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코드 속 '빈인빅 부익부' 현실..."사랑은 동성끼리도 싹틀 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로부터의 초대장. 또다른 주인공은 필리핀 영화였다.
333년간 스페인의 지배로 역사적 상흔이 많았던 곳. 하지만 모국어를 잃지 않았을 정도로 그 문화적 뿌리는 견고했다. 700여개가 넘는 섬 원주민들과의 끝없는 갈등, 공산주의 정부와 반군의 저항, 이슬람과 정부와의 유혈전쟁 등의 굴곡진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심상찮은 영화적 필연성을 지녔던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커밍 아웃'한 소재로 한 화제작 <소년> 을 들고 전주를 찾은 아우라에우스 솔리토 감독. 6일 오후 3시 영화의거리에서 그를 만났다. 소년>
"에로틱 다큐멘터리에 가깝습니다. 한 소년이 게이바에서 춤 추는 마초댄서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죠."
가난 때문에 몸을 팔아야만 하는 소년 알리스와 대학에서 시를 공부하는 부유한 가정의 주인공은 '빈익빈 부익부'인 필리핀 현실의 축소판이다. 아버지와 가족이 부재한 설정은 가족 해체 문제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장치. 소년과 어머니가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의 공과를 두고 다투는 장면에선 세대간의 정치적 입장을 극명하게 엇갈린 현실이 담겼다.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시는 감독의 성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쓰여졌던 작품들이다.
그의 시에 영감을 받은 한 영화제작자가 이를 영화로 만들어 볼 것을 제안, 운명처럼 이 길로 들어섰다.
상복도 많아 데뷔작 <막시모 올리베로스의 청춘> 으로 그는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15개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팔라완 원주민 후예였던 그는 스크린에 담기 위해 꼬박 5년간 자신을 섬에 가두며 투혼을 벌였다며 가진 건 없었어도, 순수했고, 열정적이었던 그 시절이 때로는 그립고 때로는 돌아가고 싶다고도 했다. 막시모>
동성애 코드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그려져 싱가포르영화제에서 문제작으로 낙인 찍히기도 했지만, 덕분에 전주국제영화제에 초대됐다. 그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며"사랑은 동성간에도 싹틀 수 있는 자연스러운 욕구이기에 자신의 영화가 이들의 로맨스를 잘 풀어낸 것으로 평가받은 것이라고 여겼다"고 응수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