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둔 외아들을 위해 칠순을 넘긴 아버지가 정부보조금에서 한달에 5만원씩 꼬박꼬박 떼어내 따로 적금까지 들었는데….”
18일 제자의 병실을 찾은 담임 교사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정신지체 장애아동 특수학교인 전북혜화학교 중학부에 다니는 한재균군. 지난 5월 저칼륨증세로 갑자기 쓰러져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치료비 부담때문에 병원을 옮겼다.
그리고 정신지체 1급인 재균이는 부모님대신 자원봉사자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고령의 아버지와 정신지체 장애인인 어머니는 자식의 병상을 마음만큼 오래 지킬 수 없는 형편이다.
생명선을 오가는 중병인데도 불구, 정밀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수개월째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재균이를 바라보는 교사들의 마음은 그래서 더 무겁다. 물론 교직원들이 나서 성금모금 활동을 벌였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너무 크다.
"아이들이 장애를 가져서 가정형편이 어려운지, 아니면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자녀들이 불편을 겪는지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의 가정형편이 하나같이 어려워 안타깝다는 어느 특수학교 교장의 말처럼 이 학교에서도 고통받는 학생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교사들뿐이다.
그러나 비장애인들과는 여건이 다른 만큼 특수학교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은 적지 않다. 통학버스안에서 갑자기 쓰러져 교사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17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중·고교생과 일반인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장애체험'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휠체어를 타보고 안대를 쓰고 지팡이를 짚고 걸어보는등 장애인들의 불편을 몸소 체험하는 행사다.
평소 관심을 갖지 못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이같은 전시성 행사가 필요할 만큼 우리 사회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크게 부족하다.
그리고 신체장애에 비해 정신지체 아동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은 더욱 심하다.
더욱이 장애아동은 질병에도 쉽게 노출된다. 정신지체 아동의 경우 대부분 가정형편까지 열악해서 질병에 걸릴 경우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하기 마련이다.
실제가 아닌 '장애체험'을 할 수 있는 비장애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나눔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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