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호(전북대교수)
국제결혼 및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 등으로 해마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외국인주민 실태 조사를 보면 국내거주 외국인주민은 891,341명으로 전년도 대비 23.3% 증가하였고 이 가운데 전라북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은 18,423명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58,007명으로 2007년 44,258명보다 31% 증가했다. 현재 전라북도에는 국제결혼가정 자녀가 경기, 서울, 전남에 이어 4,283명이나 된다. 전라북도는 상대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보다 농산어촌의 국제결혼 증가로 그 자녀가 타시도보다 급속히 증가한 것으로 보여 진다.
이렇게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행정당국이나 민간단체에서는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및 기초생활 교육에만 머물러 있고 자녀 교육 지원책은 대단히 미흡한 실정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일상생활 뿐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정체감 혼란, 학업성취능력 저하, 학교부적응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관심과 교육적 지원책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화 시대에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우기 위해 교육하고 있지만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계화가 되질 못하고 아직도 이방인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우리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하루빨리 인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다문화 교육요소를 반영하고 지역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여 교수할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가정 내 의사소통의 문제로 언어발달 속도가 느린데 이는 학업성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학업성취가 뒤쳐짐을 의미하는데 이를 보충하려면 방과 후 학교 등 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여 한국어 교육, 기초학력 지도를 통해 다른 학생들과 출발선을 같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취학 전 자녀에게도 한국어 능력제고, 차별?소외감 해소와 관련되는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학교생활 면에서 외모에 대한 놀림, 성희롱, 집단따돌림 등 많은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의 학교생활 적응과 자아정체감 형성을 돕기 위한 상담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재학 중인 전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고, 담임교사 및 전교직원의 연수를 통해 상담의 전문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및 멘토링 시스템 활용 등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모든 사회 변동의 원동력은 교육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소외받지 않고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게 하려면 인식의 전환, 학업능력 제고, 생활지도를 교육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노력이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 및 지역사회와 민간단체의 긴밀한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고영호(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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