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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춘 "태어나서 이렇게 욕먹은 적 없죠"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욕 많이 먹은 적 없죠."

 

'막장'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KBS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삼형제의 어머니 전과자를 연기하는 이효춘은 "40년 연기 인생에 가장 독한 역"이라고 했다.

 

최근 여의도 KBS 세트장에서 만난 이효춘은 전과자의 꼬불꼬불한 파마머리에 헐렁한 '츄리닝'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바꿔 신을 생각도 하지 않고 인터뷰와 사진 촬영에 나섰다.

 

전과자를 연기한 이후 한 번도 실제 자신의 머리를 보여준 적이 없다는 그는 어느덧 연기자 이효춘이 아닌 전과자였다.

 

이효춘은 전과자의 집 거실에 마주 앉자마자 "전과자가 그렇게 악랄하거나 나쁘지는 않다"며 "근본은 단순하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딸이 없으니까 며느리를 대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아들 키우는 엄마들이 좀 억세지잖아요. 강한 성격이 돼서 시어머니 행세를 좀 한 거지. 사실 아들이 돈을 버는 족족 처가에 갖다주면서 먹여 살리면 어느 부모가 그 며느리가 눈엣가시가 아니겠어요."

 

그러나 사실 그도 처음엔 "이 정도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처음엔 이 정도로 나쁜 시어머니가 아니었어요. 몇 회를 먼저 봤는데 정말 귀엽고 재미있는 엄마였어요. 그런데 5-6회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자신도 예상치 못한 설정으로 캐릭터가 점점 강해지면서 온갖 욕이 전과자에게 퍼부어질 때 이효춘은 "처음엔 잠깐 속상하긴 했지만 바로 마음을 바꿨다"며 "결국 관심이 아니겠느냐"고 받아쳤다.

 

"아무리 내 속이 상해봐야 연기하는데 무슨 이득이 되겠어요. 방해가 되죠. 아무리 욕을 먹어도 본 때 한 번 보여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기를 쓰고 하다 보니 작가 선생님한테 너무 과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전과자에 동화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꽤 큰 상처가 될 법한 일도 가족들의 격려와 응원이 있어서 별일 아니었다고 했다.

 

"딸이 인터넷은 도움 안 되니까 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단순 무식 지X'이라며 '단무지'라고 별명을 붙여주고 귀엽다고 해요. 식구들도 '잘한다', '안 밉다'고 응원해주고요."

 

전과자가 온갖 집안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촬영 분량도 가장 많고, 쏟아내는 대사량도 압도적이었다. 그러니 촬영이 없는 날은 목이나 몸이 상하지 않게 관리하는 일과 대사를 외우는 일이 하는 일의 전부였다.

 

"한번은 내 대사만 21쪽이었던 적이 있었어요. '콘티'도 100컷이 넘었다고 하니 방송으로 봐도 몇 십분 짜리였죠. 그럴 땐 문맥에 따라 대사를 묶어서 손으로 한 번 옮겨 적고 무조건 반복해 읽는 방법밖에 없어요."

 

최근 둘째 며느리 도우미(김희정)와 화해하는 장면을 찍고 나서는 얼마나 울었는지 진이 빠져 새벽 2-3시까지 잠들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내 몸을 바쳤다"면서도 "아쉬운 게 많다"고 했다.

 

"1회부터 다시 하고 싶어요. 욕을 먹든 말든 이 대본 그대로요. 처음에는 캐릭터 잡는 게 힘들었고, 연기도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게 많아요. 이제 거의 끝나가지만 시원한 건 하나도 없고 섭섭하기만 하네요."

 

그는 "그래도 여한이 없는 것은 전과자가 꼭 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럴만한 타당성이 있었다"며 "사실 겉으로 큰소리만 치지 만날 며느리들한테 당한다"며 웃었다.

 

"40년 연기 인생에서 제일 어려웠죠. 이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많은 감정을 다 쏟아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일관성 있는 연기 패턴도 아니었고, 기복이 굉장히 심하기도 했고요. 많이 당황하기도 했고, 노력도 많이 했죠. 그래서 지금은 한 몸이 됐네요."

 

그토록 괴롭혔던 둘째 며느리와 화해를 하니 이제 순탄한 마무리만 남았겠거니 예상했지만, 그는 "작가가 전과자는 끝날 때까지 할 게 많으니 준비하라고 하더라"며 "끝날 때까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전과자를 하고 나니 이제 무서운 게 없어졌네요. 어렸을 땐 좋고 싫고 따지다가 적도 많이 만들었지만, 이제는 오로지 이 일이 감사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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