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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상품화되는 이주여성들 - 진양명숙

진양명숙(전북대 강사)

'황금신부' 올 초 종영한 SBS 주말 드라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이주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혈연·사랑·성공을 소재로 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나는 이 드라마를 끔찍이 싫어했다.

 

주인공 신라이따이한(한국이름 진주)은 현대판 '바리데기'에 다름 아니다. 진주는 엄마의 눈이 멀기 전 아빠를 보게 해주겠다는 소망 하나만으로 한국행을 결심한다. 그 한국행은 바로 1500만원에 한국 남성에게 팔려오는 계약 결혼. 상대방은 애인에게 버림받고 '공황장애'에 걸린 준우다.

 

준우 어머니는 장래가 촉망되었던 아들이 그 지경에 이르자, 결혼이라도 시키겠다는 욕심으로 예쁘고 참한 베트남 신부를 '사온' 것이다. 여기서 진주는 준우로 인해 도구화되고 타자화된다.

 

그리고 진주는 자신에게 그토록 차가운 준우에게 끊임없는 헌신과 사랑을 베푼다. 그녀의 헌신이 준우의 옛 모습을 되찾도록 한 것이다. 결국 그녀의 이야기는 해피엔드로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진주가 받았던 직·간접적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끔찍했던 건 한국이 제3세계의 여성들을 타자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밝고, 맑고, 순수한 여성 진주는 드라마 속 사랑을 통해 한국 남성을 구원해주는 '주체'로 그려지는 듯 하다.

 

하지만 물질 문명·속세에 찌든 한국 여성에게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함이 진주에게는 있었다. 어쩌면 '갖고 있기를' 암묵적으로 강요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우리와 외국인 이주 여성을 구별 짓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바야흐로 외국인 100만 시대다. 하지만 '다문화 사회'에 대한 진지한 철학과 성찰 없이, 시청자의 인기에 영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 걱정이 된다.

 

이주여성에 관한 TV 속 시선은 그녀들을 타자화하거나, 상품화하는 방식이전부인 것만 같다. 우리가 이주여성에 관심을 쏟는 것은 궁극적으로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다. TV 등 언론매체는 단순한 실용주의적 경제논리나 왜곡된 자민족 중심주의를 넘어서서 좀더 윤리적인 삶의 지평을 담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우리 곁으로 찾아온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그들의 섬세한 삶의 결을 어루만지는 다문화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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