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이야기에서 꿀이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사람 이야기에선 돈이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미국 작가 커트 보네거트(1922-2007)의 소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문학동네 펴냄)는 재치 있는 첫 문장이 귀띔하듯 '돈'에 대한 이야기다.
'제5도살장', '마더 나이트' 등의 소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반전(反戰)작가이자 탁월한 풍자가인 그는 1965년 발표한 이 소설에서 돈과 노동의 본질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열네 번째 부자인 로즈워터 가의 일원으로서 자선문화재단인 로즈워터 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앨리엇 로즈워터.
늘 술에 취해 기행을 일삼던 앨리엇은 정신과 의사마저 치료를 포기할 정도의 기인이었다. 급기야 집을 나와 미국 여기저기를 떠돌던 그는 고향 로즈워터 군에 정착해 그곳에 있는 "쓸모없고 볼품없는 사람들"을 보살피며 살기로 한다.
한편 로즈워터 재단을 관리하는 법률회사의 젊은 악덕 변호사 노먼 무샤리는 재단 임원이 정신이상 판정을 받으면 즉시 퇴출된다는 규정을 이용해 앨리엇을 몰아낼 음모를 짠다. 규정에 따라 차기 이사장이 될 앨리엇의 먼 친척 프레드의 대리인을 맡아 막대한 수임료를 챙길 속셈이다.
소설은 유쾌한 '미치광이' 앨리엇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가난한 프레드를 대비시키며 로즈워터 가 재산의 향방을 흥미롭게 따라간다.
공상과학 소설을 사랑하고 소방관을 존경하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 앨리엇이 던지는 어린아이 같은 물음은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한 제법 진지한 질문을 이끈다.
"한 나라의 정부라면 최소한 모든 아기에게 재물을 공평하게 나눠줄 수 있어야 해요. 안 그래도 힘든 인생인데, 돈 문제까지 고민하다 병이 나서야 되겠어요? 우리가 조금만 더 나눈다면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이 풍족할 거예요."(137쪽)
노먼 무샤리의 음모를 잠재우는 '엘리엇다운' 해법도 통쾌한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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