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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전주국제영화제 - 가이드] 한국장편경쟁

'자유·독립·소통' JIFF 정신의 '알박기'

자유와 자위 사이, 독립과 독(毒) 입 사이, 소통과 소 똥 사이에서 혼동하는 자 JIFF에 오라. 올해 한국장편경쟁 부문에는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JIFF의 정신이 '알박기' 된 11개 작품이 '사바세계'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청각장애 소녀와 비보이의 만남, 방글라데시 청년과 한국 여고생의 우정 혹은 로맨스, 10년 사귄 남자친구의 커밍아웃, 기면증 소녀의 짝사랑 등 '졸린 눈'으로 봐도 범상치가 않다. '한국장편경쟁' 부문은 한국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소개되는 섹션. 최우수 작품에는 'JJ-Star상'과 1000만원의 상금이, 관객평론가가 선정한 최고 작품에는 '관객평론가상'과 2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김성준, 이제철 감독의 <오디션> 은 청각장애를 가진 현지와 수화를 배우고 싶은 비보이 원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지는 엄마의 부재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원준은 자신의 꿈만을 좇는 이기적인 청년이다. 현지는 원준과 다투다 수화로 항의한다. 원준은 현지의 수화에 춤 아이디어를 얻고 수화를 배우고자 한다. 소통하기 어려운 둘은 서로를 이해하면서 가까워지고, 원준은 현지를 팀에 합류시켜 오디션에 나가려고 한다. <오디션> 은 서로 다른 조건과 욕망을 가진 젊은이들이 다름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풋풋한 성장드라마다.

 

<반두비> 는 벵골어로 '참 좋은 친구'란 의미다.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 는 방글라데시 청년 카림과 '문제아' 여고생 민서의 수상(?)한 우정과 로맨스를 다루면서, 우리 사회 소외 계층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 겉모습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희망을 찾는 감독의 전작 <방문자> (2005)의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한다. 이주노동자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자 방글라데시 출신 미디어 활동가인 마붑 알엄이 출연했다.

 

<날아라 펭귄> 은 과중한 사교육 압박, 조기 교육의 과열, 채식주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황혼 이혼 등 뒤뚱거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면을 임순례 감독 특유의 푸근한 시선과 관찰력으로 그려낸 작품. <여섯 개의 시선> (2003), <별별 이야기> (2005) 등 단편 위주의 옴니버스 영화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 지원한 첫 장편 인권영화다. 전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7)에서 호흡을 맞췄던 문소리, 박원상을 비롯해 박인환, 정혜선 베테랑 배우들의 출연으로 촬영 시작부터 화제가 됐다.

 

만약 생각지도 못한 당신의 친구나 가족, 애인이 커밍아웃을 한다면? 김아론 감독의 <시작하는 연인들> 은 자칫 어둡고 무거워질 수 있는 동성애 문제를 차분하면서도 명쾌하게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다. 잘나가는 라디오 방송작가 겸 DJ 호정은 10년 사귄 남자친구 원재가 커밍아웃을 하자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다. 올해 전주영화제 홍보대사 조안이 미묘한 감정을 겪는 주인공 호정 역을 열연했다.

 

"그는 영화를 위해 진위라는 가명을 썼고 나는 영화를 위해 진위라는 가면을 썼다." <진위> 의 최영태 감독은 엔딩 자막의 고백처럼 '박진위'라는 에로배우를 내세워 자신의 성 경험과 죄의식을 고백한다. 감독은 호기심에 들이민 카메라가 결국 누군가에게는 상처이자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이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용감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규남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 등을 붙이며 살아간다.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는 원영은 규남을 학대하며 전단지 일을 시킨다. 인애는 우는 딸을 방에 방치하고 강아지에게만 애정을 쏟으며 원영과 불륜을 이어간다. 어느 날 동네에서 강아지가 실종되고, 사람이 실종된다. 벽에는 실종된 강아지 대신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지가 붙기 시작한다. 이서 감독의 <사람을 찾습니다> 는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메마르고 무심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자신들이 가진 만큼의 힘을 휘두른다.

 

최지영 감독의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는 그녀의 전작 <산책> (2005)처럼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녀간의 이야기다. 기면증을 앓고 있는 여고생 원우. 그녀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엄마 연희. 그리고 그녀들을 보살피는 할머니. 세 사람이 한 집에서 정겹게 살고 있다. 그녀들은 서로 닮아있으며, 서로를 보듬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각자의 꿈이 다르고 세대가 다른 것처럼 갈등의 요소들이 개입된다.

 

엄마가 남긴 그림 속의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 그곳은 임진왜란 때부터 파괴의 눈으론 찾을 수 없다는 전설이 있다. 결국 남자는 숲에서 길을 잃고, 새 한 마리가 나타나 그의 눈을 공격한다. <물의 기원> 은 김응수 감독이 고향 충주의 남한강변을 산책하다 6.3 사태 때 죽은 어느 대학생의 무덤을 보고 구상한 작품. 40년 전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충돌시키고 대면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섹스 자원봉사는 가능할까? 불법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여대생 예리와 중증뇌성마비 남성 천길, 그리고 천주교 신부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성매매가 아닌 자원봉사였다고 주장한다. <섹스 발룬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에서 조경덕 감독은 금기시돼 온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일반인이 느낄 수 있는 거부감과 불편함, 그리고 수십 년간 성적 욕망을 부정당해 온 장애인들의 실상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 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던 민환기 감독이 인디밴드 '소규모아카시아밴드'를 관찰하고 기록한 다큐멘터리. 그들은 객원보컬 요조와 새 멤버들을 영입하면서 갈등을 겪기도 하고 자신들의 음악적 신념과 대중적 성공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감독은 멤버들의 일상과 인터뷰를 통해 음악 하는 이들의 즐거움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성숙한 묘사도 잊지 않는다.

 

심상국 감독의 <로니를 찾아서> 는 한국이라는 땅덩어리의 주인들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주해 온 사람들 사이의 어긋난 욕망과 배반을 다룬다. 태권도장 관장인 인호는 시범 대회에서 평소 무시하던 외국인 노점상 로니의 주먹 한 방에 기절하고 만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 로니를 찾아 나서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내와의 별거, 그리고 유치장 신세다. 평범한 남자에게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불행을 쫓아가는 코미디 영화. 배우 유준상이 주인공 인호 역을 맡아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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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goodpe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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