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는 날
드디어 1학기 시험이 끝이 나는 날이다. 첫 교시 국어시간, 나는 차분히 풀어 나갔다. 2교시, 3교시, 4교시. 시간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갔다. 지금까지 시험이 끝이 났을 때 이렇게 상쾌한 기분은 없었다. 정말 너무나 기뻤다.
청소 시간이었다. 내 친구 지후는 내 사회점수가 68점이라고 말해 줬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화장실에서 그렇게 하염없이 울었다. 친구들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나는 계속 울었다. 지후는 점심도 먹지 않고 나를 달래 주었다. 지후는 급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였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다른 친구들도 이런 기분을 느껴 보았겠지?
시험이란 건 왜 만들어졌을까? 누가 만들었을까? 정말 원망스럽기만 했다. 하교 후, 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다희가 PC방을 가자고 했다. 다희와 화상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3시까지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난 이렇게 생각했다. 시험은 내가 나중에 좋은 직업을 갖기까지의 작은 산이자 문턱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스스로 웃음이 나왔다. 정말 아까는 왜 울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나중에 커서는 이것도 또 하나의 추억이 되겠지? 다음부터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겠다.
/최세은(전주효림초등학교 6학년)
운동회 연습
엄마, 1교시 끝나고
들어갔을까요?
아니에요.
그럼, 2교시 끝나고
들어갔을까요?
아니에요.
하루∼종∼일
운동장에 있었어요.
운동장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 보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임찬(전주반월초등학교 2학년)
◇세은이의 글 =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시험 보는 날 엿을 먹는다. 얼마전 도 학력평가가 끝났다.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부모들은 또 얼마나 기대치가 높은지 교육과 거리를 두고있는 어른들은 잘 모른다. 한 줄 세우기 교육. 그것도 상부 교육행정기관이 그 동안 앞장서서 조장해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까짓 시험이 뭐라고 날마다 웃어도 모자랄 어린 시절을 이토록 갈등하게 만드는가. 세은아, 지식보다 중요한 게 엄청 많단다. 건강, 친구와의 우정, 성실한 땀방울, 이웃과 나누는 삶......
◇찬이의 글 = 찬이의 시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아이의 눈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다들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겠지만 초등학교의 운동회는 한 때 굿판이었고 잔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교육과정의 일부일 뿐인데 너무나 그 일에 목을 멘다. 틀림없이 올 가을이면 또 한 달 연습쯤은 기본으로 알고 덤비는 학교가 나올 것이다. 왜 보여주기에 그렇게 목을 메는 지 교단생활 15년이 된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이 즐거워야 할 운동회. 그 과정도 즐거우면 얼마나 좋을까? 뜨거운 운동장에서 질서를 강요받으며 한나절을 보낸, 아홉 살짜리 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기에 학교는 미안하지 않은가?
/김종필(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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