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드라마를 보유한 방송사에게 '연장 방송'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청률 높은 드라마 한 편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데다 일단 연장 방송을 결정하면 당분간 큰 걱정 없이 해당 시간대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고무줄 편성'이라는 비난을 무릅쓰면서도 시청률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놓치기 아쉬워 부득불 손을 대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요즘 MBC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평일 미니시리즈를 비롯해 대부분의 드라마가 좋은 성적표를 일궈내면서 연장 방송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연장 방송 논의의 선두에 선 드라마는 20%대 후반의 안정된 시청률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월화 드라마 '이산'이다. MBC는 애초 기획한 60부에서 20부 정도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서진 등 일부 출연진이 연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 MBC 측으로서는 스토리 전개 및 후속 드라마 편성 문제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연장 문제를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MBC는 수목 드라마인 '뉴하트'와 관련해서도 애초 20부에서 4회 정도 연장하는 방안을 출연진에 제안한 상태다. 이 드라마는 방송 내용과 관련해 개원한의사협회로부터 신용훼손죄로 고소를 당하고, 극중 특정 폐암치료제 제품명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사과하는 등의 악재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20%대 중ㆍ후반의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선거 관련 방송으로 1회 방송되지 못한 이 드라마는 일단 21회까지 방송하는 데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의견을 모은 상태다. 하지만 추가 연장에 대해서는 아직 출연진이 완전히 동의하지 않고 있어 이달 말은 돼야 연장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보인다.
임성한 작가가 집필하는 인기 일일극 '아현동 마님'은 왕창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애초 1월 말 종영 예정인 이 드라마는 4개월 가량 연장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띠동갑 연상녀-연하남 커플인 백시향(왕희지)과 부길라(김민성)의 사랑을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20%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달 초 두 사람은 극중에서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했고, 이야기의 흐름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연장 방송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몇 가지 검토할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되지는않았다"고 말했다.
김지호가 주인공인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도 10%후반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있어 드라마 연장 논의에 명함을 내밀고 있다. 김지호가 역경을 딛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꿋꿋한 캐릭터로 나오는 이 드라마는 120부에서 20부 가량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하지만 '연장 풍년' 바람에 소외된 드라마도 있다. 주말특별기획 '겨울새'와 주말연속극 '깍두기'다.
50부작으로 기획된 '겨울새'는 3월 하순 종영 예정이었지만, 2월 말에서 3월 초께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후속작으로는 최진실 주연의 '내 인생의 마지막 로맨스'(가제)가 편성됐다.
'깍두기'도 50부로 기획됐으나 27일 44회로 종영한다. 배종옥 손창민 한고은 주연의 '천하일색 박정금'이 뒤를 잇는다.
이처럼 시청률에 따른 연장 및 조기종영이 잦아짐에 따라 최근에는 방송 분량을정확하게 못박지 않고 시작하는 드라마가 늘고 있다. 미니시리즈가 아닌 일일극과 주말극의 경우 대략적인 종영 시기만 정해 놓은 후 시청자의 반응을 봐 가며 편성을조정하기까지 하는 것.
이에 대해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를 억지로 연장하게 되면 사실 방송사만 이득을 보게 될 뿐"이라면서 "물론 배우들도 연장분에 대해 비교적 높은 출연료를 추가로 받기도 하지만, 스토리가 부실해지고 체력이 고갈된 배우들의 연기 집중도도 낮아지는 등 드라마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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