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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⑭대물림으로 클래식에 공헌한 음악가들

카치니·스카를라티·바흐·요한 슈타미츠·모차르트 등 '역시 부전자전'

클래식 음악에 큰 공헌을 하고도 아버지 그늘에 가려 공헌한 만큼의 명예를 못누리는 음악가들이 있다. 예전 학창시절 열정을 쏟으며 음악공부를 하던 때 음악을 잘 하고 싶은 소원이 하도 간절하여 음악은 대물림해야 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부족한 실력을 대물림 탓으로 돌린 적이 많았었지…. 그러고 보면 그들의 음악 대물림은 아버지 그늘일지언정 행복한 얘기인 셈이다. 대물림하며 클래식에 큰 공헌을 한 몇 예들을 살펴보자.

 

르네상스음악에서 바로크음악으로의 전환기에 <새로운 음악> 으로의 변화 중심에 있었던 카치니 부자가 있다. 아버지 쥴리오 카치니(1550경~1618)는 피렌체 카메라타 그룹의 새로운 음악에 대한 주장을 담은 작품을 작곡하며 바로크음악의 여러 새로운 음악장르들이 나타나는데 중요한 공헌을 하였기에 그의 이름은 클래식 음악사에 자주 등장한다. 아들 프란체스카 카치니(1587~1645경) 역시 훌륭한 음악가이었다. 성악가, 작곡가로서 유명하여 그 지역 토스카나의 대공에게 고용되어 최고의 대우를 받던 그는 당시에는 아직 정형화되지 않았던 장르인 극음악 즉 오페라를 작곡하여 명성을 떨쳤다. 아버지가 선도한 새로운 음악을 극음악에 구현한 것이다. 누이 세티미아와 함께 노래하며 당대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그가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로마와 나폴리를 오가며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하던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1660~1725)와 18세기의 가장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건반음악 작곡가인 도메니코 스카를라티(1685~1757)부자도 클래식에 큰 공헌을 한 대물림이다. 아버지 알레산드로는 당시 가장 유명하던 장르인 나폴리 오페라의 중심에서 활동하며 공헌하였고 아들 도메니코는 지중해를 건너 포르투갈 국왕 밑에서 음악활동을 하며 건반악기를 위한 2부분형식의 소나타를 수백 곡 작곡하여 그 곡들이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가 있는 3부분 형식의 완전한 소나타형식이 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도메니코는 헨델의 친구이기도 하다.

 

부자가 대물림하며 클래식에 큰 공헌을 한 대표적 예는 아무래도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 가계일 것이다.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은 친숙한 이름일테니 아들들 얘기를 해보자.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사촌 누이와 결혼한 사이에서 7명, 부인과 사별 후 두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13명, 그래서 20명의 자녀가 있었다. 그 중 7명은 유아기에 사망했고 그 외 모두에게 음악을 가르쳤는데 클래식에 크게 공헌한 음악가는 C.P.E 바흐로 많이 알려진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1714~1788)와 막내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1735~1782)이다.

 

카를은 아버지에게 음악훈련을 받은 후 베를린 프리디리히 대제 궁정과 주요 교회에서 음악감독직을 수행하며 가장 영향력이 컷던 작곡가 중 한사람이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나타난 로코코음악, 갈랑양식이 독일에 전해져 민감양식 혹은 감정과다양식이 된 음악의 중심에서 오라토리오, 노래,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건반음악들을 많이 작곡하였다. 카를의 음악은 민감양식의 용어대로 감정표현이 한없이 섬세하고 아름답다. 「진정한 건반악기 연주법에 대한 소론」이라는 그의 저서는 당시의 음악적 사고와 실제 연주가 어떻게 행해졌는지를 알려주는 귀한자료이기도 하다. 지금도 민감양식의 클래식을 연주하는데 필요한 장식기법들은 그 책을 통해 참고하는 것이다.

 

요한은 최초로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작곡함으로서 클래식 음악에 크게 공헌하였다. 아버지와 형에게 음악훈련을 받은 그는 집을 떠나 이탈리아에 가서 공부하며 활동하였고 영국 런던으로 옮긴 후에는 협주곡, 교향곡, 실내악, 건반음악, 오페라 작곡가로 명성을 떨쳤다. 정교하게 치장된 돌 조각을 연상케 하는 갈랑양식의 음악으로 이름을 빛낸 그는 당시 여덟살의 나이로 런던을 연주 방문한 모차르트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독일 만하임 악파의 만하임 오케스트라를 완벽하게 훈련시켜 국제적 명성을 얻게 한 보헤미아 작곡가 요한 슈타미츠(1717~1757) 부자도 대물림으로 클래식음악에 크게 공헌한 예이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서곡 신포니아에서 기원하여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형태로 완성되어가는 심포니 즉, 교향곡을 가장 여린 피아니시모에서 가장 큰 포르티시모까지 완벽하게 연주하며 클래식 음악에 크게 공헌한 것이다. 아들 칼 슈타미츠(1745~1801)는 아버지의 음악유산을 대물림하여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수 있는 심포니 콘체르탄테를 30여곡 이상 작곡하였다. 하이든 모차르트도 만하임에서 그 같은 완벽한 연주의 아름다운 교향곡을 들은 후 그들의 교향곡을 작곡한 것이다. 교향곡 양식을 완성한 하이든을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한다면 요한 슈타미츠는 '교향곡의 할아버지'인 셈이다.

 

클래식 전통의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 사람인 모차르트 부자의 얘기는 꽤 많이 알려진 얘기일 것이다.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1719~1791)는 잘츠부르크 대주교에 소속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존경받는 작곡가이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가 태어난 해에 출간된 그의 바이올린 연주에 관한 논문은 지금도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볼프강과 누이 마리아 안나(1751~1829, '난네르'라고도 알려짐)가 어려서부터 음악에 천재적 재능을 보이자 레오폴드는 자신의 음악활동을 접고 볼프강과 마리아의 음악교육에 전념했다. 아버지의 정성스런 교육과 다양한 지역의 연주여행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낀 덕택에 볼프강은 모든 장르의 음악에 정통하게 된 것이다.

 

대물림 하며 클래식에 공헌한 예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향긋한 차 마시며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을 듣노라면 아정하고 영롱한 소리들, 보석을 꿰어놓은 듯 아름다운 소리들이 어울리며 이루는 클래식 선율의 우아한 정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을…. 클래식은 소리들을 조화롭게 정돈한 음악이기에 클래식과 친하면 마음이 조화롭게 정돈되는 것이다. 소리들의 조합이 얼마나 예쁜지…. 참 그러고보니 엊그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 세계에 자랑하는 우리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사라장)도 클래식의 대물림이다. 장영주 아버지 장민수도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지금 미국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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