세우는 청소년기 전환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에는 필자도 적극 공감한다. 학력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인생을 위한 특별한 1년’에 너무 빡빡한 잣대를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운영주체인 전주시가 과연 지역 청소년의 소중한 1년을 맡아 무엇을 할 지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운영 성과에 대한 확신은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이 특별한 학교의 지속가능성은 진지하게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기존 교육체계의 틀과 규범 안에서 이 같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과연 없는지 먼저 교육청과 머리를 맞댔어야 했다. 적어도 학교설립 연구용역 단계에서는 당연히 교육청과 소통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절차는 과감하게 생략됐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설립 준비과정에서 전주시 담당자가 교육청에 설립 인가 등 실무 사안을 몇 차례 문의한 게 전부다. 자녀교육에 대해 남다른 가치관과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청소년기 자녀를 굳이 정상궤도에서 빼내 비인가 교육시설에 보낼 학부모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공립을 포함해 학력인정 대안학교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전주시가 교육기관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전주형 전환학교의 갈길을 함께 찾았다면 어땠을까. 행여 수년 간의 준비과정을 통해 출범하는 야호학교가 첫해부터 갈길을 잃을까 걱정이다. 지자체가 공신력을 토대로 정책을 내놓고 신입생을 모집한 만큼 혹여 지원자가 너무 적다는 이유로 이미 발표한 학교운영 체제와 방향을 다시 바꾸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동·청소년의 배움과 성장은 이제 학교 울타리를 넘어 그 책임과 역할이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교육여건 악화와 학력격차 문제 등 전북이 안고 있는 교육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지역사회가 손을 맞잡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청-지자체의 교육협치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다행히 전북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낸 후보들이 모두 지자체와의 교육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공교육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면서 교육 수요자들의 현실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북형 교육협치 모델을 기대한다. /김종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02.22 18:47

쏠림과 소멸…불균형의 시대, 공존의 길은

김종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인구절벽에 몰려있다. 하지만 그 위태로운 절벽에서의 위기의식은 지역에 따라 온도 차가 크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때문이다.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심각한 불균형 속에서 지방의 몰락을 부추기는 수도권 신도시 정책은 흔들림이 없다. 올 봄 나라를 뜨겁게 했던 신도시 땅 투기 사건도 수도권 확장 정책을 바꾸지 못했다. 정부는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도 서울의 부족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도권 신도시 주택공급 정책에 집중했다. 우리 사회 정의와 공정성이 무너진 데 대한 국민적 울분은 부동산 투기 적폐 문제로 한정해 무마했다. 역대 정부가 균형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불균형만 키웠다. 수도권 위주의 국가 운영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나마 현 정권에서는 균형발전이라는 말뿐인 구호조차 듣기 힘들었다. 수도권이 지방의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돼 구멍을 넓히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그나마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공동체를 지켜온 농촌사회는 이제 생존의 한계점에 다가와 있다. 사람과 재화가 한곳으로 몰리는 수도권 공화국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지방 도시의 현실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더욱 강한 블랙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현상과 지역 불균형은 풀지 못한 숙제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불균형은 사회 곳곳에서 풀어내야 할 숙제를 남긴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진다고 하는 일명 벚꽃엔딩은 농담이 아닌 지방대의 현실이 됐다. 농어촌지역 상당수 학교는 학생이 지나치게 적어 제대로 된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과소규모 학교는 인공지능(AI) 교실 등 교육부가 역점 추진하고 이는 미래교육기반 조성사업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 또 지방 소도시의 고교에서는 심각한 학생 모집난이 되풀이된다. 이맘 때쯤이면 교사들까지 신입생 유치전에 내몰려야 하는 상황이다. 고교 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도농 교육격차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교육여건 격차는 도농 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같은 지방 도시 내에서도 원도심과 신도심의 사정이 크게 엇갈린다. 과거 거대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전락한 원도심 학교들은 농어촌학교처럼 통폐합을 걱정해야 할 신세가 됐다. 반면 신도시 지역은 과밀학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 신설이 어렵게 되자 교육청은 원도심의 작은 학교를 신도시로 옮기는 신설 대체 이전 형식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근본 대책을 찾지 못한 교육청의 미봉책으로 인해 교육 인프라마저 빼앗기지 않으려는 원도심과 학급 과밀을 호소하는 신도시 주민들 간에 학교 배치를 놓고 갈등의 소지도 있다. 학교 소멸이 지역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이제는 급격한 인구감소로 지역이 붕괴하면서 학교의 자연 소멸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이 눈앞에 왔다. 그간의 다양한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농어촌과 원도심의 과소규모 학교는 늘어만 갔고, 신도시의 학교 신설 민원은 증폭됐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구정책이 추진됐고, 지방자치단체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백약이 무효라면 이제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수도권 과밀을 수도권 확장으로, 그리고 교육여건의 불균형을 적자생존의 원리로 해결할 계획이 아니라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처방을 검토해야 한다. 많이 아프더라도 염증 부위를 도려내 그 원인을 좀 더 냉철하게 분석해서 처방을 내려야 할 때다. 수도권 중심의 국가 운영 기조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수도권의 자기장을 줄여 지방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대선시국에서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지방분권형 개헌, 그리고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을 통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 제안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행여 기존의 원칙이나 이념의 틀에 갇혀 미래사회 공존의 길을 찾는 다양한 논의와 제안을 백안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1.12.28 19:31

