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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소용돌이 정국과 명현현상(瞑眩現狀)

 

 

 

'태조 왕건'이라는 T.V. 프로에서 견훤의 아비로 나온 '아자개'란 인물이 있다. 베테랑 연기자 김성겸씨의 코믹한 연기로 관심을 모았는데, 그가 암으로 추정되는 병을 얻고 고생하는 것을 안 고려에서 백제보다 먼저 '명약'을 보내 그를 병에서 구해낸다.

 

 

병이 낫기 직전에 병이 더욱 악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놀란 가족들에게 의사는 표정이 밝아지면서 '명현현상(瞑眩現狀)'이라고 하며 축하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다.

 

 

친구 한의사에게 '명현현상'에 대하여 물어 보았더니 "환자에게 투약하여 치유되어 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일시적으로 병세가 격화되었다가 결과적으로 완쾌되는 현상"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도 심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 혼란의 정도는 더욱 심한 것이 사실이다.

 

 

취임 초기 IMF경제위기 탈출 국면에서 재벌과의 일전이 벌어지더니 이어진 노동계와의 불화, 의약분업을 둘러싼 혼란, 그리고 언론사 사주의 세금 포탈 건 등 비리로 인한 구속을 둘러싼 공방, 거기에 최근에는 통일정책과 관련해서 반공 수구진영과의 이념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로 50년 만에 정권교체가 된 이후 3년 반의 세월은 일부에서 '남한 사회는 전쟁 중'이라는 진단이 나올 만큼 사회의 병세가 격화되고 있다.

 

 

수구세력의 대표적 언론인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9월 7일에 쓴 칼럼에서 "지금 김대중 대통령은 마치 전장에 나선 전사(戰士)같은 분위기를 준다. 그의 주변 사방이‘싸움판’이다"라고 하여 현 정국 혼란의 원인을 김대중 대통령의 전투성에 혐의를 두어 묘사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본질일까?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중병을 앓고 있다. 그것은 분단 병이고, 친일파를 일소하지 못한 사대주의 병이고, 몇 사람에게 권력과 부가 독점되는 독재 병이며, 불평등 병이다.

 

 

분단 병으로 인해 사물을 균형 있게 보지 못하고 한쪽 방향으로만 보는 사시(斜視)현상이 생겼고, 사대주의 병으로 인해 내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신감을 잃어버린 '민족 허무주의'증세가 나타난다.

 

 

이러한 고약한 병균들이 국민들 전체를 감염시켜 눈치보기 증세, 복지부동 증세가 심각하고, 국민들의 소심증이 병의 악순환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병의 원인인 병원균을 친일세력의 잔재인 사대주의자들, 군사독재정권의 잔재들, 이들과 손잡고 서민들의 피와 땀을 담보로 부를 독점한 재벌들, 이들의 앵무새 역할을 하면서 최근엔 이 병원균들의 배양액 노릇까지 하는 일부'수구 언론'들이라고 본다. 이들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온통 우리 사회 내부에 암세포를 증가시켜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안타까워하는 수많은 선각자들이 우리 사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투약(投藥)을 해왔다. 구한말의 동학 혁명의 불길, 일제시대의 죽음을 불사한 독립운동가, 분단을 막아 보려다 암살 당한 해방정국의 애국지사들, 4.19혁명, 5.16이후 지금까지 군사독재에 대항한 민주화 운동가들, 문익환 목사 등의 수많은 통일운동가들,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젊음을 불사르고 있는 민중운동가들이 바로 우리사회의 명약(名藥)들이다.

 

 

이 노력들의 결과로 김대중 대통령을 앞세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구한말 이후 한 세기 동안의 투병(鬪病)과정을 승리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의 병 증세에 대한 치료의 가닥은 잡았다. 작금의 혼란은 역사의 혼을 모은 '명약'을 우리사회에 투여한 결과 죽어 가는 병원균들의 마지막 저항일 뿐이다. 아자개의 '명현현상'이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소용돌이 정국은 우리사회가 건강한 세상이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격화 증세로 확신한다. 이제 우리 모두는 지금 시기를 견뎌낼 체력을 길러야 한다. 죽어 가는 병균들의 마지막 저항에 같이 몰락하지 않고, 혼란 이후에 올 통일 세상, 민주세상, 평등세상의 건강함을 만끽하기 위해서 말이다.

 

 

/ 양진규 (목사. 전북기독교사회복지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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