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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먹는 하마?' 덕진수영장 개장 논란

[현장속으로]문제투성이 해법찾기 난망…도의회 행자위 상정 보류

8일 오전 전주 덕진 실내 수영장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7명의 의원들이 수영장 현장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덕진 수영장은 9개월째 폐장 상태다.

 

지난 91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지어진 50m너비 10레인 규모의 공인 2급 전용수영장인 덕진 수영장 폐장의 직접적인 동기는 2008년 11월 12일 새벽 4시30분에 발생한 기계실 2호 보일러 폭발사고. 사고 발생 한 달여 만에 전북도는 큰돈을 들여 고쳐 쓰느니 차라리 수영장 문을 닫고 건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덕진 수영장을 이용하는 동호인들의 반발이 계속됐지만 도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문제는 이듬해 불거졌다. 지난 4.29재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정동영 의원이 공약으로 내건 수영장 재개장 검토를 요청한 것. 이에 따라 도는 지난 7월 28일 수영장 보수 및 재개장 방침을 발표했다. 이 여파로 도의회는 도가 이미 제출한 수영장 철거계획안 처리를 미뤘다. 이 때 미뤄진 안건은 자연스럽게 9월 도의회 임시회로 넘어왔다.

 

이날 현장 점검은 1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의원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보일러실이다. 의원들은 폭발 원인을 캐물었지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할 수 없다'고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일러 가동을 위한 2차 점화과정에서 압력이 높아져 연통이 폭발했다는 사실이 덧붙여졌다. 체육회 관계자는 사고 8일전에 보일러 점검을 했었다고 밝혔다.

 

공기정화시설을 가동하는 지하 공조실의 상황은 더욱 나빴다. 이미 10년 전부터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있었다. 공기정화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환풍기 몇 대가 전부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취재진과 도의원, 관계자들이 풀장에 모였다. 체육회관계자는 "수영장 운영 시 하루 7~8톤의 물이 누수됐다"고 말했다. 그 정도면 1일 500여명이 이용하는 수영장의 추가 물 값으로는 부담이 너무 커 보였다. 폐장 이후에도 가뭄과 장마철이면 바닥에 물이 고였다가 빠지기도 한단다. 수영장 바닥의 중간 부위도 볼록하게 올라왔다. 수영장 바닥의 전체 균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안전성. 천장을 구성하는 파이프의 부식이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파이프가 무너져 내리면 천장이 붕괴되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수영장 벽면의 콘크리트 부식으로 인해 부스러기가 떨어져 이용객이 다칠 뻔 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섭씨 27도 안팎의 적정 수온을 유지하기 위해 겨울철에 관중석과 풀장 사이에 쳐놓았던 방열커튼도 힘에 겨운 듯 매달려 있었다. 이를 올리고 내리는 모터도 이미 고장이 난 상태라고 한다.

 

옥상에 올라가니 보일러 연통이 시야에 들어왔다. 연통위에 설치된 덮게는 보일러 폭발 당시 튕겨져 나갔다. 옥상 바닥도 방수가 되지 않아 빗물이 건물로 들어오는 상태. 스며든 빗물은 건물의 뼈대를 이루는 쇠붙이를 녹슬게 하고 콘크리트를 부식시켰다.

 

도체육회관 신축으로 인해 수영장 건물로 옮긴 체육회 사무실로 의원들이 모였다. 부분보수와 전면보수, 신축비용 등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미 도가 파악했고 언론에도 보도된 내용들이다. 하지만 폐지 입장에서 재개장 검토로 입장을 바꾼 도의 태도를 문제 삼는 의원들의 속내가 읽혔다. 정오가 다되어서야 의원들은 수영장을 떠났다.

 

도의회 행자위는 이날 오후 덕진 수영장 안건에 대해 또 다시 상임위원회 상정을 보류했다.

 

정치적 판단만 배제한다면 도가 당초 폐쇄·철거 방침에서 재개장 검토로 방향을 튼 19년 된 상처투성이의 덕진 수영장이 언제든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현장은 말해주고 있었다. 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 의원들이 지난해 현장 방문을 통해 수영장 폐쇄에 공감했던 일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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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yak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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