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9 04:21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보건·의료
일반기사

[신종플루 확산] "완쾌하고 나니 두려움 없어졌어요"

신종플루 이겨낸 전주 만수초 김근동군…감염 경로 철저조사 급선무

지난 7월 신종플루에 감염됐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김근동군과 어머니 조효미씨가 환하게 웃으며 걷고 있다. 이강민(lgm19740@jjan.kr)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아들이 미열이 있길래 혹시나 해서 보건소에 데려갔는데 신종플루 양성판정을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전주시 호성동에 사는 조효미씨(43) 가족 6명은 지난 7월23일 말레이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자녀(1남1녀)들의 여름방학을 맞아 대전에 사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오랫동안 계획해온 4박5일 일정의 해외 가족여행에 나선 것.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남단에 위치한 바탐섬을 돌아보는 패키지 관광내내 조씨 가족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이국의 색다른 맛과 멋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조씨 가족은 짧은 관광 일정을 아쉬워하며 싱가포르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추억을 가슴속에 담아가던 조씨 가족의 즐거움은 비행기가 이륙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걱정으로 바뀌었다. 아들 김근동군(전주 만수초6)의 몸에 조금씩 열이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

 

'짧은 일정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해 몸살이 났겠거니' 생각하며 집에 돌아온 조씨는 열이 38도까지 오른 김군을 씻겨 해열제를 먹인 뒤 재웠다.

 

그러나 다음날인 7월28일 아침에도 김군의 체온은 내려가지 않았고 신종 플루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상황에 조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들을 데리고 보건소를 찾았다.

 

3~4시간 후 조씨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아들이 신종 플루 확진을 받은 것. 김군은 곧바로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져 격리치료가 시작됐고, 대전에 사는 시부모님은 물론 남편과 딸 등 온 가족이 1주일간 가택 격리조치를 받았다.

 

꼼짝없이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된 조씨 가족에게는 다행히 신종 플루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은 아들은 5일간 타미플루를 처방받고 회복돼 갔다.

 

병원측은 나이 어린 김군이 갑자기 부모와 떨어져 불안해 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어머니 조씨에 한 해 매일 1시간의 면회를 허락했다. 아들을 만나러 병원에 가는 시간이 바깥 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된 셈.

 

온 몸 구석구석 소독을 마치고 마스크 등을 착용한 뒤 잠깐 아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조씨는 집에서는 평소 아들이 쓰던 침구와 옷을 세탁하는 등 혹시 모를 가족의 감염 가능성에도 신경써야 했다.

 

"올해 82세, 75세로 연로하신 시부모님의 감염이 가장 염려됐다"는 조씨는 매일 시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청결유지와 외출자제를 당부했다.

 

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던 아들은 다행히 경과가 좋아 입원 1주일 만인 지난달 3일 완치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고, 아들의 퇴원가 함께 가택격리도 해제돼 조씨 가족은 일상에 복귀했다.

 

그러나 신종 플루 감염자였다는 사실이 일상을 완전히 회복시키진 못했다.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은 김군을 슬슬 피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들은 "엄마 나 이제 신종플루 문제없지?"하고 물었고, 조씨는 "너는 이제 신종플루에 면역이 생겼으니 괜찮다"며 다독였다.

 

조씨는 "가벼운 감기 증상인줄 알고 집에서 휴식하게 했으면 자연스럽게 나을 수도 있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했다. 겪고 나서 보니 너무 큰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겠더라는 것.

 

조씨는 "현재까지 사망자의 경우 만성질환자인데다 대부분 고위험자이기 때문에 초기 치료만 잘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신종플루 때문에 자치단체 행사가 잇따라 취소됐다는 보도를 볼 때면 괜한 불안감이 조성됐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씨는 "감염경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신종플루 최대 잠복기를 7일로 계산했을 때 가족여행전 이미 국내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된 채 여행을 떠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조씨는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의 가장 큰 원인은 감염 경로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신종플루 감염원인과 경로에 대한 조사가 더 철저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의 신종플루 감염으로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조씨는 "신종플루에 대한 대응은 철저히 해야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나네 nane01@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