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바쁜 점심시간이었다. 카운터 쪽이 시끄러워 가 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직원에게 나무라고 계셨다. 현금영수증 때문인 듯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금영수증이 제대로 발급되지 않는다며 여러 번 다시 해보라고 하신 모양이다. 번호를 불러주십사 했더니 종이를 주신다. 나란히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다.
"어르신, 어떤 걸로 해드릴까요?"여쭈었더니 두 개로 나눠서 해달라신다. 혼자서 식사 하신 금액이 5천원. 그것을 위에 적힌 번호로 하나는 3천원, 아래 적힌 번호에는 2천원을 나눠서 해달라는 거다.
"잘 알겠다"고 답을 드리고는 영수증 발급기를 작동했는데 받아보신 할아버지가 다시 화를 내셨다.
"아니, 아직도 안 되는고만. 해주기 싫으면 싫다고 하든가!"
영수증은 제대로 잘 발급됐는데 어르신이 화를 내는 게 이상했다.
"어르신, 정상적으로 발급된 거에요. 이제 되셨어요."
"아니 여기 아직도 휴대전화 번호가 안 찍혔는데 되긴 뭐가 돼?"
아하! 그제야 상황이 이해됐다. 현금영수증에 찍히는 휴대전화 번호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뒷 네자리는 ****로 표시가 되는데, 그 부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이었다.
평소 현금영수증에 대해 꼼꼼히는 알지 못했던 직원도 이런 내용을 몰라 할아버지와 함께 헷갈려했던 모양이었다. 상황을 잘 설명을 했더니 그제서야 웃음을 지으신다.
콩나물 한 봉지를 담아 어르신께 드리면서 살짝 여쭤보았다.
"그런데 전화번호가 두 개던데 누구 꺼에요?"
"어, 위에는 우리 큰 며느리, 아래는 작은 아들. 둘 다 공무원인데 하나한테만 해줄 수 없잖아. 그거 연말에 가면 돈으로 돌려받는다며?"
"5천원을 두 개로 나눠서 받을 생각은 어떻게 하셨을까"궁금했다. 내친김에 여쭈었다. "그런데 며느리는 왜 3천원이고 아들은 2천원이지요?"
할아버지께서 활짝 웃으셨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사랑이라는 말도 몰러?"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런 시아버지를 두신 며느님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그러나저러나 어르신 덕분에 5천원짜리 국밥 한 그릇에 긁어댄 현금영수증이 얼마인가.
그후로도 제일 바쁜 시간에 우리 식당을 찾는 할아버지는 어김없이 5천원을 꼬박 꼬박 두 개의 현금영수증으로 나누어 받아가신다. 그런 할아버지를 뵙는 일이 즐겁다.
/유대성(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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