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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실천, 이 사람의 약속] ⑭유옥희 완주 소양농협 조합장

농약·화학비료 안쓰는게 온실가스 감축

2006년 1월 농협 사상 첫 지역 농협여성조합장으로 선출된 유옥희 조합장이 한 농민에게 친환경 유기질퇴비를 권하고 있다. 정헌규(desk@jjan.kr)

완주군 소양농협 유옥희 조합장은 2006년 1월 당선 당시 농협 사상 최초의 지역농협 여성조합장이자 홍일점 조합장이었다. 당선 이후 전국종합업적평가에서 소양농협을 1위에 앉히는 등 뛰어난 경영 성과를 일궈내고 있는 조합장이기에 내심 긴장을 하고 소양농협을 찾았다. 그러나 유 조합장은 만면에 즐거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머니같은 편안한 인상이었다. 인터뷰 때문에 예쁜 옷을 입고 출근했다는 유 조합장은 평소 점퍼를 입고 조합원들을 먼저 챙기는 '일꾼'이다.

 

연한 녹차가 나왔다. 그런데 녹차가 아니다. "봄에 처음 나온 어린 뽕잎으로 만든 상록차예요.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주지 않고 키운 뽕잎으로 우리 주민이 생산한 제품인데, 너무 맛이 좋아 농협에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슬쩍 한 모금 음미하니 푸릇한 차향이 그윽하고 인상적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별거 있나요? 독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을 점점 더 많이 생산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976년 농협에 발을 디딘 후 40년 가까이 식구처럼 여겨온 농민 조합원들과 생활하다 보니 유 조합장도 이제는 거의 반농민이다.

 

"농업·농촌은 생명의 터전입니다. 농민들이 농사지은 먹을거리가 농민 자신뿐만 아니라 도시민들까지 먹여 살리잖아요. 무엇으로 어떻게 농사를 지어 생산하는가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유 조합장은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노력을 바르고 건강하게 생산되는 먹을거리에서 찾고 있었다. 소양농협은 농가에 지원하는 친환경 유기질퇴비를 대폭 늘려나가고 있다. 2007년에 5000포 공급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현금가 4억원에 달하는 13만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에 무려 26배를 넘어섰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소양농협의 화학비료 공급 비중은 자연스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건강한 먹을거리는 지구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농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이처럼 생명의 터전인 농업.농촌은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예전에는 농업 폐기물인 폐비닐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태웠죠. 하지만 이제는 거의 분리수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완벽한 분리수거가 이루어지도록 농협이 더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소양은 철쭉이 주된 생산 품목이다. 주민들이 벼농사보다 수익이 좋은 철쭉과 회양목 재배에 집중해 온 결과다.

 

13개 철쭉 작목반에 참여하고 있는 500여 농가가 300ha에서 연간 4500만주를 생산판매하여 약240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년 여의도 땅 만 한 넓이의 도시숲이 소양에서 자란 철쭉으로 녹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국에서 소비되는 철쭉의 60%를 소양면에서 생산하니 전라북도 이북에 심어지는 철쭉은 우리 소양 농민 조합원들이 생산한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유조합장의 표정에는 잘 키운 자식을 자랑하는 듯한 빛이 가득하다. 이쯤 되면 소양면 철쭉이 도시숲 조성에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

 

유 조합장은 식물과 나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분재교실을 진행 중이다. 이 분재교실에서는 특이하게도 국화분재를 하고 있다. 목본류의 분재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전문성을 요하므로 단기간에 결과물을 볼 수 있는 국화분재에 눈을 돌린 것이다. 그런데 이곳 분재교실에서 주목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분재교실에서는 빗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빗물을 사용하면 수돗물 사용을 줄일 수도 있고 식물이 더 잘 자라기도 합니다." 빗물 사용으로 에너지도 절약하고, 이산화탄소도 줄이고 있는 것. 화초를 많이 재배하는 사람들은 따라해 보면 어떨까.

 

유 조합장의 가정 내 녹색실천은 어떤 모습일까?

 

"분리수거를 꼼꼼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분리수거함이 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좀 더 세분화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지적이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사서,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남는 음식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농협조합장이라서 그런지 음식물 버려지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한다.

 

유 조합장은 업무상 대외활동이 잦다. 자동차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는 웬만하면 걸어 다니겠다고 약속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더 많이 걷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또 함께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자나 깨나 건강한 농업발전, 조합원 수익을 위해 고민하는 유 조합장의 마음이 농협 마당에 가득 쌓여 있는 친환경 유기질퇴비처럼 푸근했다.

 

/고경희(전북 생명의 숲 간사)

 

※ 다음 릴레이 주자는 전주대학교 이남식 총장입니다.

 

※ 이 기사는 본보와 전주의제 21이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인터뷰어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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