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감수성이 넘치는 선율…그의 음악은 어렵지 않다
창의는 전통에서도 빛나고 혁신에서도 빛난다. 전통을 기반으로 창의로운 작품세계를 구현한 19세기 독일 음악가 브람스는 시, 무대, 연기,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총체예술작품 즉 음악극(Music drama)을 창안하여 혁신적인 창의를 구현한 같은 시대의 음악가 바그너와 그래서 곧잘 비교되곤 한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에 의해 이룩된 클래식 음악의 전통은 후대의 음악가들에게 전통으로서의 훌륭한 표본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은 그 음악에 비교되며 버금하거나 모자람의 비교 준거가 되기도 하니 굴레이기도 하다. 바그너는 그 굴레를 벗어버리며 전통 오페라가 아닌 새로운 창의의 음악극으로 음악 세계를 펼친 셈이고 브람스는 그 굴레를 이어받으면서 새롭고 매력적인 독창적 창의의 음악 세계를 펼친 것이다. 그래서 브람스를 신고전주의 음악가라고 하기도 한다.
창의는 세상을 새롭게 하는, 변화시키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브람스는 그런 창의를 전통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구현했다. 오페라를 제외한 모든 장르의 음악에 훌륭한 걸작들을 남긴 브람스! 그는 20세기 음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호른과 더블베이스 연주자로 댄스홀과 지역 실내악단에서 활동하던 아버지에게 피아노, 첼로, 호른을 배웠고 음악 이론도 배웠다. 그리고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열심히 공부하여 클래식 음악에 정통하게 되었다.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초기 낭만주의 시대를 이어오는 모든 과거 음악에 능통하게 되었으며 거기에 민속적, 고전적 어법을 용해하여 창의로운 음악세계를 펼친 것이다.
젊은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레스토랑이나 선술집에서 대중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던 그는 민속 음악과 대중음악에도 능통했다. 그래서 그는 슈베르트처럼 교회 양식에서 집시 음악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모든 음악 어법을 그의 작품에 투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브람스'하면 대개 '어려운 음악'이라며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아니다. 브람스는 음악을 어렵게만 썼던 작곡가가 아니다. 그는 편하고 쉬운 음악도 많이 작곡하였다. 그의 네 교향곡은 비교적 어렵게 느껴지지만 <대학축전서곡> <항가리안댄스> <자장가> 등은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인 것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처럼 그도 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확보한 음악가인 것이다. 그래서 브람스 음악은 전문가에게도 사랑을 받지만 아마추어에게도 사랑을 받는다. 자장가> 항가리안댄스> 대학축전서곡>
낭만적 감수성이 넘치는 호소력이 있는 음악! 일반 사람들은 그의 서정적 아름다움과 성실한 표현에 감동을 느끼고 전문가들은 완벽함과 세련된 기법에 경탄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 34 피아노 5중주 3악장 스케르초를 듣고 있노라면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인생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는 요사이의 가을 하늘을 얘기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도 좋다. 실내악은 그렇게 악기로 얘기하는 음악이다. 사이좋게 살고 싶은 예술적 표현이다. 의견을 합쳐 함께 얘기하기도 하고 따로따로 자기 주장을 얘기하기도 하고….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는 선율로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세때 만나 계속 돈독한 우의를 갖게 되는 당대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의 조언을 받기도 한 바이올린 협주곡의 유려하면서 감성 풍부한 음악을 듣다 보면 브람스 음악은 어렵다는 생각을 바꾸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전통 위에 꽃 피운 브람스의 창의는 클래식 음악의 정치한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를 세상에 알린 슈만 부부와의 우애, 클라라 슈만과의 얘기는 만인이 다 아는 얘기. 우정이면 어떻고 순애보면 어떠리. 아름다운 얘기로 남겨 두면 더 좋을 우정과 사랑의 인간 사연인 것을……. 슈만이 정신 질환으로 입원한 후에는 브람스가 클라라의 피아노 연주 활동을 재개하도록 도왔고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서도 활동한 그는 클라라 슈만이 죽자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났다. 지금 비엔나의 중앙 묘지, 그가 평생 존경하던 베토벤과 슈베르트 가까이에 잠들어 있는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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