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지원사업, 지역화단에 새자극…기획력 돋보인 전시 부족은 아쉬워
올 한해는 전북 미술 시장은 '풍요 속 빈곤'이었다. 침체 일로를 걷는 미술시장이었지만, 곳곳에서 눈에 띄는 약진이 있었다. 전라북도는 지역 작가를 발굴·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민간 단체들은 작가 지원 사업을 꾸준히 이어와 전북 화단에 자극을 줬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한국박물관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획을 진행했지만, 침체된 미술계를 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
전북도립미술관장에 지역 출신인 이흥재 관장이 임명되면서 전북 화단의 갈등을 수습하고, 화합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두해 전북미술협회장의 임기가 만료 돼 새로운 전북미협 회장에 누가 오를 것인지도 화두다.
▲ 지역 작가들, 기지개 켜기
올 한 해 전북 미술계에서는 작가를 발굴·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가 잇따랐다. 전북미술협회가 서울에서 연 '2009 전북미술의 비전과 가능성'전이 그 시작. 장르가 서양화와 동양화로 제한되긴 했지만, 지역성과 실험성을 두고 선정된 작가들이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북 미술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 평가받았다.
전라북도가 지원한 '전북미술작가 육성프로젝트-수도권 전시 지원사업'은 지역작가의 수도권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수도권 전시 지원 사업'은 전북 출신 작가로 3년 이상 도내에 거주한 미술 작가들이 공모를 통해 각각 2000만원씩 총 1억원을 지원받는 사업. 하지만 한국화 서양화 조각 공예 서예(문인화 포함)로 장르가 제한됐고, 공모가 갑작스레 이뤄져 지원조차 못한 작가들이 많은 데다, 작가 선정에 있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전라북도는 지원 분야를 사진과 영상으로도 확대하고, 지역 인사 외에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심사에 참여토록 하며, 기획부터 전문 큐레이터 참여토록 해 전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서울 인사동 분관 설립안이 도의회 예결위를 통과되면서 중앙 무대에 지역작가들을 알리기 위한 교두보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민간 단체, 보폭 넓히기
한국공예문화협회(이사장 이광진)가 주최하는 '익산 한국공예대전 전국공모전'은 올해 10회를 맞으면서 민간 주도와 지역 개최가 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류 공모전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엔 창립 1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공예 아트페어 형식을 도입, 특별전과 함께 서울 코엑스에서 '2009 한국공예 100인 초대전'을 열어 한국 현대 공예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사설 갤러리들의 활동도 약진했다. 박스나비갤러리(관장 박경숙)와 전주아카갤러리(관장 박지혜)가 전주에서 문을 열고, 기획전과 초대전을 중심으로 지역 작가 뿐만 아니라 중앙 작가 작품도 선보여 전북 화단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공유 갤러리(관장 이정임)는 '숨은 작가 프로젝트'를 신설해 작가 발굴을 추진하고 있으며, 익산현대갤러리(관장 박현대)도 7년 째 지역 작가들을 위한 유일한 전시공간으로 시민들과 교감하고 있다.
에이옥션(대표 서정만)은 침체된 전북 미술시장을 벗어나 광주와 대구, 서울 등으로 진출, 고미술품 경매를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전북미협의 아트페어는 지난해와 다름없이 부스전으로만 운영되면서 작품 판매에는 별다른 영향을 못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미술관·박물관 '풍요 속 빈곤'
미술관 운영 및 관장 역할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전북도립미술관은 지역 출신인 이흥재 관장이 임명, 전북 화단의 화합을 어떻게 이끌어낼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소장품 위주의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자체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가 부재해 작가들과 대중 간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김영원)은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조선을 바로 세운 공신 이계맹'전을 비롯해 전북의 국보, 보물을 총망라한 '전북의 명품, 시간의 경계를 넘어'전, 백제에 가려진 마한의 역사를 재조명한 '마한, 숨쉬는 기록'전 등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전시가 많았지만, 많은 시민들을 박물관으로 끌어내고, 전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터치뮤지엄' 새단장, 유물촉각도서 「생애 처음 만나는 유물」 발간은 소외계층을 위한 배려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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