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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그동안 기억들 화폭에 재구성하는 것이 내 작업"

'산' 주제로 9년만에 개인전 여는 박민평…색으로 살린 추상作도 해보고 싶어

칠십 평생 그가 그린 300호짜리 대작은 여덟점 뿐. 그 중 한 점은 완산구청 창고에 들어가 있고, 나머지 일곱점은 부스전을 제외하고 9년 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에 내놓았다.

 

"밤이나 낮이나 술 마시고, 밤이나 낮이나 그림 그리고 했지, 뭘. 그래도 몸살은 안났어요. 허허."

 

20일부터 26일까지 전주교동아트센터에서 '산'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서양화가 박민평씨. 100호까지야 자주 그렸었지만, 원로화가의 마음 한 켠에는 평생을 두고 한 번은 큰 그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같은 산이라도 큰 그릇과 작은 그릇에 담길 때 그 느낌이 다른 것이 당연지사. 무엇보다 "이 쪽을 정리한다는 의미로" 부지런히 대작을 그려냈다.

 

"고향집에서 자랄 때 보면 우선 보이는 것이 멀리 산(정읍 고부 두송산)이었어요. 전주와 부안을 오갈 때면 논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김제 평야를 지나고 나면 변산반도 산이 높이 솟아있었지요. 어떻게 보면 산 속에서 산을 보면서 자란 것 같아요."

 

그의 고향 부안은 산과 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사철 풍광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이었다. 그는 "나에겐 사생한 그림이 거의 없다"며 "살아오면서 보고 느낀 기억들을 화폭에 재구성하는 것이 내 작업"이라고 했다. 기억으로 그리는 그림은 군더더기 없이 적당하게 단순화된 형상으로 표현됐다.

 

"작업실에서 괜찮다 싶던 작품도 전시장에 놓고 보면 빈 구석이 보여요. 그러면 더 좋은 그림 그려야 겠다는 반성이 들지요. 그림이란 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너무 완벽하게 하려면 재미가 없어요. 사람도 약간 허점이 있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가잖아요. 아마 다른 사람도 그럴 겁니다. 그래야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지요."

 

돌이켜 보면 "다른 것 했어야 별 볼 일 없고 그림 그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마음에 완전하게 흡족한 작품은 없다. 다만 사람살이가 그러하듯이, 그림도 너무 계산적이고 수학적이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 가느다란 손에 평생 붓을 쥐고 살아온 원로화가의 생각이었다.

 

산을 그리고 나니 이제 들녘과 바다도 그려보고 싶어졌다. "오랜 시간 구상을 그려왔으니 계절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형태를 색과 마티에르를 살려 표현하는 추상작업도 시도하고 싶다"고 했다.

 

서라벌예술대와 전주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대학 1학년 때 고향 낭원전시실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모두 열세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38년간 교단에 섰으며 2000년 전주성심여고에서 퇴임했다. 전북미술대전과 춘향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전주대 미술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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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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