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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땅의 메시지 - 지진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인도양에서 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다. 해일이 뒤따라오지는 않았지만, 인명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한다. 비록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이고, 남의 나라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도 이제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지진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옛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정말 땅이 노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구과학의 설명대로 판과 판이 밀치고 부딪히면서 충돌하기 때문일까. 이유야 어찌되었든 지진이 일어나게 되면 우리가 발을 디디고 서있는 바로 이 땅 자체가 송두리째 붕괴되고 만다. 그리고 그 상처는 오래 남는다. 엄청난 사상자를 낸 일본 고베 지진이 그랬고, 이번 동남아 지진이 그랬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건축물은 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존재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는 건축물이 땅 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이 간단한 사실을 그만 깜박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다. 요즘 들어 건축물의 근간이 되고 있는 땅이 지구곳곳에서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우리도 새삼 땅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알다시피 지진이 잦은 일본은 지진대비에 대해서도 남다른 측면이 많다. 우선 자연재해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와 다르거니와, 설사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건물구조도 일부러 목조나 철골조를 선택하고 있다. 그로 인해서 다소 건축비용이 더 들고, 또 불편하더라도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일이라면 그것에 쉽게 공감하는 사회적인 합의도 이뤄져있다고 한다. 우리처럼 내진설계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물론 매스컴의 지적대로 지금부터라도 당장 모든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한반도 주변에서 부쩍 잦아지고 있는 지진이, 어쩌면 그 동안 하늘을 향해서 멈출 줄 모르고 치솟아 올라가고 있던 우리 인간의 욕망을 이제 저 땅 밑으로 끌어내리고, 그 끝에서 인간존재의 근본인 ‘땅의 문제’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라는 땅의 메시지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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