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다음달까지…6개 극단 참여 전주·익산·남원서
한 때 전북 문화의 자랑은 소극장이 여덟곳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9월 말 전주 평화동 아트홀 오페라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다른 소극장들도 명맥을 유지하는 데 급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그래도 신종플루로 잔뜩 움츠러든 공연계에는 불안감만 스멀스멀 커가고 있다. 이 때 '전북소극장연극제' 소식이 날아들었다.
소극장은 연극의 뿌리. 다시 소극장 붐을 일으키기 위해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회장 류경호)가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주와 남원, 익산 등에서 '제17회 전북소극장연극제'를 연다.
올해 참여단체는 재인촌 우듬지 '타인의 눈'(13일∼12월 27일 우듬지소극장), 극단 둥지 '남편을 빌려드립니다'(12월 10일∼26일 남원 지리산소극장), 문화영토 판 '일상다반死'(12월 17일∼27일 소극장 판), 극단 작은소리와동작 '마요네즈'(12월 21일∼31일 익산 소극장 아르케), 극단 명태 '구천동 살인사건'(12월 22일∼31일 아하아트홀). 여기에 창작소극장 개관 20주년을 맞은 창작극회가 곽병창 우석대 교수가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는 '필례, 미친꽃'(12월 11일∼27일 창작소극장)으로 축하공연을 더한다.
재인촌 우듬지의 '타인의 눈'(연출 김영오)은 '에쿠우스'의 작가 피터 쉐터 작품.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전개가 우듬지 색깔과 다른 듯 보이지만 사람의 속마음을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통한다. 극단 명태의 '구천동 살인사건'(연출 최경성)은 세계 추리소설 사상 유례없이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긴 애거사 크리스티 타계 30주기 기념 공연으로 '쥐덫'을 무주의 작은 팬션을 배경으로 한 장막극으로 직접 각색했다.
남원 연극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극단 둥지의 '남편을 빌려드립니다'(연출 김춘수)와 문화영토 판의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일상다반死'(연출 정진권)는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자살이 화두. 두 작품 모두 삶의 포기 선언에 대한 반성과 희망, 가치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한다.
익산 극단 작은소리와동작의 '마요네즈'(연출 한유경)는 어긋난 엄마와 딸이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가족 이야기다.
창작극회의 '필례, 미친꽃'(연출 곽병창)은 셰익스피어 원작 '햄릿'에서 오필리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확장, 재해석해 쓴 것으로 복수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나약함을 다룬다. 배경을 한국적 시공간으로 바꾸고 굿과 소리 등 전통연희를 접목시켜 원작이 지닌 보편적 아름다움에 한국적 더늠을 새롭게 입혔다.
류경호 전북연극협회 회장은 "자유참가를 바탕으로 준비해 왔던 연극제에서 탈피해 이번에는 특별한 기준을 마련했다"며 "소극장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안으로서 장기공연을 시도하고 민간전용 소극장에서만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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