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07:16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최동현의 명창이야기] ⑫동편제 판소리의 상징 송만갑 (2)

소리꾼 중 유일하게 벼슬한 사람…궁내부 별순검 맡아 전국곳곳 '소리인생'

명고수였던 김명환이나 김득수씨는 생전에 역대 최고의 명창으로 송만갑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통성으로 내지르는 힘차고도 높은 목소리, 철성의 단단한 음질, 고음에서 저음으로 뚝 떨어지면서 내는 경드름(경기도 민요와 같은 선율)의 멋진 변화는 아닌 게 아니라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송만갑에게도 직접 배운 바 있는 강도근 명창도 생전에 송만갑과 같은 목은 자기는 흉내도 낼 수 없다고 하였다. 물론 제자로서 겸양이 섞여 있는 말이라 액면 그대로 믿기는 그렇지만, 실제로 강도근은 송만갑과 같은 그런 변화무쌍한 멋은 부리지 못하였다.

 

송만갑은 궁내부 별순검이라는 실제 벼슬을 한 사람이다. 그래서 소리꾼 중에서 실제 벼슬을 한 사람은 송만갑이 유일하다.

 

송만갑은 자서전에서 자신이 낙안 출생이라고 했다는 말은 이미 지난 주에 했다. 그런데 그 자서전에서는 또 자신이 10세 전후로부터 아버지에게 학채를 받아 이웃에 사는 박만순에게 가서 박만순이 세상을 뜨던 21세 때까지 소리를 배웠다고 하였다. 송만갑의 아버지는 송우룡으로 당대 명창이었다. 그런데도 자기 아버지에게 소리를 배우지 않고 굳이 박만순에게 배웠다는 것이다. 그것도 10년이나 배웠으며, 박만순이 세상을 뜬 뒤에는 3년이나 스승의 상을 입었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송우룡의 소리를 전혀 배운 바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무래도 박만순의 소리를 송만갑이 많이 계승했던 것 또한 틀림없는 일인 듯하다.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송만갑은 스승 박만순의 삼년상을 치르고 나서 '하루 아침에는 부모에게 절하고 표연히 객지에 나섰다'고 하였다. 그가 언급한 곳은 순창, 담양, 광주, 전주, 곡성, 충주, 제천, 부여, 강원도와 경상도 등이다. 가는 곳마다 송만갑의 소리 들어보자는 사람이 많아서 아무 불편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서른일곱 살(1902)부터 마흔여섯 살 되던 해(1911)까지 서울에 머물렀다고 하였다. 그가 서울에 온 시기는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행사(칭경식)를 위해 극장 협률사를 짓고, 전국의 명인명창들을 불러들인 때와 일치한다. 이 때 상경한 소리꾼들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니까 협률사 극장이 생긴 이후 판소리 창자들이 서울에 오래 머물며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장이라는 출연 공간이 생기면서 서울에 머물게 된 것으로 보인다. 송만갑이 궁내부 별순검이라는 벼슬을 한 것도 이 때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송만갑은 서울에 있다가 나라의 명을 받고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했다고 하였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기차도 기선도 놓이지 않은 이 산천을 막대 끝이 닳도록 이리저리 잘도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그런데 송만갑의 자서전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이 있다. 그가 민영환을 모시고, 상해를 들러 미국에까지 가서 3년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봉천(심양), 북경, 상해 등지를 골고루 보았다고 하였다. 판소리 명창이 궁내부 별순검이라는 실제 직을 수행했다는 것만도 신기한 일인데, 그에 더하여 송만갑은 중국, 미국까지 여행을 했다니,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연유로 민영환을 송만갑이 모시게 되었는지도 알 수는 없으나, 본인이 기술한 자서전이고 보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송만갑은 평소에도 마음씨가 너무 좋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박동진 씨도 돈이 없어 소리를 배울 수가 없었는데, 아침부터 조선성악연구회에 열심히 나가는 것을 본 송만갑이 방안으로 불러들여 '박타령'을 가르쳐 주었다고 했다.

 

송만갑은 1939년 1월 1일 하필이면 새해 첫날에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최동현(군산대 국문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