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촬영현장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준표와 잔디가 힘겹게 해변 위에서 걸음을 옮겼다. 옆으로 펼쳐진 바다에서는 파도가 사납게 밀려왔고 바람이 실어 나르는 모래 먼지에 시야는 부옇게 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바람의 시샘에도 애틋한 키스를 나눴다. 바람 때문에 준표는 몇 번이나 특유의 '소라 머리'를 두 손으로 눌러야했고, 잔디는 오들오들 떨어야했지만 둘의 다섯번 째 키스는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 그리고 그 여운은 길었다. 이별의 키스였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진행된 KBS 2TV '꽃보다 남자'의 촬영 현장에는 강풍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관광객들은 둘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좀더 가까이서 볼 수 있을까 목을 길게 뺐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부지런히 놀렸다.
이날 구준표 역의 이민호와 금잔디 역의 구혜선은 정오부터 둘의 이별여행을 촬영했다. 인천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하는 무의도에서부터 시작된 촬영은 영종도를 거쳐 오후 6시가 다돼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끝났다.
24일 방송분에서 공개될 이날 촬영분은 잔디가 준표와의 이별을 결심하고 준표에게 하루 동안의 여행을 제안해 둘이 같이 바닷가로 떠난 내용이었다. 둘은 자전거를 타고 해변도로를 달리기도 했고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기도 했다. 또 드라이브와 함께 석양을 배경으로 마침내 키스도 나눴다.
준표는 늘 한 발짝 떨어져있는 줄 알았던 잔디가 여행을 먼저 제안하고 데이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자 "오늘 무슨 날이냐? 생일 같은 날 이런 이벤트를 하잖아. 네가 먼저 데이트를 신청한 것도 그렇고. 매일 매일 오늘 같은 날이었으며 좋겠다"며 웃는다.
그러나 이별을 결심하고 준표에 대한 마지막 배려로 여행을 나선 잔디는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고 마침내는 준표의 목을 끌어당겨 키스를 했다.
잔디와 준표가 키스를 하자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아쉬움과 부러움이 섞인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어 전기상 PD의 OK 컷 소리가 들리자 일제히 두 배우를 향해 몰려들었다. 특히 이 드라마가 배출한 스타인 이민호를 향한 구애는 열렬했다.
악천후와 싸우며 이날의 촬영을 마무리한 구혜선은 "바람이 한껏 방해를 해 좀 힘들었지만 키스 신이 잘 나온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바람에 맞아 두 볼이 발그레해진 그는 "잔디는 이별을 결심했지만 준표는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준표를 사랑하는 감정만 생각하고 연기했다. 너무 슬프게 보이지 않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
늘 자신이 리드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키스를 '당한' 이민호는 "그동안 더 진한 키스 신을 많이 찍어 사실 오늘 신은 별것도 아니다"며 웃었다.
그는 "그동안 놀이터와 산장, 도로 등에서 키스 신을 찍었는데 그중 도로 위에서 찍은 신이 가장 격렬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최고의 화제작 '꽃보다 남자'는 31일 25회로 막을 내린다. 현재는 23회까지만 대본이 나온 상태. 이날은 이별 여행을 촬영했지만 두 배우 모두 해피엔딩을 희망했다.
구혜선은 "결말은 행복하길 바란다. 시청자들도 보면서 '아! 행복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호 역시 "잔디와의 해피엔딩을 바란다. 그렇게 끝나지 않으면 너무 큰 원망을 들을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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