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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자본 앞에서 맥못추는 행정

안태성 기자(정치부)

“큰 골프장도 아니고…”, “민원 다 들어줬다가는 행정이 안돼요”, “(사안을) 크게 좀 봐주십시오”….

 

불법 선(先)시공에도 불구, 사업계획 변경 신청이 이뤄져 특혜시비를 낳고 있는 김제시 금구면 소재 에스페란사 대중골프장에 대한 김제시와 전북도의 해명이 가관이다.

 

절차상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지는데는 인색했고, 오히려 애꿎은 민원 탓하고, 사업이 허가된 골프장만을 원망하고 있다. 골프장측에서 주민들의 요구사항만 들어줬다면 이번 사건이 언론에 까지 보도되는 화를 자초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취재 직후, 김제시는 문제의 골프장측에 ‘추궁성 전화’를 걸어 따지기까지 했고, ‘형사 고발하겠다’며 벼르고 있는 민원인을 만나 회유책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후속 조치도 내놓지 않은 채 일단 형사 고발만은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무책임한 행정의 전형이다.

 

시종 골프장을 두둔하는 시나 도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 사실상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그물망 설치용 철탑 철거 등의 이행의무조차 지키지 않았던 골프장에 대해 ‘규제 완화’ 등을 운운하며, 결과적으로 안전사고에 대비해 인근 농가를 배려한 시설물로 이해를 구하는 식의 ‘변명조’는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골프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둔 관련 규제 완화가 최근 추세라지만, 이는 원칙이나 절차까지 무시해도 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공신력이 생명인 행정이 졸속으로 사업을 허가하는 우를 범해놓고, 문제가 불거지자 책임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자의적 해석’은 도덕성까지 의심케 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결국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 꼴이 됐다.

 

겉으로는 주민을 최우선인 냥하면서도 정작 ‘개발 논리’와 ‘자본’ 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행정을 바라보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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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성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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