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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고 싶다 - 김형중

김형중(전북여고 교장)

며칠 후 30여 개 성상의 교단생활을 마감한다. 나름대로 정년을 의연하게 맞이하겠노라고 다짐해 왔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면서 착잡한 감정을 다스리기가 조금은 힘들어진다. 나름대로 무척 열심히 뛰어왔지만 제자리만 맴돌다 그쳐버린 것 같은 허전함 때문인 것 같다.

 

왜 허전함이 더하는 것일까? 평생을 교육에 몸담고 쌓은 업적도 있고 추억도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따뜻한 동료들과 맑고 고운 제자들이 옆에 있다. 그럼에도 허전한 마음이 더하는 것은 우리 교육의 현실이 결코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부친을 여의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힘겹게 학교를 다녔다. 중학교 졸업 후 장차 대학에 진학할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자 실업고를 선택해야 했던 아픔도 있다.

 

그러나 그 후 대학에 진학했고, 경제적 고통 속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교육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대학을 다니면서 원광고등공민학교 야간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던 마음을 지난 30여년간 잠시도 잊지 않고 살아왔다. 그리고 교육은 오직 학교의 책임이므로 좋은 환경을 갖춰 열정과 사랑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 반드시 만족할 만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뛰어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학교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떤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정년을 불과 며칠 남겨둔 시점에서 감히 교육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심정이 안타깝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교육 현장의 문제들은 대부분 학교 자체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학생 스스로에게 문제가 더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첫째 인간 사회에 대한 기본적 의식의 소멸, 둘째 감각적이고 단편적인 사고, 셋째 정서의 고갈과 진정성의 상실 등 세 가지 요인으로 정리하고 싶다.

 

이미 미국에서는 학교 폐지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학교가 마약과 동성애, 폭력의 온상이라는 지적 때문이었다. 지나친 비약인지 모르지만, 그런 현상을 이제 우리가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 경제, 문화의 갑작스런 변혁에서 오는 신세대의 혼돈상태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아직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생 교육은 학교와 가정, 사회의 상호협력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원론을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기성세대들은 21세기의 변혁적 문화 충격으로부터 2세들을 보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앞세워 빈번하게 교육제도를 고치는데 몰두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변해야 한다. 사회적 병폐인 집단 이기주의, 그리고 자녀들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일류만을 지향하는 편협된 사고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회에 적응해 나가도록 길을 열어주는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고, 그들이 슬기로운 현대인으로 합류할 수 있도록 협동하고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봉사정신과 질서의식을 가르치고 정서순화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지혜를 모으고 또 소통해야 한다. 그런 지혜들이 모아진다면 학생이 선생님을 고발하는 학교의 비극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텃밭이고 학생은 씨앗이다. 주위의 눈치만 살피면서 병들어 가는 씨앗을 그대로 텃밭에 뿌리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형중(전북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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