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낮고 수지 안맞아 산부인과 시설 투자 기피
"친정에 갔다가 새벽에 양수가 갑자기 터졌어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이 없다고 해서, 남편이 비상등을 켜고 전주까지 1시간을 달렸습니다. 아프기도 했지만 아이가 어떻게 될까봐 무서웠어요.”
도내 농어촌 지역 14곳 중 분만 실적이 없는 곳은 완주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군 등 6곳인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말 집계한 '2006년 제왕절개 및 분만평가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시설을 갖추고도 이를 기피하거나, 시설과 인력이 없어 신규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다. 국제 결혼으로 분만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산모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산 관련 정보를 다루는 인터넷 카페 등에는 농어촌 지역에 사는 임산부들이 '원정 출산'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4월 전주에서 출산한 주부 이모(30)씨는 "본래 다니던 병원이 있었으나, 큰 병원으로 옮겨 아이를 낳아야 했다”며 "이것저것 다시 검사해야 해서 불편했고, 심리적으로 불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낮은 출산율, 의료사고율 등의 이유로 이런 불편이 쉽게 해소될 수 없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익산 미즈베베 이희섭 병원장은 "임실 진안 고창 등 병원에서 분만을 하지 않는 것은 분만을 하다 난산인 경우 제왕절개 분만을 해야 하는데, 안전하게 제왕절개 분만이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옮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 병원에는 군대 대신 복무하는 공중보건의가 근무하고 있어 의료사고의 위험, 마취과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분만을 다른 병원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또한 신규 투자일 경우 "자연분만을 하면 40만원 정도를 받는데, 한 달에 최소 20명의 분만 환자가 있어야 투자비용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저수가로 인해 분만을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신생아 분만은 의사들의 체력·시간 등이 많이 들고, 의료 사고 가능성과 시설 투자 등으로 위험부담이 크다”며 "분만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공공성에 근거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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