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 국립극단의 재단법인화 계획이 포함된 것에 공연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문화부가 30일 발표한 계획이 따르면 국립극장의 전속 단체 중 하나인 국립극단은 내년 재단법인으로 전환돼 독립 단체로 거듭난다.
일단, 국립극단의 법인화는 침체된 연극계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년 창단 60주년을 맞는 국립극단은 명배우들의 산실 역할을 해오며 한국 연극의 산증인 노릇을 해왔지만, 근래들어 대중의 외면을 받으며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진부한 레퍼토리와 정년이 보장되는 전속 단원제에 안주한 채 긴장감이 떨어지는 일부 배우들의 타성에 젖은 연기로 동시대 관객과 제대로 호흡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극단이 법인화되면 홍보, 마케팅, 흥행 등 운영을 극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밖에 없게 돼, 자연스레 극단의 질적 향상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게 연극계의 전망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2005년 서울시 산하의 세종문화회관에서 독립해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한 뒤 단원 개개인의 역량과 단체의 연주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국립극장의 뿌리인 국립극단이 법인화하면 솔직히 국립극장 입장에서는 아쉽다"라며 "하지만 침체된 연극계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립극장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극단이 안주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제 시장에 던져져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며 "국내 연극계에서 가장 큰 상징성을 지니는 국립극단의 변신은 연극계 전반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립극단의 법인화는 정부나 지자체 산하 다른 예술단의 법인화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00년 국립극장 산하의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이 한꺼번에 재단법인화됐을 때처럼 국공립 예술단체 법인화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립극단의 법인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무용단 등 국립극장의 나머지 산하 단체도 결국 같은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국립극장과 유사한 산하단체를 거느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도 과거 몇 차례 법인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국립극단처럼 전속 단원을 두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로는 서울시극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합창단 등 5개가 있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현재로선 법인화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며 "법인화하면 단체마다 별도의 사무국을 둬야하는 등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는 만큼 신중히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향이 단기간 크게 발전한 이유도 카리스마 있는 지휘자가 부임해 조직을 정비한 덕분이지, 단순히 법인화됐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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