지역의 미래 찾기, 교육기관 · 자치단체 긴밀한 협업을

김종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한때 국내 8대 오지로 꼽혔던 완주군 동상면에서는 지난달 28일 농촌 학부모들의 관심을 끈 작은 행사가 열렸다. 완주군 공립 동상어린이집 개원식이다. 한적한 산골에서 조촐하게 열린 이날 행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공공 어린이집 설립 과정에서의 우여곡절 때문이다. 여느 농촌에서처럼 동상면에서도 공공보육시설 설립은 지역주민의 오랜 숙원이었다. 공공보육서비스 강화에 나선 완주군은 병설유치원이 있어 급식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동상초등학교 내에 공공어립이집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전북교육청에 수 차례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결국 2018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국내 모 기업의 민관 협력 국공립 어린이집 지원사업을 통해 속도를 냈고, 가까스로 초등학교 인근에 시설을 건립할 수 있었다. 쇠락해가는 농촌 초등학교 유휴공간에 공공어린이집을 설치하자는 자치단체의 간절한 요청을 매몰차게 뿌리친 전북교육청의 대응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북교육청에서는 협소한 공간과 아동 안전문제 등을 사유로 들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은 지역사회 돌봄을 바라보는 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의 시각 차이가 빚어낸 갈등으로 풀이된다. 행여 누리과정 예산 갈등에서부터 이어진 보육과 교육의 제도적 구분 논리나 아동시설 관리에 대한 부담이 속내는 아니었는지도 의문이다.농촌 작은 학교의 위기는 해묵은 숙제다. 지역소멸 위기를 부르게 될 학교의 위기는 보육과도 무관하지 않다. 안정된 보육서비스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곳에서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고, 보육과 교육환경이 무너진 지역은 소멸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농촌 활성화를 위한 정주환경 개선 사업의 핵심으로 교육과 돌봄이 꼽히는 이유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 문제에서는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관할과 업무영역을 엄밀히 따져서는 안 된다. 기관의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고 지역의 미래를 염두에 둔 협업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전북도와 전북교육청, 전주시와 전주교육지원청 등 교육기관과 자치단체가 오래 전부터 교육행정협의회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형식적 소통에 그칠뿐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주체를 중심에 둔 협업은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애초부터 교육문제에 대처하는 철학과 시각이 다른 까닭이다. 전북지역 대부분의 시군에서 역점 추진하고 있는 교육지원사업에도 아쉬움이 크다.교육 문제로 인한 인구 유출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몇몇 자치단체는 거액의 세금을 들여 공립학원을 운영하기도 하고, 서울지역 유명 학원 강사를 학교로 불러들여 입시교육을 하기도 한다. 또 지역의 우수 학생을 선발해 방학기간 수도권 기숙학원에 보내는 자치단체도 있다. 자치단체가 지역교육청을 밀쳐놓고 공을 들인 이들 사업으로 공교육의 소중한 가치는 바닥에 떨어져 뭉개졌다. 그렇다고 이런 우스꽝스러운 정책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는 데도 말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그나마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버텨온 농촌사회는 이제 생존의 한계점에 와 있다. 이런 지역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와 교육기관, 그리고 지역사회가 소통협력해 지역의 동량을 양성하는 교육지원 사업에 나서야 한다. 또 학교 울타리를 넘어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될 수 있도록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생활권을 함께하는 학생과 교사학부모,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는 새로운 교육생태계 조성은 지역의 미래를 지탱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출범을 앞두고 있는 전주 야호교육통합지원센터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자치단체와 교육기관, 그리고 지역사회가 긴밀한 소통협력체계를 토대로 교육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이 신설 기관의 야심찬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김종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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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1.11.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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