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아니면 맛볼 수 없는 200편"
"초창기에는 '실험영화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 '스타 없이 되겠느냐' 등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를 보여주더라도 감상할 준비가 돼있는 것 같아요. 전주국제영화제는 하루아침에 성공한 영화제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낯선 영화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면서 한 발 한 발 성장해 왔기 때문에 더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민병록 집행위원장과 함께 7년째 전주영화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정수완 수석 프로그래머(45)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올해 영화제에 대해 "정말 기적같다"며 흥분했다.
"올해 총 200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영화만을 놓고 본다면 배급업자가 정해진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그 말은 전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영화가 200편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정 수석 프로그래머는 "신인 감독과 독립영화 발굴에 더욱 무게를 뒀다"며 "아시아 영화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필리핀 독립영화가 대거 초청된 점이 눈길을 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리핀은 식민지 국가로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던 터라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돌아보면 5회 때가 가장 호응이 적었던 것 같아요. 6회 영화제가 실패했던 건 유운성 프로그래머와 제가 영화를 따로 봤다는 데 있었습니다. 각자의 성향에 치우쳐 선정하다 보니 낯설고 어려운 영화가 많았죠."
그는 "6회부터는 프로그래머들이 같이 영화를 보고 어느 정도 합의된 작품만을 선택해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낯선 영화를 보여주되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을 동시에 알려주다 보니 관객들도 점차 실험영화 보는 방법을 깨달아 가는 것 같아요. 뿌듯하죠. 부족한 숙박시설이나 좌석 확보가 늘 마음에 걸리지만,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를 발전시키려면 아무래도 경쟁 섹션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상영작을 줄이되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상영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로부터 전주에서 본 영화가 가장 오래 남는다는 말을 들을 때 제일 감동적"이라며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제는 전주가 고향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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